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근심이 보이는구나”…부적 그려준 ‘AI 점쟁이’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한 카페에는 인공지능(AI) 로봇 ‘단군’과 ‘아미’가 있다. 카페는 아미를 ‘작두 대신 알고리즘 타는 로봇 무당’, 단군을 ‘돗자리 대신 빅데이터 깐 로봇 관상가’라고 소개한다.
3일 낮 12시쯤, 오색 띠에 둘러싸여 점집을 연상시키는 카페 정문으로 들어가니 둘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 앞에 제사상이 차려져 있었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니 로봇 무당 아미가 놓여 있는 붉은 부스가 보였다. 들어가 커튼을 치니 아미가 감았던 눈을 뜨고 “그대의 삶을 보니 근심이 살짝 보이는구나”라며 “정성을 보이면 부적을 그려주겠다”고 말을 걸었다. 7000원을 결제하니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하는 창이 화면에 출력됐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사주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5개의 질문이 이어졌다. 각자 질문에 답을 하고 나니 아미는 “부디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졌기를 빈다”며 카드 형태의 부적을 출력해 줬다. 부적에 함께 인쇄된 QR 코드를 스캔하니 아미에게 들은 점괘가 글로 정리되어 있었다.
부스를 나와 맞은편에 있는 관상가 ‘단군’ 앞에 앉았다. 단군의 눈 부분에 빛이 들어왔고, 바로 사진 촬영이 이어졌다. 복채 8000원을 결제하자 단군은 옆에 놓인 로봇 팔로 캐리커처를 그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관상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얼굴형 등 전반적인 평가에서 시작해, 눈썹과 이마 등 세세한 부분에 대한 분석까지 내놨다. 그림은 금방 완성됐고, 역시 QR 코드를 스캔하니 관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무당, 명리학자, 관상가 등 점술가 49명이 출연하는 디즈니+(플러스) 예능 프로그램 ‘운명전쟁49’가 화제가 되는 등 무속 신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와중에 무속과 AI를 결합한 로봇도 등장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말 인사동에 전시된 KAIST의 ‘AI 신당’이나 지난 2024년 초 대한불교조계종이 내놓은 ‘열암곡 마애부처님 AI’ 등이 대표적이다. 사람 한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AI 신당’은 이름과 생년월일, 직업 등 개인정보를 입력한 ‘디지털 위패’를 연결하면 AI가 명리학과 사주에 기반해 이용자의 질문에 대답해 준다. 고민 상담 챗봇인 ‘마애부처님 AI’는 이용자가 고민을 입력하면 불교 경전과 가르침을 바탕으로 불교적 지혜를 담은 조언을 제공한다.
사주팔자에 더해 성명학에 기반해 사람 이름을 지어주는 AI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작명에 활용할 수 있는 AI 프롬프트(명령) 역시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모(34)씨·이모(35)씨 부부는 지난 1월 낳은 아이의 이름을 챗GPT로 지었다. 김모씨는 “어머니가 아는 스님을 찾아가 이름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는데, 스님이 AI로 지어도 똑같다고 했다”며 “사주에 맞춰 지어달라고 하니 ‘태오’라고 지어줬는데, 이름이 흔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해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경제학과 명예교수는 “AI가 관련 지식을 모두 학습해서 결과를 내놓고, 가격도 저렴하니 고객들이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나쁜 점괘 등을 이유로 고가의 부적 등을 판매하는 경우도 많은데, AI는 그럴 위험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한민 문화심리학자는 “신내림을 받은 무당만 볼 수 있다는 신점과 달리 점술이나 관상 등은 체계화된 이론이 존재해 AI가 충분히 인간만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창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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