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의 은퇴와 투자] 주택, 연금이냐 상속이냐?

노부부가 주택연금을 가입하고 돌아갔다가 일주일 후에 자식과 같이 와서 해약했다는 얘기들을 듣는다. 부모가 자녀 눈치를 보다 보니 주택연금 가입을 꺼려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부모가 자녀 눈치를 보기도 하지만 부모들도 자녀를 통제하고 싶은 전략적 동기가 있다.
주택은 노후에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주택연금을 통해 가입자가 소득을 얻거나 자녀에게 상속해주는 상속 재산이 된다. 그런데, 연금 받는 부모와 상속 재산을 갖고 있는 부모는 다른 대우를 받는다. 자녀는 연금을 빵빵하게 받는 부모보다 값비싼 주택을 가진 부모를 자주 방문하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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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익·비용 따져 결정할 수 있지만
관습, 심리적 만족의 문제이기도
주체적인 삶이 최우선되어야
」

(종신)연금은 연금 가입자가 사망하면 거기서 끝난다. 자녀 몫이 없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하면 배우자에게 유족연금이 지급되며, 사망 당시 배우자가 없는 경우 25세 미만 자녀에게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연금은 부모의 생전 소득을 높이지만 자녀의 소득이 되지는 않는다.
주택연금은 종신연금 특성을 갖고 있다. 주택연금을 가입한 부모가 사망하면 주택을 처분해 연금으로 받은 부채를 상환하는데, 부모가 장수하거나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상속되는 자산이 많지 않아 상속 재산으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주택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주택을 보유하면 상속 재산으로 기능한다. 상속 재산에는 부모의 전략적 동기가 들어있다. 상속 재산이 있다는 것만으로 자녀는 부모 말을 잘 듣고 부모의 집을 자주 방문한다. 돌봄을 유도하기 위해서 상속을 활용할 수 있다. 이때 상속 재산은 ‘돌봄에 대한 보상’이라는 성격을 띤다. 실제로 부모를 모시고 사는 자녀가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이 외에도 상속 재산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자녀가 손주를 데리고 자주 부모 집을 방문하게 할 수 있고, 자녀와 외식을 같이 하는 빈도가 늘 수 있다. 부모가 원하는 진로를 자녀에게 선택하게 하거나 심지어 자녀의 결혼 상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자녀가 여럿이면 더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다.
이처럼, 부모가 주택연금에 덜 가입하는 이유에는 자녀의 눈치뿐만 아니라 상속 재산을 활용하여 자녀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부모의 전략적 동기도 있다.
따라서, 주택연금 가입 결정은 하나의 정답이 있지 않고 본인의 선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상속 재산을 활용해서 얻을 자신의 편익/비용과 주택연금을 통해 얻을 편익/비용을 비교해서 결정하면 된다. 상속재산으로 활용하는 편익/비용은 ‘자녀에 대한 통제력 확보/소득 감소’이며, 주택연금 선택의 편익/비용은 ‘소득 증가/자녀에 대한 통제력 약화’이다.
상속 재산에 전략적 동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녀에게 물려 주는 행위 자체에서 만족을 얻기도 한다. 자녀의 특정 행동을 유도하려 하지 않고 다만 ‘자식에게 뭔가를 남겨야 부모 노릇을 다했다’는 생각이다. 관습이나 심리적 만족의 문제에 가깝다.
어떤 동기에서 연금과 상속 중 하나를 선택하든지 선행되어야 할 게 있다. 먼저 부모가 자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자녀가 부모의 집을 방문하거나, 자녀의 행동을 변화시키거나, 자녀가 돌봄을 잘해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독립하는 것이다. 노년에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사회적 시설이 갖추어지고 있으므로 자녀의 존재와 독립적으로 자신의 노후 라이프 플랜을 짜도 된다. 자녀로부터 독립하고 주체적인 노후의 삶을 살아야 한다.
주체적이란 말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다. 내가 여행 가고 싶으면 가고, 먹고 싶으면 먹는 것이다. 여행 갈 때 허락을 구하고, 먹을 때 눈치를 보면 의존적이다.
노후에 주택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주체적인 삶의 기준에서 결정해야 한다. 주택연금의 소득이 나를 주체적으로 만들어주면 이를 선택하는 게 좋다.
자녀의 행동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게 통제하고 싶은 수단을 포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 부모의 마음이다. 관점을 달리하자. 자녀가 부모의 노후를 걱정하지 않게 주체적으로 잘 살아가는 게, 그리고 자녀 역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게 장기적으로 자녀의 행동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 모른다.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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