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다 기억이 중요, 사진촬영 불가 리움미술관 전시
[김형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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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노 세갈' 전이 열린 삼성재단 리움미술관 입구 도로 |
| ⓒ 김형순 |
형태 없는 '비물질' 미술 탄생
그는 비물질 예술을 지향한다. 그런데 이게 과연 가능한가? 그리고 전시장 내에서 사진 촬영도 금지된다.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다. 전시 계약도 문서 없이 구두로만 성사된다. 그러나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의 전시 설명을 듣고 보니 오해가 좀 풀린다.
"우리는 먼 옛날부터 춤과 몸짓과 소리 같은 '구전(口傳)'으로 문화를 전파해 왔어요. 그런데 우리가 그런 문화를 잠시 잊은 거죠. 작가는 경험과 상호 관계로 물질 없이도 현대미술이 가능하다 본 거예요. 그는 정치경제학 전공이기에 현 사회의 생산방식을 물었겠죠. 그러다가 지구의 자원 쓰지 않는 미술을 고민했고 마침내 '형체 없는 <비물질> 신체 조각'을 착안한 거죠. 그런 독창적 발상으로 세계적 작가가 됐어요. 또 무용도 공부해, 미술에 무용을 결합한 시간 예술로 변형했어요."
그가 보기에 산업사회는 물질이 중요했겠지만, 지금은 미술관에 활력을 넣어 그 지평을 확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물질 없는 비가시적' 예술 즉, 에너지나 자원이 없어도 인간의 신체, 언어, 사회적 상호작용만으로도 미술관에서 즉각적인 조각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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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노 세갈 작가(가운데)와 '질의응답' 시간의 인터뷰 장면.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왼쪽) |
| ⓒ 김형순 |
그는 셀리아 루리(C. Lury) 교수의 저서 <소비문화(Consumer Culture)>를 언급하며, "전시장은 백화점이 아니다"라는 말을 꺼냈다. 작가의 핵심은 전시장에서 감상자가 작품을 단순한 구경 거리로 소비하는 게 아니라, 작품을 숙고하는 가운데 뭔가 흐름을 읽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루리 교수 자료를 검색해 보니 이런 문구가 나온다. "백화점은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상품을 큐레이션하는 전시장이 되었고, 또 전시장도 소비를 학습하고, 소비자의 감각을 훈육하는 장치가 되었고. 미술관, 박람회, 백화점, 쇼윈도도 그런 계보가 되었다"라고. 이는 맑스의 '상품 물신성'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미술관 측에서 공모한 배우나 무용수 출신의 '퍼포머(행위아트공연자)'가 보인다. 전통적 시각 중심의 미술과 다르게, 소리와 몸짓이 긴밀하게 연결된다. 이런 걸 작가는 '구성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이라 부른다. 비물질 조각을 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다. 작가는 이렇듯 연결과 관계와 교류를 중시한다는 면에서 '관계 미학'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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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재단 리움미술관 M2 전시장 입구. 커튼이 가려져 내부는 안 보인다 |
| ⓒ 리움미술관 |
티노 세갈은 전시에 참여자를 다 '해석자(interpreters)'라고 보았다. 무엇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바로 "관객의 참여"다. 이들이 없으면 작품도 나오지 않는다. 비물질 미술에서는 "관객이 작품의 재료"가 되다. 물질이 없는 전시니 사진을 찍을 필요도 없다. 기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기억이 중요하다.
전시장(M2) B1층엔 리움미술관 소장품인 로댕 등 여러 작품이 널려 있다. 이런 청동상과 다르게 실제 남녀가 온몸을 격렬하게 껴안는 '키스(2002)'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여기서 물질 조각과 비물질 신체 조각가의 차이를 바로 알 수 있다. 퍼포머는 오전과 오후 4시간씩 2팀이 교대한다. 그리고 6주마다 퍼포머가 통째로 바뀌기에 나중에 온 관객은 처음과 다른 작품을 보게 된다.
M2 1층에서도 역시 세갈 작가가 엄선한 리움미술관 소장품 '권오상, 자코메티, 곰리, 강서경, 솔 르윗' 등 '조각군'이 전시돼 있다. 이처럼 전시장에서 관객은 작품을 감상하는 게 아니다. 대신 작가와 퍼포머와 관객이 시공간을 넘어 하나로 공감대를 형성하면 작품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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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노 세갈 I '이 당신(This you)' 일명 '정원'. 리움미술관 입구 직전에 위치 2006 |
| ⓒ 김형순 |
이 밖에도 리움미술관 들어서기 전, 정원에 설치된 '이 당신(This you, 2006)'도 있다. 이 작품은 정원에서 해설자가 관객을 만날 때 일어나는 감흥을 세레나데처럼 읊어준다. 이번에 총 8점이 나왔다. 현대미술의 감상이 현대음악만큼이나 쉽지는 않다.
결론으로 그에서 몸은 조각이고, 목소리는 음악이고, 전시장은 바로 설치작품이 된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관객이 단지 감상자만이 아니라 작품의 공동 창작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관객은 이런저런 기억만으로도 이런 작품의 소장자가 되는 것이다.
<작가소개> '티노 세갈(1976~)'은 런던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영국령 인도에서 태어났고, 어머니는 독일 출신이다. 베를린 훔볼트대에서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예술대에 들어가 현대 무용과 개념미술도 공부했다. 유럽에서 전위적인 공동 안무 작업도 했다. 뉴욕 구겐하임(2010), 런던 테이트모던(2012), 퐁피두센터(2025), 베니스비엔날레(2013), 독일 카셀도쿠멘타13(2012) 등 국제전과 여러 행사에 참가했다. 현재는 베를린에 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리움미술관 홈페이지 https://www.leeumhoam.org/le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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