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의설계]'엘리엇 트라우마' 벗어난 국민연금, '소신 투표' 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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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국민연금)이 정당하게 자기 권리인 의결권을 행사했는데, 누군가 자꾸 아버지(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면 아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번 승소로 국민연금이 외부 압력 없이 독립적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김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국민연금은 해외 자본의 ISDS 위협에서 벗어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더욱 소신 있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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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유 대표변호사
연금 징수·지급이
국가의 일이라도
보유 주식 의결권 행사
'사경제 주체'의 행위

"아들(국민연금)이 정당하게 자기 권리인 의결권을 행사했는데, 누군가 자꾸 아버지(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면 아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번 승소로 국민연금이 외부 압력 없이 독립적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우리 정부의 '역전 승소'를 이끈 김갑유 피터앤김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는 4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주주권 행사가 어떻게 국가의 공권력 행사가 될 수 있느냐"라며 "연금을 징수하고 지급하는 것은 국가의 일일지 몰라도, 보유한 주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사(私)경제 주체'의 행위라는 법리를 영국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찬성 의결권 행사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엘리엇이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ISDS를 제기하며 시작됐다. 2023년 중재판정부(PCA)는 정부에 약 1억782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판정했으나, 정부는 이에 불복해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냈다. 1심 각하라는 고비를 넘기고 항소심을 거쳐 최근 고등법원에서 승소하며 국고 유출을 막아냈다.
김 변호사는 "한미 FTA는 불필요한 중재를 막기 위해 ISDS의 관문을 매우 좁게 설계한 협정"이라며 "그런데 중재판정부가 이를 너무 넓게 해석해버렸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 제11.1조는 국가기관의 조치로 인한 피해만을 중재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PCA가 국민연금을 사실상 국가기관으로 본 것은 협정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논리였다.
일각에서 제기된 '이자 비용 부담에 따른 합의론'에 대해 김 변호사는 "국가는 원칙이 중요하다. 법정 이자 5%가 무서워 억울한 판결을 수용하는 것은 국가의 태도가 아니다"며 "잘못된 선례를 방치해 앞으로 치러야 할 국력 낭비와 소송 비용은 지금의 이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반박했다.
아직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영국 법원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결정 과정에 개입한 행위 자체는 '관련성 있는 조치'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곧 국가의 행위라는 전제 자체를 무너뜨렸기 때문에 상대방이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진 구조"라고 분석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승소의 유무형적 가치가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약 264조원(지난해 말 기준)에 달하는 막강한 국내 주식 자금력을 바탕으로 고려아연, 한미약품 등 주요 기업의 경영권 분쟁 때마다 승패를 가르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수행해왔다. 특히 코스피 '슈퍼 사이클' 국면에서 주주권 강화는 증시의 지속적인 상승을 뒷받침할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김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국민연금은 해외 자본의 ISDS 위협에서 벗어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더욱 소신 있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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