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54)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2악장 아다지오
음악사를 보다보면 한때 잠시 존재했지만 여러 이유로 역사의 뒤안 길로 사라져간 곡들이 있다. 어디 곡 뿐이랴, 이렇게 시리져 간 작곡가나 악기들도 심심지 않게 많다. 따라서 이런 악기를 위해 작곡된 곡은 극소수일 뿐이다. 아르페지오네도 그렇게 사라져 간 악기 중 하나다.
1823년 빈의 스타우퍼라는 사람이 발명한 아르페지오네는 6개의 활로 생김새도 기타 모양이라 기타 첼로라고 불렸던 악기다. 악기의 이름은 이태리어의 '하프를 연주하다'는 아르페지아레에서 유래된 말로 프랑스에서는 사랑의 기타, 독일에서는 활로 연주하는 기타 등 악기이름에 꼭 기타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아르페지오네를 생각하면 어쩐지 바로크 시절 바흐가 주로 연주했던 비올라 디 감바가 생각난다.
아르페지오네로 작곡한 곡 중에 현재까지 남아서 최고의 명곡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곡은 단연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일 것이다. 특히 이 곡은 슈베르트 자신의 건강이 무척 악화된 상태에서 작곡한 곡이라 그런지 다분히 비관적인 음률이다. "나의 작품은 음악에 대한 나의 이해와 슬픔을 표현한 것입니다. 슬픔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 세계를 가장 즐겁게 하리라고 생각됩니다. 슬픔은 이해를 돕게 하고 정신을 강하게 합니다."슈베르트는 자신의 슬픔을 표현하면서 오히려 우리에게 위로를 주고 있다.
그러면 현재는 없는 악기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어떤 악기로 연주할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의 현악기가 가장 알맞는 음율과 음역대이고 의외로 첼로의 저음은 곡 자체를 조금은 다르게 표현하면서 우아한 아름다움이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필자의 경우는 이 곡을 정직하게 표현하는데 비올라 만큼 적합한 악기는 없다는 느낌이 든다. 그 이유는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그다지 화려하거나 표나게 우아하거나 애절하게 간드러지는 곡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분히 애수와 동경이 느껴지지만 무한한 자유로움을 내포한 주제음은 언제 들어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현 시대 최고의 비올리스트 노부코 이마이(Nobuko Imai)가 비올라에 대해 언급한 말이 재밌다. "바이올린이 와인의 라벨이라면 첼로는 와인 병이고 비올라는 그 안에 담긴 와인과 같다"고 했다. 물론 비올리스트의 말이지만 그만큼 실내악에서 비올라의 연주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곡이 될 수 있다는 은근한 암시다. 그렇다고 비올라가 비이올린처럼 재량껏 기교를 뽐낼 수 있다거나 첼로처럼 깊고 둥근 울림을 주는 악기는 못된다 . 그러나 "말로 전달하지 못하는 수많은 마음 속의 감정을 전달하는 영혼의 악기"라고 비올라를 비유한 사람도 노부코 이마이다.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사실 전 악장이 다 다르게 감동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2악장의 아다지오(Adagio)는 시작되는 피아노 서주에 이어서 애수에 찬 비올라의 음률은 언제 들어도 맑고 정직하다. 피아노와 비올라의 이중창은 그저 듣고만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1악장의 알레그로 모데라토(Allegro Moderato)는 낭만파의 주제답게 유연한 음률로 흐른다. 슈베르트 자신이 가곡의 왕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전체적으로 노래말 처럼 흐르는 유연한 음률이다. 2악장 아다지오(Adagio) 와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서정의 최고봉을 이룬다.기도하듯, 명상하듯 시작되는 2악장의 첫 음률을 놓쳐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이 첫 음률이 2악장 전체를 관통하듯 흐르는 음률이기 때문이다.슬픈 사람이 작곡한 곡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슬픔을 위로하는 곡이다. 3악장의알레그레토(Allegretto)에 와서는 헝가리 풍의 경쾌한 음률로 피치카토와 섞여서 가곡다운 느낌이 가장 진하게 풍겨나오는 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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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칼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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