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탐욕지수 바닥…비트코인 지금 사도 될까
비트코인이 지난 2월 한때 최근 2년 새 최저점을 찍으며 투자자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 지난해 10월 12만5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던 비트코인은 불과 몇 달 만에 고점 대비 반 토막 나며 6만달러 선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한때 1억원 벽이 처음 무너지며 8900만원까지 하락해 투자자 사이에서 심리 지지선이었던 억 단위 시세가 깨졌다는 공포가 번졌다.

시장 전문가는 비트코인 폭락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해 진단한다.
첫째, 거시경제 환경 악화와 지정학 리스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를 15%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직후 무역 전쟁 불안감이 커지며 투자 심리는 금세 얼어붙었다. 여기에 이란 주변으로 미군 병력이 대규모 집결하는 등 중동 지역 무력 충돌 가능성이 대두되며 글로벌 무역 흐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가중됐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 차기 의장 후보로 매파 성향 케빈 워시 전 이사가 지명된 것도 결정타로 작용했다. 그가 연준 키를 잡을 경우 유동성 공급이 더욱 제한될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덮쳤다.
둘째, 현물 상장지수펀드 도입에 따른 유동성 공동화와 파생상품 시장 연쇄 청산이다. 현물 상장지수펀드 도입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지만 기관 투자자에게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거래에 시공간 제약이 발생했다. 기관이 퇴근하는 야간이나 주말에는 시장을 지지할 매수세가 증발해 작은 매도세에도 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이 고착화됐다. 실제 파생상품 시장에서 레버리지 포지션이 한꺼번에 강제 청산되며 하루 4억달러 이상 물량이 쏟아지기도 했다. 레버리지 투자란 투자자가 가진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려 코인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것을 뜻한다. 예상과 달리 가격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거래소가 손실을 막기 위해 투자자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코인을 팔아버리는 청산이 발생한다. 이 막대한 매도 물량이 다시 가격을 끌어내리면서 도미노처럼 연쇄 폭락이 일어났다.
셋째, 사모신용 불안과 대체 담보 자산 부상이다. 사모신용펀드란 소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중소기업 대출이나 매출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은행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지만 돈이 기업대출 등에 묶여 있어 투자자가 원할 때 바로 돈을 빼기 어려운 유동성 부족 문제가 있다. 최근 사모신용펀드에서 환매가 중단되는 등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며 이를 블록체인상에서 토큰으로 발행하는 실물연계자산 신뢰도 함께 흔들렸다. 불안감을 느낀 기업이 빚을 갚고 현금을 늘리기 위해 가장 현금화하기 쉬운 비트코인부터 시장에 내다 팔면서 하락을 부추겼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트코인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역이 담보였으나 최근 달러나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본격화되며 비트코인 담보 역할을 대체해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이 불가피했다”고 지적했다.

“5만달러 간다” 비관론도
전문가 사이에서는 추가 하락을 경고하는 비관론이 만만치 않다. 영화 ‘빅쇼트’ 실제 모델인 마이클 버리가 비관론 선봉에 섰다. 그는 비트코인이 7만달러, 6만달러, 5만달러 이하로 연쇄 하락할 때마다 관련 기업 마진콜(손실이 커져 투자 원금이 부족해질 때 거래소나 금융사가 추가로 증거금을 내라고 요구하는 것)이 이어지는 죽음의 소용돌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트 하웰스바비 크라켄 부사장 역시 6만달러 선을 핵심 지지선으로 꼽으며 이 선이 무너지면 5만달러 중반에서 초반대까지 밀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가격 흐름을 예측하는 기술 지표도 아직 진정한 바닥이 오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코인데스크는 50주 이동평균선이 100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가는 데드 크로스가 나타나야 비로소 약세장이 끝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평균선은 일정 기간 평균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현재는 단기 흐름인 50주 선이 여전히 장기 흐름인 100주 선을 웃돌고 있다. 이는 투자자가 공포에 질려 물량을 던지는 항복 단계가 아직 오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데이터 분석 업체 글래스노드 지표 역시 우려를 낳는다. 최근 비트코인 실현 손익 비율 90일 평균이 1 아래로 떨어졌다. 쉽게 말해 최근 시장 참여자가 코인을 팔 때 이익을 내고 파는 것이 아니라 원금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눈물을 머금고 판다는 뜻이다. 이렇게 사람이 공포에 질려 손실을 확정 짓는 매도가 늘어나는 현상을 손실 실현 국면이라고 부른다. 과거 흐름을 보면 이 지표가 1 밑으로 내려간 뒤에는 이런 공포성 매도 분위기가 최소 6개월 이상 길게 이어지는 패턴을 보였다.
“지금이 바닥” 반론도
저점 매수 기회로 보고 고래 움직여
짙은 공포 속에서도 지금을 저점 매수 기회로 삼으려는 희망 섞인 시각도 비등하다.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비트코인이 급락하는 와중에도 6만7000달러에 1개를 더 샀다고 밝혔다. 그는 막대한 미국 국가 부채가 달러 가치를 끌어내리면 연준이 수조달러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총 발행량이 2100만개로 고정된 비트코인은 신규 채굴이 임박할수록 희소성이 부각돼 그 가치가 금 이상으로 뛸 것이라는 주장이다.
기관 투자자 매수세도 눈에 띈다. ‘돈나무 언니’로 유명한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때 비트코인 급락으로 동반 하락했던 코인베이스 주식을 약 1520만달러 규모로 매수했다. 비트코인 최대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의 마이클 세일러 의장 역시 약 9000만달러를 투입해 1142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스트래티지와 같은 기관이 물량을 잠그고 있어 과거와 같은 추가 폭락장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횡보장을 견뎌야 할 시기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 역시 최근 하락에도 연말 목표가를 15만달러로 유지하며 강세론에 힘을 실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비트코인 하락을 막기 위한 구제금융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만큼, 투자자 스스로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김용진 교수는 “현재 시장 변동성이 극심한 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며 전체 자산을 한 번에 몰빵하기보다는 시장을 차분히 관망하며 긴 호흡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9호(2026.03.04~03.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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