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날을 기리며, 2026 빛의 혁명을 완수하라
뉴스피치는 제118주년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3월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 세종여성연대(9개 단체·기관)와 함께 3.8 언론캠페인을 진행한다. 세종지역 여성들의 릴레이 칼럼을 통해 성평등의 현재를 짚고, 제도와 정책의 과제를 시민과 공유한다. 첫 기고는 이옥분 여성긴급전화 1366세종센터장이 맡았다.
세계 여성의 날은 20세기 초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권·참정권 투쟁에서 시작됐다. 1975년 유엔이 국제기념일로 공식 지정했으며, 한국에서는 1985년 제1회 한국여성대회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2018년부터는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3월 8일이 법정기념일로 기념되고 있다. <기자말>
[이옥분]
|
|
| ▲ 3.8언론캠페인 이미지 재능나눔=오준영 움직임협동조합 이사장 |
| ⓒ 뉴스피치 |
일각에서는 제도적 정비가 완료되어 구조적 성차별은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 공고히 지속되어 온 성차별이 몇몇 정책만으로 해소될 리 없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소외감과 외로움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이 많다. 이는 개인의 역량 부족이나 심리적 취약성 때문이 아니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가 개인에게 정치적 소외감과 경제적 박탈감, 무력감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첫째, 여성들의 정치적 소외감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주의와 공정함을 갈망하며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밤을 지새웠던 여성들의 바람은 '성평등이 곧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믿음이었다. 이제는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 여성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정책이 필요하다. '성평등가족부'는 명칭 변경에 그칠 것이 아니라, 예산과 조직 면에서 '미니 부처'라는 오명을 벗고 성평등 사회를 이끌 위상과 권한을 갖춰야 한다. 정책이 일회성 이벤트로 소비되지 않으려면 중장기 비전을 함께 세워야 한다. 한 예로 최근 '생리대 가격'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반가움보다 아쉬움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 임신·출산·피임·낙태 등 생식과 관련한 사항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재생산권(Reproductive Rights)'에 대한 본격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둘째, 여성의 빈곤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 1992년부터 2024년까지 33년 연속 OECD 성별 임금 격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통계 자체를 부정하는 선동까지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졌음에도 유리 천장과 임금 격차로 인한 박탈감은 여전하며, 직장 내 성희롱 등 노동권 침해 또한 빈번하게 발생한다. '성평등 공시에 관한 법' 등을 통해 임금 공시를 의무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경제적 소외와 박탈감을 해소하려면 노동시장과 사회 구조가 여성의 생애 주기를 온전히 반영해야 한다. 임금, 경력, 돌봄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노동의 가치가 성별에 따라 차별받지 않는 공정한 사회, 돌봄을 개인의 부담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하는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셋째,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가 증가하며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기보다, 혐오의 정서가 확산되면서 여성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등 전통적 젠더폭력 예방 교육이 지속되고 있지만 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기술을 이용한 성착취물 제작과 디지털 성범죄로 온라인 공간에서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스토킹과 교제폭력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은 주거지와 직장 같은 일상의 공간까지 위협하며 고립을 가중한다.
여기에 성평등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과 조롱을 일삼는 백래시(Backlash)까지 더해지면서 심리적 위축감은 깊어지고 있다. 불안과 고립이 심화될수록 서로를 동료 시민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갈등만 증폭될 것이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헌법상 평등 원칙을 실현하여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성적 지향 등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며칠 전, 긴급피난처에 머물던 한 여성이 세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남편의 폭력을 피해 급하게 몸을 피하느라 얇은 옷차림이었던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밟혀, 지금쯤 그들이 따뜻하고 안전하게 지내고 있을지 마음이 쓰인다.
현재의 피해자 보호 제도는 이들 모자에게 임시 숙소를 제공했지만, 지속적 안전과 아동의 성장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제 정책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피해자가 집을 떠나야 하지만, 해외의 경우는 다르다. 가해자에게 피해자와의 주거 공유를 제한하고, 가해자가 임시 숙소에 머물며 교육을 받도록 강제한다. 그 과정에서 폭력 행위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여성과 아동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직시하고, 폭력이 아닌 다른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배운다. 반면 우리 사회는 근본적 해결책인 가해자 교육과 '행동 교정 프로그램'을 여전히 등한시하고 있다.
|
|
| ▲ ⓒ 이옥분 여성긴급전화 1366세종센터 센터장 |
| ⓒ 뉴스피치 |
|
|
| ▲ 이미지=세종여성플라자 제공 |
| ⓒ 세종여성플라자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종시 공동체 미디어 '뉴스피치'에도 실립니다.‘뉴스피치(Newspeach)’는 세종시에 거주하는 중장년층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지역언론으로서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조성에 기여하고자 창간되었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없던 약국이 생겼다...인구 4천 명 마을 살린 '월 15만 원'의 기적
- 진정한 '노후 보장용' 퇴직연금은 이것밖에 없다
- "갑작스러운 개혁" 조희대의 반발... 지금이 1950년대인가?
- 이란 최고지도자 제거? 미국은 이것을 무너뜨렸다
- [단독] 쌍방울 핵심 관계자 "박상용 검사, 이화영 좀 빨리 설득하라더라"
- 이 대통령 자서전의 그 필리핀 노동자, 34년 만에 다시 만났다
- '비대칭적 인내'로 주변국 공격하는 이란, 버티는 걸프 국가... 왜?
- 조희대, 이제 여론조사까지 왜곡하나
- [손병관의 뉴스프레소] 강훈식 차출 없는 '청와대 3실장 유지' 가닥
- 윤석열 '12·3 비상계엄, 전두환 쿠데타와 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