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창모 '대리석 건물' 세종문화회관에서 첫 단독 콘서트

박병희 2026. 3. 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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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피아니스트 꿈, 경제적 이유 포기"
"피아니트스트로 꿈꿨던 무대…감회 새로워"

래퍼 창모는 세종문화회관을 '대리석 건물'이라고 표현했다. 고급스러워 탐은 나지만 어딘가 자신이 욕심을 내기에는 부담스러운 공간이라는 뜻으로 읽혔다. 어렸을 때 클래식 피아니스트의 꿈을 꾸다 포기하고 현재 전혀 다른 장르의 힙합 음악을 하고 있는 그의 삶을 연상케 하는 표현처럼 느껴졌다.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언젠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꿈을 꾸며 공연을 보러 오기도 했다. 이후 힙합을 하면서 세종문화회관에서의 공연은 꿈도 꾸지 않았다. 살다 보니 기회가 만들어져서 '세종문화회관을 이렇게도 오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공연 잘 준비하겠다."

창모는 오는 5월9~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한다. 클래식음악 공연장으로 익숙한 세종문화회관에서 래퍼가 단독 콘서트를 하는 것은 창모가 처음이다.

창모(가운데)가 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5월 세종문화회관에서 단독콘서트를 하게 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왼쪽)과 이광일 음악감독임 함께했다. 세종문화회관

그는 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표곡을 들려주는 콘서트이지만, 공연장이 세종문화회관인 만큼 클래식 음악 연주도 함께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콘서트 제목이 '창모: 더 엠퍼러(Emperor·황제)'인만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연습 중이다. 그는 패기 있게 베토벤을 선배님이라 칭했다.

"베토벤 선배님의 '황제'를 열심히 연습 중"이라며 "피아노를 그만둔 지 20년 가까이 돼 전곡을 연주할 수는 없지만 맛보기라도 보여드리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황제 1악장 중 일부를 연주하고, 제 곡들도 몇 개 묶어서 메들리처럼 연주해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모는 지난해 12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제안을 받은 직후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고 밝혔다.

"유럽에서 음악을 만들어서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하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다. 태어나서 유럽 여행을 한 번도 가지 않았는데 세종문화회관에서 섭외를 받은 뒤 올해 1월에 처음으로 유럽을 다녀왔다. 기운을 받으려고 베토벤 선배님의 묘지를 찾아가서 인사도 드리고 음악을 하나 만들었다. 세종문화회관에 딱 어울리는 곡이다. 다만 가사는 좀 더 순화해야 한다."

창모는 피아노를 포기한 것에 대해 단순한 경제적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클래식 연주자가 되려면 으레 거쳐야 할 과정들이 있다. 저희 집에서는 그 과정을 감당할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어머니랑 얘기하면서 클래식 피아니스트로서 꿈을 꺾었던 순간이 있었다. 당시 저는 어머니와 상호 간의 합의라고 생각하지 않고 세상이 이렇게 만들었다는 불만이 컸다. 혼자서 취미 생활처럼 반항적인 가사들을 쓰고, 녹음하고, 그 곡들이 유명해지면서 현재의 래퍼 창모가 됐다. 결국 이렇게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서게 됐으니 삶이 그냥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클래식과 관객층이 전혀 다른 힙합 음악을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이는 데 대한 부담은 크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음악을 한다는 본질은 같기 때문에 특별히 어렵다고 느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 콘서트 시리즈 1 '창모: 더 엠퍼러'.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대중가수의 콘서트 무대를 세종문화회관에 마련해주는 것에 대해 걱정도 있지만 기대가 더 크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힙합이 우리 시대의 문화적 매체로 자리를 잡았고 이를 수용하는 것은 세종문화회관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세종문화회관도 1년에 한두 번 쯤은 새로운 예술을 시도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종문화회관은 때로 경계를 확장하고 또 관객들에게 예상치 못한 새로운 경험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사장은 새로운 예술을 수용함으로써 서로 주고받는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하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창모의 음악이 대중에게 새롭게 보이기도 할 것이고 세종문화회관도 새로운 음악을 수용함으로써 새로운 관객을 껴안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 충돌도 있겠지만 새로운 시너지도 생기지 않을까 싶어 걱정도 되지만 기대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창모는 "이렇게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경우 힙합에서는 '샤라웃(Shout out)'을 외친다"며 "안호상 사장님께 샤라웃을 날려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적 꿈이 좌절된 뒤 아예 미련을 두지 않고 다른 길을 걸어왔는데, 예상치 못한 기회로 그때 꿈꾸던 공간에 서게 됐다"며 "감회가 남다른 만큼 좋은 공연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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