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적 구호서 벗어나, 기독교 정체성 교육이 핵심”…올바른 성경적 성교육은?
이재욱 목사, “성교육은 창조 영역 이해에서 출발해야”
청소년 사역자 43%, 성교육 경험 전무 현실 지적
한국교회 성교육, 전문가 양성·프로그램 개발 절실 목소리도

한국교회 곳곳에서 이뤄지는 이른바 ‘성경적 성교육’이 단순한 도덕적 행위 통제에서 벗어나 성경적인 성(性) 정체성을 형성하는 체계적인 교육으로 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카도쉬아카데미(최은정 문선애 공동대표)는 3일 인천 부평구 온세계교회(이승원 목사)에서 제1회 성경적 성교육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한국교회 안팎에서 이뤄지는 성경적 성교육 과정의 한계를 지적하며 ‘성경적’이라는 말이 단순한 수사적 표제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신학적 주장으로 사용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피는 자리였다. 조직신학, 기독교윤리학, 정신의학, 교육방법론 전문가가 강사로 나서 성경적 성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문선애 공동대표는 “카도쉬아카데미는 초창기부터 교회와 대안학교, 일반 학교 현장을 찾아다니며 강의를 이어왔다”며 “그 현장 속에서 왜곡된 성문화가 다음세대의 삶에 남기는 깊은 상처와 혼란을 가까이에서 보게 됐고, 동시에 교회 안에서 성경적 성 가치관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함으로 인해 많은 청소년과 가정이 겪는 고민과 아픔 또한 접하게 됐다”고 세미나 개최 취지를 밝혔다.


카도쉬아카데미 설립자인 이재욱 목사는 그동안 한국교회의 성 이슈 대응이 동성애 반박이나 예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그동안 교회 안에서 성교육은 종종 단편적인 구호로 방어적 대응 차원에서 논의됐고, 특정 정책이나 사회 이슈에 대한 반응으로 접근한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성은 죄 이전에 창조의 영역에 속한다. 성교육은 금지의 목록이 아니라, 창조 질서와 인간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성경적 성교육은 동성애 문제를 단순히 금지 규정으로 설명하기보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남녀의 성이 얼마나 탁월하며, 결혼·가정·교회·하나님 나라의 연속적 구조 안에서 얼마나 영광스러운 질서로 주어졌는지를 충분히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의미의 성경적 성교육은 개인의 도덕적 행위를 통제하는 교육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 관점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취지다.


민성길 연세대 정신의학과 명예교수는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생애주기별로 어떤 성교육이 이뤄져야 할지 살폈다. 민 교수는 올바른 기독교적 성교육의 방향을 두고 소아청소년기에는 금욕과 절제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후 결혼할 무렵인 청년기에는 부부관계 형성 교육 등 언약 교리에 기초한 구체적인 성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민 교수는 “어른은 개방된 마음과 청소년과 대화할 의도를 가지고 몸과 섹스에 대한 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응하는 태도를 보여 줘야 한다”며 “성에 대해 더럽다거나 당황하거나 금기시하는 태도를 보이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다양한 체험 활동이나 봉사 활동을 하도록 이끄는 것이 다음세대가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정체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부연했다. 특히 민 교수는 “급격한 신체 성장에 따라 역할 혼돈과 심리적 갈등을 경험하게 되는 소아청소년기에는 상담자로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진정한 대화를 위해서는 부모와 교사들은 청소년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해야 한다. 부모는 사춘기 자녀의 수준에 맞는 대화법을 구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 교수는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창조 섭리에 기초한 성교육을 시행하고, 교회 복음주의적 성교육의 원리와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교회학교 프로그램에 나이별 성교육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신학교 교육에 성 건강 관련 커리큘럼을 포함하는 등 한국교회가 기독교적 성교육을 위한 전문가 양성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세미나에서는 교회 내 청소년 사역자 대부분 성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40%가 한 번도 성교육을 수행한 적 없는 현실도 공유됐다. 그 원인으로는 교육자료와 프로그램 부족, 교사로서의 전문성 부족 등이 꼽혔다. 카도쉬아카데미는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자 이 목사를 중심으로 책 ‘성경적 성교육 표준안’을 펴냈다.
교육학 박사로 교회교육 전문가인 최승래 목사는 이날 이 책을 토대로 교회 교육 현장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성교육 방안을 제시했다. 최 목사는 ‘성경적 성교육 표준안’이 학교 성교육처럼 신체적 성숙에 대한 정보나 성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 근거해 하나님 창조 질서 안에서 성을 깨닫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둔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 목사는 “책에서는 다음세대가 하나님의 목적과 방향성 안에서 성을 사용하는 걸 목적으로 둔다”며 “교회 내 성교육 현장에서도 이를 다음세대에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이외 핵심 교육 주제를 설정하는 법부터 수업을 어떻게 구성, 실행하면 좋을지 등을 안내했다.
이외 이상원 전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는 앞선 강연에서 ‘성경적 결혼관’을 교회론, 즉 그리스도의 몸과 머리 된 교회에 비유해 풀어냈다. 이 교수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듯 남자와 여자가 각각의 독특성을 손상됨이 없이 유지한 상태에서 상보적으로 연합해 한 몸을 이루는 시각이 성경적이다”고 강조했다. 또 그리스도를 교회의 머리로 보는 성경의 관점에서 “아내에게는 남편에 순종해야 하는 의무를, 남편에게는 그리스도의 희생을 본받아 아내를 아가페의 태도로 사랑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인천=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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