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5억 이하 ‘불장’, 눈여겨볼 단지는
“동네 선호 단지 전용 59㎡ 매물이 두 달 넘게 나오지 않던 중 입지가 다소 아쉬운 인근 단지에서 급매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곧바로 계약을 진행했다. 매수 대기자가 항상 있어 2000만~3000만원씩 올려 불러도 집주인이 계좌를 주지 않을 정도다.” (서울 길음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여파로 서울 아파트 거래가 외곽 중저가 지역에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매매된 아파트 80% 이상이 대출 최대한도를 받을 수 있는 15억원 이하로 나타났다. 강남권 집값이 주춤한 것과 달리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매매가가 15억원 이하 턱밑까지 오르는 ‘키 맞추기’ 현상도 나타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2월 24일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7347건 가운데 15억원 이하는 5957건(81.1%)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8789건 중 15억원 이하가 6088건(69.3%)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2%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 81% ‘15억 이하’
최근 들어서는 중저가 아파트 쏠림 현상이 더 뚜렷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발표한 지난 1월 23일부터 2월 25일까지 신고된 매매 3946건 중 15억원 이하 비중은 3273건(82.9%)으로 더 늘었다. 2월 기준(1~25일)으로는 비중이 85%까지 치솟았다. 서울에서 사고팔리는 아파트 10채 중 8~9채가 15억원 이하라는 의미다.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서울 외곽 지역의 거래량도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2월 서울에서 매매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노원구(831건)다. 이어 성북구(536건), 송파구(447건), 구로구(447건), 강서구(440건), 동대문구(385건) 순이다. 강남·서초구 거래량(634건)을 합쳐도 노원구 한 곳보다 적다.
이 같은 거래 쏠림은 대출 규제 여파가 컸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묶었다. 이어진 10·15 부동산 안정화 대책에서는 15억원 이하 아파트 주담대 한도를 기존대로 6억원으로 유지하되,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 아파트 거래 가격이 15억원을 넘는 순간 자금 계획이 급격히 빡빡해졌다.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에 묶여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지난해 6·24 대책 이후 15억원 이하 서울 아파트 매매 비중은 76.7%를 기록하더니, 10·15 대책 이후에는 비중이 77%로 연초 대비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올해 들어 80%대까지 비중이 늘었다. 반면 대출 한도가 4억원으로 제한된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구간 아파트의 경우 비중은 13.2%로 대책 시행 직전 10월(19.5%)보다 줄었고, 25억원 초과 아파트는 7%에서 4.5%로 급감했다.
15억원 이하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며 고가 아파트와 격차를 메우는 키 맞추기 장세도 본격화했다. 15억원 턱밑까지 오른 가격에 거래되는 아파트 비중이 커지는 중이다. 강화된 대출 규제가 적용된 지난해 10월 16일부터 지난 2월 25일까지 서울에서 14억원 이상~15억원 미만으로 매매된 아파트 거래는 총 708건이다. 1년 전 같은 기간(621건)보다 14% 증가한 수준이다. 이 중에서도 15억원 ‘턱밑’까지 따라온 14억9000만원~14억9999만원 거래는 260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72건)보다 3.6배 늘었다. 2월 실거래 신고 기한이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하면 턱밑 거래 증가폭은 더 클 전망이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9단지래미안’ 전용 114㎡의 경우 지난 2월 5일 14억9500만원(2층)에 팔리며, 1월 말 거래된 같은 층 매물(13억8000만원)보다 1억원 넘게 뛰었다. 구로구 신도림동 ‘대림2차’ 전용 101㎡도 지난 2월 3일 14억9000만원(23층)에 팔려 최고가를 썼다. 성동구 성수동1가 ‘성수동아그린’ 전용 58㎡는 지난 1월 27일 14억9500만원(6층)에 주인이 바뀌었는데, 직전 거래(지난해 11월 13억3000만원·10층)보다 1억6500만원 올랐다. 동작구 사당동 ‘동작삼성래미안’ 전용 84㎡는 지난 1월 3일 14억6000만원(19층)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6개월 만에 2억원가량 훌쩍 뛴 금액이다. 이후 8층 매물이 다시 14억원에 실거래됐지만, 최근 호가는 15억원에 형성돼 있다.
이런 현상은 과거에도 일어난 적 있다. 2019년 정부가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9억원’과 ‘15억원’을 대출 규제 기준으로 삼자, 주요 단지의 매매가가 9억원, 15억원 턱밑으로 몰리는 현상이 일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대출 활용이 가능한 금액대 매물에 수요가 유입돼 급매가 먼저 소진되고, 이후 더 높은 호가의 매물이 빠르게 줄어들며 신고가가 반복되는 전형적인 키 맞추기 장세”라고 설명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대출 규제를 시세로 차등을 둘 경우, 해당 가격대를 기준으로 키 맞추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부동산학 박사)는 “최근 매매 시장은 생애최초 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 무주택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됐다”며 “최대한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대 지역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원구·성북구·서대문구서 활발
올해 들어 키 맞추기 장세가 활발한 단지를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10억원 넘는 가격에 거래되다 15억원 밑으로 키 맞추기를 하는 일대 대장 단지거나, 이미 15억원을 훌쩍 넘는 대장 단지 가격을 따라가는 구축·준신축 단지인 경우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우선 14억~15억원 구간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단지는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아이파크(34건)’다. 이어 영등포구 영등포동 ‘영등포푸르지오(7건)’,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6건)’,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래미안e편한세상(5건)’이 2~4위를 차지했다.
