중동 불길에 한국기업 유탄… ‘글로벌 사우스’ 공략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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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으로 걸프 지역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중동을 핵심 거점으로 삼는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사우스'(비서구권 개발도상국·신흥국) 전략에 급제동이 걸렸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현지 영업을 전면 중단하고, 임직원들을 주변국으로 대피시키는 등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4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 집단 92개의 해외법인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내 대기업이 중동 지역에서 운영 중인 해외법인은 총 140곳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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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중단·임직원 주변국 대피
장기전 대비 리스크 관리 착수

미국·이란 전쟁으로 걸프 지역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중동을 핵심 거점으로 삼는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사우스’(비서구권 개발도상국·신흥국) 전략에 급제동이 걸렸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현지 영업을 전면 중단하고, 임직원들을 주변국으로 대피시키는 등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대안 시장이자, 신성장 엔진으로 불려온 중동 시장이 군사적 충돌의 ‘유탄’을 맞으며 기존 사업 계획에 대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 집단 92개의 해외법인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내 대기업이 중동 지역에서 운영 중인 해외법인은 총 140곳에 달한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28곳으로 가장 많고, 현대차·LG·GS도 각각 14곳을 운영 중이다. CJ(8개), 한화(7개), SK·KCC(각 5개) 등도 중동에 법인을 두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근래 들어 글로벌 사우스 공략을 위한 거점으로 중동을 주목해왔다. 미·중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높은 성장성을 갖춘 국가가 많기 때문이다. 유럽·아시아·아프리카를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점도 매력적 요소다.
중동 시장은 수출 실적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동 수출액은 2020년 146억7487만 달러에서 지난해 204억3761만 달러(약 30조2500억원)로 약 39% 증가했다. 이에 기업들도 생산·판매법인, 물류기지 등을 세우는 등 투자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전쟁 발발로 상황이 급변했다. 기업들은 우선 현지 주재원들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한화는 각 계열사별로 현지와 실시간 소통 체계를 구축해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HD현대는 현지 근무 인력들을 전원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중동에서 발전소 사업을 진행 중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임직원들의 중동 출장을 금지했다.
이와 함께 군사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변수 등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 대응 계획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물류비와 유가가 치솟고 있는 만큼 관련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란·이스라엘 사업장 직원들을 제3국으로 모두 대피시킨 삼성전자와 LG전자 등도 전쟁 확산을 우려하며 수시로 대책회의를 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기업은 호르무즈 해협 직전의 소규모 항구에서 운송물을 하역해 육상으로 나르는 루트 등 대체 경로 확보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업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환율 및 국제 유가, 해상 운임 변동에 따른 영향이 있을 수 있어 긴장 속에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등 중동 지역에서 초대형 인프라 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발주 일정이나 금융 조달 지연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우디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 중동 최초의 생산 거점인 사우디 생산법인(HMMME)을 짓고 있는 현대차도 공장 건설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전날 설치한 ‘중동사태 긴급대응 애로 상담 데스크’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사태 초기라 공습 이후 해당 지역으로 수출이 가능한지 등을 묻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경구 차민주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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