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실시간 위치 파악해 하메네이 제거…반미 지도자들 숨기 힘들어졌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제거 작전 성공 배경에는 미국·이스라엘이 전개해온 대(對)이란 정보전의 승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기간 축적된 인적·기술적 정보망과 정밀 감시 체계 등 고도화된 정보전 능력이 뒷받침되며 개별 지도자 단위 타격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하메네이 암살을 앞두고 이스라엘은 수년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교통 카메라를 해킹하고 그의 경호원을 감시해왔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하메네이가 집무실에서 사망할 당시 이스라엘은 테헤란 내 고위관계자 거주지, 회의 장소가 밀집한 ‘지도자 단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테헤란의 거의 모든 교통 카메라를 해킹하고 그 영상을 암호화해 이스라엘 서버로 전송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스라엘은 하메네이 암살 직전 집무실 인근 12개 이동통신 기지국도 교란했다.
이스라엘 정보 관계자는 FT에 “폭탄이 떨어지기 훨씬 전부터 우리는 우리나라 수도 예루살렘에 대해 아는 것만큼 테헤란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하메네이 경호원의 근무시간·출근 경로 등 생활 패턴을 수집해 구축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역량은 수 년에 걸친 정보 작전의 일부일 뿐”이라고 FT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정보기관 모사드와 비밀 사이버 정보부대 유닛 8200(Unit 8200) 등을 동원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어 의사결정 중심을 형성하는 지점을 찾고 감시·살해 목표를 식별하기 위해 수십억 개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과거에는 개별 표적을 추적하기 위해 오정보를 걸러내고 시각적 정보를 확인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최근 부상한 알고리즘 기반 기술은 이 같은 작업을 자동화해 효율성을 높였다. 여기에 미국이 휴민트(HUMINT·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정보)도 제공했다.
FT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대이란 정보 축적은 20여년 전부터 본격화됐다. 지난 2001년 아리엘 샤론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모사드에 “이란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라”고 지시했다.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다른 현안을 함께 챙기고 있었던 모사드는 이후 이란에 더 많은 자산을 투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늘날 (정보전에서) 지도자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은 핵심”이라며 “카메라가 급증한 데다 인공지능(AI) 기술도 결합돼 미 정보기관은 이같은 능력을 혁신적으로 향상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표적화 능력은 (미국에 적대적인) 외국 정권의 태도를 바꾸거나 해당 정권 지도부를 교체하려는 미 대통령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열어줬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월 3일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을 체포한 군사 작전에서도 미국은 마두로의 은신처 구조·동선 등 핵심 정보를 추적해 파악하고 있었다.
NYT는 전문가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는 이같은 위협을 가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적대국 지도자는 꽤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교한 정보전 능력에 더해 실제로 지도자 제거 작전을 감행하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적 특성도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고위 참모들이 ‘이란에 대한 개입은 통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11월 중간선거에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작전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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