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유신 독재 뚫고 나온 '저항의 외침', 50년 만에 고국에서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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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서슬 퍼런 유신 독재의 칼날 아래 대학 강단에서 쫓겨난 지식인들이 모인 곳은 화려한 대성전이 아니었다.
서울의 한 모퉁이, 이름마저 낮은 곳을 향했던 '갈릴리교회'.
단순히 설교문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이문영 교수의 회고록과 문영미 선생의 증언, 그리고 당시 일본어판 편집자의 해설을 덧붙여 갈릴리교회라는 공동체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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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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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릴리교회 설교집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
| ⓒ 출판위원회 |
이번에 발간된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는 그 격동의 현장에서 선포되었던 생생한 증언들을 엮은 설교집이다. 3·1 민주구국선언 50주년을 맞아 출간된 이 책은 단순한 종교 서적을 넘어, 한국 민주화 운동사의 '살아있는 화석'과도 같다.
흥미로우면서도 아픈 지점은 이 책의 출생지다. 본래 이 설교집은 1978년 일본 신교출판사에서 <主イエスよ来たり給え: ガリラヤ教会説教集>이라는 제목으로 먼저 세상에 나왔다. 당시 갈릴리교회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투옥되자, 이들의 목소리를 국제 사회에 알리고자 일본 기독교인들이 긴급히 펴냈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비로소 한국어판으로 다시 태어난 이 책은 우리 현대사의 비어있던 페이지를 채워 넣는 역사적 복원 작업이기도 하다.
문익환 목사의 '가난해야 합니다', 안병무의 '오늘의 그리스도', 서남동의 '민중의 복음서', 이문영의 '성탄―간절한 마음의 시작', 문동환의 '기다리는 자의 삶', 이우정의 '박해받는 선교', 이해영의 '엠마오로 가는 길―죽으면서 산다' 등 책에 수록된 12편의 설교는 종교적 메시지를 넘어 시대를 향한 예언자적 선언이었다.
이들의 메시지는 박제된 교리가 아니었다. 고통받는 민중의 삶 속에서 예수를 발견하고자 했던 '민중신학'의 태동이 이 짧은 강론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억압과 불의가 일상이던 시절, 이들에게 복음은 위로인 동시에 불의한 권력을 향한 날 선 저항이었다.
이번 한국어판의 가치는 '기록의 힘'에 있다. 단순히 설교문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이문영 교수의 회고록과 문영미 선생의 증언, 그리고 당시 일본어판 편집자의 해설을 덧붙여 갈릴리교회라는 공동체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특히 국사편찬위원회와 각 아카이브가 제공한 첫 예배 주보, 육성 녹음테이프 사진, 빛바랜 설교 원고 등 귀한 사료들은 독자를 1970년대 그 뜨거웠던 예배의 현장으로 단숨에 이동시킨다.
갈릴리교회는 1990년 그 소임을 다하고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들이 외쳤던 정의와 평화, 소외된 이웃을 향한 연대의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종교가 세속화되고 신앙이 개인의 안복(安福)에 매몰되어 간다는 비판을 받는 오늘날, 이 책은 묻는다. "당신의 신앙은 지금 누구의 곁에 서 있는가?"
어두운 시대를 건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낡은 기록이 아닌 미래를 가리키는 정직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대한기독교서회 출간.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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