2028년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서울원아이파크(1856가구)는 지난해 12월 4일부터 전매제한이 해제되면서 거래가 활발했다. 올해 들어 전용 84㎡ 실거래 가격이 14억원 초반~후반에 넓게 분포해 있다. 최초 분양 당시 13억원 후반대에 공급된 점을 고려하면 최대 1억원가량의 웃돈이 붙었다. 광운대역세권 개발의 일환이라는 점, 주거시설과 함께 호텔·쇼핑몰·업무시설이 함께 들어선다는 점,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C노선이 예정돼 있다는 점 등 개발 기대가 큰 단지다.
영등포푸르지오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전용 84㎡ 6채가 14억7400만~14억9400만원에 연달아 거래됐다. 10·15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10월 14일 13억9500만원(6층)에도 팔렸던 아파트가 단숨에 1억원 가까이 올랐다. 2002년 준공한 구축 단지지만 1호선 영등포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1·2호선 신도림역도 도보 거리에 있어 ‘가성비’ 좋은 아파트로 통한다.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CGV 등 생활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실수요자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다.
2022년 입주한 롯데캐슬클라시아(2029가구)는 길음뉴타운이 2010년 입주를 마친 지 12년 만에, 래미안길음센터피스(2019년)가 입주한 지 3년 만에 들어선 신축 아파트다. 4호선 길음역과도 가까워 단숨에 일대 대장 단지로 뛰어올랐다. 전용 84㎡는 이미 지난 2월 7일 18억원(19층)에 실거래됐을 정도로 시세가 높고, 이 단지에서는 20평대인 전용 59㎡가 15억원 턱밑에서 거래된다. 지난 1월 말 14억9000만원(23층), 14억4000만원(17층)에 각각 주인을 찾았다. 불과 지난해 1월 11억5000만원(11층)에 거래됐던 아파트가 1년 만에 3억원가량 뛰었다.
13억~14억원 구간에서 거래가 활발했던 단지는 은평구 녹번동 ‘래미안베라힐즈(9건)’,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6단지래미안(6건)’,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센트럴아이파크(5건)’, 은평구 응암동 ‘힐스테이트녹번역(5건)’,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5건)’, 장위동 ‘꿈의숲아이파크(4건)’ 등이다.
2019년 입주한 래미안베라힐즈(1305가구)에서는 전용 84㎡가 연초 12억~13억원대에 거래되다 최근 시세가 부쩍 뛰었다. 지난 2월 13일 전용 84㎡가 14억원(14층)에 계약서를 썼고, 최근엔 매물 호가가 14억~15억원에 형성돼 있다. 3호선 녹번역과 가까운 역세권 단지로 교통 여건이 양호한 것이 장점이다.
길음뉴타운에서는 구축·비대장 단지를 중심으로 턱밑 거래가 활발하다. 길음뉴타운6단지래미안에서는 연초 전용 84㎡가 13억~13억9000만원에 사고팔리다, 1월 말에는 14억2500만원(4층)으로 확 뛰었다. 일대 대장 단지인 롯데캐슬클라시아 전용 84㎡ 가격이 18억원에 육박하면서 주변에 있는 구축 단지가 키를 맞추기 시작했다.
길음뉴타운 열기는 장위뉴타운까지 옮겨갔다. 장위뉴타운에서는 지난해 6호선 돌곶이 역세권에 ‘장위자이레디언트(2840가구)’가 입주하며 전용 84㎡ 시세가 15억원, 전용 59㎡ 시세가 13억원 턱밑까지 올랐는데, 주변 단지가 이를 좇아 오르는 식이다. 꿈의숲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 2월 12일 13억7000만원(9층)에 실거래됐다. 직전 거래가격은 13억9000만원(7층), 14억원(20층)이었다.

역세권·정비사업 등 호재 살펴야
전문가들은 중저가 아파트가 15억원까지 오르는 키 맞추기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행 대출 규제가 유지되는 한 ‘15억원 이하, 대출은 6억원’이라는 레버리지 구간이 사실상 매수 기준선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급등하지 않는 한 실수요자는 대출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가격대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여기에 서울·수도권 입주 물량 감소, 전월세 상승 압력이 겹치면 임차 수요의 일부가 매매로 전환되면서 중저가 구간을 떠받칠 수 있다”며 “다주택자 규제로 고가 거래가 위축된 사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외곽·준신축 단지로 자금이 이동하는 구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매수 시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았다. 키 맞추기 장세는 호재 덕분이라기보다는 정책 효과에 따른 단기 왜곡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보연 교수는 “키 맞추기 현상 자체를 상승 근거로 보면 안 된다”며 “상승 동력이 있는, 즉 역세권 브랜드 대단지면서 신축·준신축이거나,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예정된 단지 등 기본 체력이 있는 단지 위주로 접근해야 가격 방어에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주현 대표는 “이미 상당수 지역 단지가 전고점을 넘었고 호가 역시 한참 올라 있다”며 “직전 실거래 가격과 호가 차이가 너무 큰 곳은 하락장에서 조정폭도 커지는 만큼 가급적 실거래가와 차이가 크지 않은 곳을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9호(2026.03.04~03.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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