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천피’ 시대...‘ETF 열풍’ 투자 저변 넓혔지만
코스피가 사상 첫 ‘6천피’ 시대를 열었다. 지난 2월 2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1% 상승한 6083.86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코스피가 6000을 넘긴 것은 지수 산출 이후 처음이다.
한국 증시가 전인미답 고지를 연달아 돌파한 배경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개인투자자 자금 유입이 지목된다. 특히, 뒤늦게 증시 랠리에 올라타려는 ‘포모(FOMO·소외 공포감)’ 투자자들이 ETF에 뭉칫돈을 밀어 넣는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증시 매수 주체 대부분이 ETF발 자금으로 파악된다. ETF는 특정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을 거의 그대로 복제해 지수 등락률만큼 좇는다는 의미에서 패시브(Passive·수동적)펀드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런 패시브 쏠림 심화는 증시 유동성·수급 측면에서 또 다른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개별 기업 실적이나 업황과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관련 종목을 담는 과정에서 ‘눈덩이 굴리듯’ 수급이 따라붙어 가격발견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 ETF발 증시 변동성 확대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투자자, ETF로 공격 매수
코스피가 지수 앞자리를 또 갈아치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 25일 코스피는 지난 1월 27일 종가 기준 5000을 돌파한 데 이어 29일 만에 6000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10월 27일 4000 돌파 뒤 약 넉 달, 지난 1월 27일 종가 기준 5000을 넘어선 지 약 한 달 만에 세운 기록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최근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와 개인투자자 간 행보가 대비를 이룬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월 24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0조454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외국인의 지난해 연간 코스피 순매도액(4조6550억원) 2배를 웃돈다. 매도 물량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에 집중됐다.
이 기간 기관투자자는 9조27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다만, 매수 주체를 뜯어보면 사실상 개인투자자 ETF 매수가 대부분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개인이 ETF를 매수하면 증권사인 유동성 공급자(LP)가 해당 ETF 구성 종목을 시장에서 사들인다. 이 물량은 ‘금융투자’ 수급으로 잡힌다. 올 들어 금융투자로 잡힌 순매수 규모는 15조7700억원 정도다. 이외 주식형 펀드 수급을 뜻하는 투신, 사모펀드는 물론, 보험·연기금 등 ‘진짜’ 기관투자자는 죄다 주식을 팔아 치웠다. 속을 뜯어보면 외국인과 ‘진짜’ 기관투자자가 팔아 치운 주식을 개인투자자가 ETF로 받아갔다는 의미다.
코스닥 시장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ETF 수급을 뜻하는 금융투자 순매수 규모는 12조337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정부의 코스닥 부양 정책 기대감을 타고 코스피 랠리를 놓친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 ETF로 몰려든 결과로 풀이된다. 올 들어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ETF도 KODEX 코스닥150이다.
패시브가 밀어올린 증시
‘왝더독’ 등 부작용 우려도
ETF 등 패시브 수급이 밀어 올린 증시 랠리를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업황·실적과 무관한 주가 상승이다. ETF는 개인투자자 매수·매도 주문에 대응해 증권사 같은 유동성 공급자가 기계적으로 물량을 공급한다. ETF 개인 매수 → 유동성 공급자의 ETF 매도 → 유동성 공급자 현물 헤지 매수로 이어진다. 가령, 유동성 공급자가 개인 투자자 순매수에 대응하려 ETF를 매도하면 손실 위험을 줄이려 기초자산인 현물 주식이나 선물을 매수하는 헤지 포지션을 취한다. 이 과정에서 기초자산 주가가 기업 실적이나 정보 변화보다 ETF 자금 유출·입과 유동성 공급자 리밸런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개별 종목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왝더독은 현물 주가가 기업 실적이나 중장기 전망보다 파생상품 수급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을 뜻한다.
코스닥 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코스닥 ETF로 자금 유입이 확대되자 업종과 실적을 가리지 않고 지수 편입 비중에 따른 기계적 매수로 주가가 동반 급등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에코프로는 연초 이후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주가 상승 속도가 기업 실적 개선세를 크게 앞지르자 시장에서도 경고음이 커졌다. 특히 본업 영업이익 적자가 두드러진 에코프로비엠에 대해서는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낸 곳이 많다. 흥국증권과 DS투자증권은 ‘매수’에서 ‘중립(HOLD)’으로 낮췄다. 신한투자증권은 ‘매수’에서 ‘트레이딩 매수(단기 매수)’로 조정했다.
둘째, 패시브 자금 팽창은 자본 시장 핵심 기능인 ‘가격발견(Price Discovery)’ 기능을 구조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하버드대와 시카고대 연구진이 주장한 ‘비탄력적 시장 가설(Inelastic Markets Hypothesis)’에 따르면, 주식 시장은 수요에 ‘비탄력적(Inelastic)’이다. 이는 주식 시장에서 수요의 가격 민감도가 낮고 소액 자금 이동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변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 이론은 자금이 유입되면 주식 가격이 오르고 가격이 오르면 매도 물량이 늘어나 수급이 균형을 찾는다고 본다.
최근 목격되는 현실은 기존 이론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많은 기관투자가가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유지하려는 규칙에 묶여 있고, 공매도나 차익거래 역시 엄격한 위험관리 탓에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 즉, 가격 상승에도 매도 압력이 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식 시장은 ‘비탄력적’이며 이 때문에 주가가 올라도 매수 수요가 크게 줄지 않는다는 게 논문의 주장이다.
특히 패시브 자금은 기업 가치 판단과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유입돼 ‘정보 없는 수요’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ETF 등 순자금 1달러 유입이 시장 시가총액을 3~8달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런 식으로, 개별 기업 뉴스가 가격에 반영되는 속도와 강도가 둔화하고 종목 간 주가 동조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한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단기 변동성을 넘어 자본 배분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주식시장 가격이 할인율(기대수익률)과 미래 현금흐름 함수였지만, 비탄력적 시장에서는 ETF 같은 외부 자금 유입이 가격을 밀어 올린다. 지수 비중이 높은 대형주는 자금 유입 수혜를 누리지만, 중소형주는 현금 창출 역량과 무관하게 상대적으로 자본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ETF 시장 확대는 포트폴리오 정보 효율성 관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개별 종목 가격 효율성이나 변동성 관점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현물 주식 등 기초자산에서 이런 현상이 심화할 경우 투자자 효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TF가 국내 자본 시장에 미치는 긍·부정 영향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9호(2026.03.04~03.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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