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집 짓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장세희 기자]
언제부터인가 '번아웃'이라는 단어는 특별한 상태가 아니라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효율은 미덕이 되었으며, 쉼은 생산성을 위한 재충전의 도구로 축소되었다. 우리는 늘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지는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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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작은 숲속 오두막으로 패트릭 허치슨 지음 |
| ⓒ 웅진 지식하우스 |
오늘날 우리는 클릭 몇 번으로 서비스를 주문하고, 완성된 상품을 소비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 몸은 개입하지 않는다. 이 책은 그 사실을 건드린다. 저자는 손에 굳은살이 박히고, 허리가 아프고, 하루 종일 작업해도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감수한다. 즉각적인 보상이 없는 노동을 견디는 경험. 이것은 디지털 환경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감각이다.
더 주목할 점은 '공동체'다. 이 오두막은 개인의 탈출구가 아니라 친구들과의 공동 프로젝트다. 도시에서는 각자의 스케줄에 밀려 흩어지던 사람들이, 숲에서는 함께 망치를 들고 같은 벽을 세운다. 같은 공간에서 땀을 흘리며 갈등도 겪고 웃기도 한다. 완성된 집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보낸 시간이다. 개인화가 극단으로 치닫는 사회에서, 이 느슨한 연대는 작은 대안처럼 보인다.
자연 역시 이상화되지 않는다. 숲은 낭만적인 배경이 아니라 불편과 변수의 집합체다. 비는 작업을 멈추게 하고, 추위는 체력을 시험한다. 그러나 바로 그 예측 불가능성이 인간을 겸손하게 만든다. 통제 가능한 환경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자연은 여전히 통제되지 않는 영역임을 상기시킨다. 이 불편함은 일종의 균형 장치처럼 작동한다.
이 책을 단순한 '전원생활 체험기'로 읽는다면 핵심을 놓칠 수 있다. 오히려 이것은 고도화된 도시 문명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자기를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에 가깝다. 저자는 체제를 비판하지 않는다. 회사를 그만두고 완전히 다른 삶을 선언하지도 않는다.
그는 여전히 도시로 돌아가 일한다. 다만 숲속 오두막이라는 또 하나의 삶을 확보했을 뿐이다. 삶의 전부를 바꾸지 않아도, 일부를 다른 방식으로 살아낼 수 있다는 가능성. 그것이 이 책의 현실적인 힘이다.
우리는 종종 '완벽한 준비'가 되면 시작하겠다고 말한다. 더 많은 돈, 더 안정된 조건, 더 충분한 시간. 그러나 이 책은 말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고. 실패를 감수하며, 과정을 통과하는 동안 사람은 조금 단단해진다고.
<내 작은 숲속 오두막으로>는 결국 집을 짓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속도 중심 사회에서 속도를 늦추는 연습이고, 성과 중심 문화에서 과정을 회복하는 기록이며, 고립된 개인이 다시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다.
당장 숲으로 떠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오두막'을 마련할 수 있다.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한 시간일 수도 있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취미일 수도 있으며, 이해관계 없이 만나는 관계일 수도 있다.
삐뚤어진 못 자국은 남는다. 그러나 그 자국은 분명히 말해준다. 누군가 그 벽을 직접 세웠다는 것을. 번아웃과 과잉 경쟁의 시대에, 이 책은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직접 고치고 있는가.
망치질 끝에 남는 것은 집 한 채가 아니라, 다시 살아볼 수 있겠다는 감각인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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