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품은 현무암 돌다리, 철원에 있어요
[이정미 기자]
한창 한파가 계속될 때 남편이 한탄강 물윗길 트레킹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한탄강이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에 물 위를 걸으며 주상절리와 겨울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했다. 겨울 막바지이자 봄이 오는 길목에서 서울에 사는 딸과 함께 한탄강 물윗길을 걷는 생각만으로도 이미 행복해졌다.
아무리 날이 많이 풀렸다지만 민통선 최북단에 위치한 철원은 춥겠지 하며 서울로 올라갈 때 롱패딩을 챙겼다. 하지만 2월 28일 토요일엔 한반도의 북쪽에도 어김없이 봄 기운이 찾아와서 포근했다. 햇살이 따뜻해 옷차림이 가벼우니 마음도 발걸음도 한결 경쾌해졌다.
"물윗길은 폐쇄되었습니다. 주상절리길은 걸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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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탕폭포 철원 8경의 하나인 직탕폭포는 높이 약3m, 폭 80여m로 기세 당당하게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
| ⓒ 이정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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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무암 돌다리 약 27만 년 전 철원에서 태어난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다리라고 한다. |
| ⓒ 이정미 |
주상절기길을 걷기 위해 순담매표소로 이동하였다. 물윗길이 통제되어 이곳 주차장은 만차였고 도로변에도 주차된 차들도 가득했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성인 10,000원) 말로만 듣던 주상절리길에 오르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주상절리길은 한탄강 지상 20~30m 높이의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잔도를 매달아 설치한 길이다. 발 아래로 한탄강이 굽이쳐 흐르고 강을 따라 침식작용으로 생긴 주상절리를 감상하며 걷기 좋게 조성되어 있었다. 잔도 중간 중간 다리가 출렁거리고 높이가 매우 높아 아찔한 스릴감도 느껴졌다.
"엄마, 다리가 흔들거려 무서워!"
"이런 다리는 다 그래. 그냥 쭉 앞을 보고 가면 돼~"
무서워하는 하는 어린 딸을 달래며 조심 조심 전진하는 모녀의 모습이 예뻐 보였다. 우리처럼 잔도 위를 처음 걸어보는 사람들은 "흔들리니까 더 재미있어", "어지러워~", "지금 너희 엄마 건들지마" 하며 웃고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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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탄강 주상절리길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지상 20~30m 높이에 잔도를 매달아 한탄강과 주상절리를 감상하며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어 포근한 주말에 많은 사람들이 트레킹을 즐기고 있었다. |
| ⓒ 이정미 |
주상절리길을 걷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동송시장 부근 맛집 '솔향기'에 갔다. 30분을 대기한 뒤 오후 3시쯤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주문한 '복터진 만두 전골' 이 테이블 위에 잘 차려져 있었다. 일반적인 칼국수, 만두와 달리 면과 만두피에 노란 빛이 돌아 산뜻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주인장이 노란색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면 칼국수를 먼저 건져 먹고, 주황색 모래시계가 모두 떨어지면 그때 만두를 건져 먹으라고 설명해 주었다. 수제 만두라 둥둥 뜨니까 중간 중간 국자로 눌러서 만두가 국물에 잠기게 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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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터진 만두 전골 30년 넘게 이북의 방식대로 직접 빚은 만두와 칼국수에 야채와 버섯, 고기를 넣어 구수하게 끓여낸 전골을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
| ⓒ 이정미 |
식당 종업원으로 보이는 젊은 여직원이 식당 전면 TV 앞에 서서 손님을 향해 감사의 인사말을 했다. 내 평생 이런 식당은 처음 보았다. 인사말을 하는 직원의 태도와 목소리에 친절함과 감사함이 가득 느껴졌다. 듣는 내내 미소를 지으며 호응하고 손뼉도 크게 쳤더니 음료수를 서비스로 주었다.
식당 테이블 위에는 블로그 리뷰를 작성하면 철원쌀 500g을 준다는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 이런 안내판은 자칫 인상을 찌푸리게 할 수 있는데 친절한 문구가 이런 마음을 싹 사라지게 했다. 더욱이 음식 맛이 다시 찾고 싶고, 철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으니 저절로 리뷰를 작성하고 싶어졌다. 딸이 리뷰를 작성하고 철원쌀 500g을 선물로 받았다.
원산지 표시판도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식자재가 모두 이 지역 철원산이다. 재미있는 것은 마음은 '자연산'이라고 써 두었다. 미소가 피어 올랐다. 잘 되는 가게는 이유가 있다. 가게를 나오며 나는 생각했다. 일터에서 이 두 가지, '타인의 행복'과 '감사함'을 늘 염두하는 것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하는.
"잘 지내. 3,4월 갓생하고..., 5월 연휴에 만나자!"
딸을 꼬옥 안아주고 집으로 내려왔다. 지난 해 이맘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딸을 타지에 홀로 두고 내려오면서 눈물보가 터졌던 기억이 생생했다. 딸과 함께 해서 더 좋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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