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게임백과사전] 12년간 XBOX를 이끈 구원자 필스펜서가 은퇴하다
12년간 XBOX 진영의 수장으로 게임 사업을 이끌던 필 스펜서 마이크로소프트(MS) 게임 사업부 대표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베데스다 인수와 액티비전 블라자드 인수를 진두 지휘하면서 필 스펜서 은퇴 후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던 사라 본드 XBOX 사장 역시 퇴사를 발표하면서, XBOX를 이끌던 경영진이 모두 새 얼굴로 바뀌게 됐네요.
후임으로는 MS의 코어 AI 제품 부문 사장인 아샤 샤르마가 임명됐고, 맷 부티 Xbox 게임 스튜디오 총괄은 MS 게이밍 수석 부사장 겸 최고 콘텐츠 책임자로 승진했습니다.

요즘 XBOX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MS 경영진 입장에서는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어 결단을 내린 것이겠지만, 그동안 XBOX를 즐겨온 팬 입장에서는 필 스펜서의 은퇴가 아쉽긴 합니다.
인턴으로 시작해 38년간 MS에 몸 담으며 게임사업 총괄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자, 이용자들에게 신뢰를 잃고 표류하던 시절 XBOX 수장을 맡아, 게임 산업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막대한 투자를 이끌어내 XBOX 성장을 위한 다양한 변화를 주도한 인물이니까요. 막판에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XBOX 브랜드는 이미 예전에 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2014년 필 스펜서가 XBOX 수장을 맡게 됐을 때는 XBOX 사업이 최악의 상황이었을 때였습니다. 경쟁 기기인 PS3가 높은 가격으로 부진하던 타이밍에 XBOX360과 키넥트를 앞세워 이전 세대 기기 때보다 훨씬 높은 점유율을 기록할 때도 있었으나, 이후에는 소니가 PS4로 부활한 반면, XBOX ONE은 XBOX360 시절보다 훨씬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영진이 게임 산업 철수를 고민하던 시기였으니까요.
실제로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신임 대표로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사업을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필 스펜서가 게임산업에 대한 강력한 확신을 가지고 설득해 게임산업을 존속시켰다고 합니다.
필 스펜서가 XBOX 수장이 되면서 추진한 변화를 보면 정말 드라마틱합니다. 키넥트 끼워팔기로 가격만 높아졌다는 비판이 많았던 XBOX ONE에서 키넥트를 제외시켜 가격을 낮췄고, 지금도 XBOX 팬들이 XBOX 최고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강력한 하위호환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예전 구엑박 시절에 즐겼던 닌자가이덴을 4K 해상도에서 다시 돌렸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XBOX를 대표하는 게임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인수 행보를 보였던 것도 필 스펜서 대표가 주도한 일입니다. 2014년에 모장을 인수해서 마인크래프트를 품에 안았고, 이후 인엑자일 엔터테인먼트,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 월드 엣지 스튜디오, 더블 파인 프로덕션에 이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베데스다,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까지 거침없는 인수 행보를 보였습니다.
지금이야 인수 성과에 대한 의문부호가 생기고 있긴 하지만,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추진 당시에는 소니가 위기감을 가지고 인수 방해 공작에 나설 정도로 XBOX가 게임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게임 서비스에서 기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크로스 플레이 역시 필 스펜서의 업적입니다. 당시에는 콘솔 기기 판매 경쟁이 심화됐던 시기였기 때문에 소니와 닌텐도, MS가 협업한다는 것은 정말 미친 생각이었지만, 필 스펜서가 그 미친 생각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당시 큰 돈을 써서 마인크래프트를 인수했기 때문에 XBOX 독점 게임으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독점 규제없이 모든 플랫폼으로 출시를 했고, 2017년 XBOX와 닌텐도 스위치 크로스플레이 지원 발표를 시작으로, 서로 다른 기종의 마인크래프트 이용자들이 같은 공간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소니도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기 시작했으니, 두터웠던 콘솔 기기의 장벽을 낮춰서 게임 산업 전체 규모가 더욱 더 커지게 만드는 계기를 필 스펜서가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또 한가지 주목할 부분은 이 같은 변화를 추진한 배경이 XBOX 마니아들의 의견을 모집하는 피드백 사이트에서 나온 의견들이었다는 점입니다. 하위호환이나 크로스 플레이 모두 매출적인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는 요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이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돈만 밝히는 사업가가 아니라 같이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의 입장에서 게임사업을 이끌었다는 진정성이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이제는 사실상 XBOX의 본체가 된 게임패스 역시 필 스펜서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정책입니다. 당시 기록적인 성공을 거둔 넷플릭스를 보면서 게임업계의 구독 모델을 구상한 것입니다. 당시 사티아 나델라 대표가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던 만큼, 게임 서비스를 PC와 XBOX에 국한 시키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MS 게임사업부 내부에서도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이 반발이 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XBOX가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이 게임패스 덕분이고, 모든 게임 구독 서비스 중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 것도 게임패스뿐이니, 그의 과감한 선택이 XBOX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아무튼 재임 시절 게임 시장을 놀라게 만든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었던 필 스펜서 시대는 그의 은퇴와 함께 막을 내렸습니다. 신인 대표로 선임된 아샤 샤르마는 게임쪽 인사가 아니라, 인스타카트, 메타 부사장, MS 코어 AI 부문 사장 등 AI 분야에 치중된 이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게임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끌지 아직은 불확실합니다. “단기적인 효율성이나 수익을 위해 영혼없는 AI 생성 콘텐츠로 생태계를 채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긴 했으나, 최근에 공개된 그녀의 게임 태그를 보면 게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 다른 변화의 기로에 선 XBOX가 어떤 미래를 향해 달려가게 될지 결과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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