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 복지 비용 아닌 국가 인구정책 핵심 투자"

유창재 2026. 3. 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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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노인일자리①] 김수영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첫 언론 인터뷰... '세대통합' 핵심 축 역할 기대

[유창재 기자]

 김수영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이 2월 26일 오전 서울시 중구에 있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서울지역본부에서 취임 이후 <오마이뉴스>와 첫 언론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노인일자리는 복지 비용이 아니라, 세대를 잇고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인구 정책의 핵심 투자다."

김수영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의 말이다. 과거 구청장을 연임하며 현장 행정을 경험한 그는 이제 '정치인'이 아닌 '정책 집행 기관장'의 자리에 서 있다. 취임(2월 2일) 이후 쉴 틈 없이 업무 보고를 받고 사람들을 만나며 '공부중'인 그를 지난 2월 26일 서울 중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서울지역본부에서 만났다.

원장으로 언론과 첫 인터뷰에 나선 그에게 질문은 자연스레 정치적 행보에서 시작됐지만, 대화는 곧장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의 노인일자리'의 미래로 옮겨갔다.

"정치를 떠난 게 아니라, 정책의 연장선에 서 있는 것"

우선 김 원장은 서울 양천구청장 3선 도전에 실패한 뒤 3년여의 공백기를 거쳤다. 이제 공공기관장이 된 그에게 '정치의 꿈을 접은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저으면서 "꼭 (구청장에) 당선돼야 정치적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구청에서 일한 것도 '정치'라기보다 행정과 정책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일이었다.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저는 제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지금 이 자리도 그 연장선이다"고 답했다.

그는 기초단체장 경험이 전국 단위 기관을 운영하는데 오히려 강점이 된다고 했다. 중앙정부 정책이 지방으로 내려오듯, 보건복지부 정책이 수행기관을 통해 현장으로 이어지는 구조 역시 닮아 있다는 것이다. 전국 지자체장들과 쌓아온 협업 네트워크 또한 자산으로 꼽았다.

김 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현장과의 동행 거버넌스(정책·협치)'를 강조했다. 이날도 그는 "(지역)본부는 행정 업무 중심이지만, 현장은 매일 긴박하다"면서 "(전국 1328개 수행기관) 일자리 담당자와 참여 어르신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개발원) 본부 직원들도 현장을 알아야 한다. 저 혼자 내려가 사진 찍고 오는 방식으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중견 또는 부장 간부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하고, 실제 업무 흐름을 체감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일의 성과와 만족도는 현장에서 나온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실제로 김 원장은 고양시 본원 집무실 이외에, 서울역과 가까운 서울지역본부 한편에 원장실을 따로 마련했다. 지역에서 쉽게 찾아오기 좋은 위치이자, 자신도 언제든 현장으로 가기 좋은 곳이다. 여기서 일주일에 2~3일가량 업무를 할 예정이다.
 김수영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이 2월 26일 오전 서울시 중구에 있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서울지역본부에서 취임 이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한숨을 고른 그에게 '노인일자리가 청년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꺼내자, 그는 "선입견이 더 크다"고 잘라 말했다.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와 노인일자리는 내용과 질이 다릅니다. 현장실습훈련(시니어인턴십)이나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경험과 숙련이 중요한 영역입니다. 갈등이라기보다 청년 취업난의 어려움이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는 것 아닐까요."

대표 사례로는 기업과 연계한 현장실습훈련 '세대통합형 일자리'를 들었다. 은퇴한 숙련 인력이 청년 신입 직원의 멘토로 활동하는 방식이다. 철강·조선·방산 등 이른바 '힘든 산업'에서 시니어인턴십(민간형)이 특히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김 원장은 "사양 산업이라 외면 받던 분야도 기술 고도화와 인공지능(AI) 접목으로 전혀 다른 직무가 되고 있다"면서 "노인은 노하우를 전수하고, 청년은 기술로 업그레이드한다. 이게 세대 통합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초고속을 다가온 AI 시대, 노인의 역할은 사라질까. 그는 오히려 전환기일수록 노인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농업도 예로 들었다. '청년 농부'가 전통 방식이 아닌 스마트 농업과 마케팅을 결합해 고소득 모델을 만드는 것처럼, 산업 전반이 세대 협업을 통해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초급 업무를 대체하더라도, 판단과 해석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축적된 경험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은퇴한 전문가들이 인턴, 멘토 형태로 참여한다면 산업 전반의 질적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향후 추진 과제? "민간·사회서비스형 확대, 문화예술 분야도 주목"
 김수영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노인일자리 사업의 한계도 분명히 짚었다. (공공형) 노인공익활동사업 보수가 월 29만 원 수준에서 동결돼 있다. 담당 인력의 고용 안정성도 취약하다. 김 원장은 "(개발원) 정규직 200명이 (노인일자리 사업) 115만 명 참여자를 지원한다. 기획·R&D·현장 소통까지 모두 맡고 있다"면서 "구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향후 핵심 과제로 그는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민간 연계형 일자리 확대 ▲지역 특성에 맞는 자율형 모델 개발 ▲문화예술 분야 고령 인력 지원 등 세 가지를 꼽았다. 특히 "문화예술인은 정규직 기반이 약하다. 연세가 들면 생계가 막막해지죠. 하지만 그분들에겐 평생 쌓은 전문성이 있다"면서 "세대 통합형 문화·예술 일자리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돌봄 체계의 변화를 예고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오늘 3월 말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의 '통합돌봄' 정책과의 접점도 중요 과제로 꼽았다.

김 원장은 "돌봄 지원사가 일정 연령 이후 노인일자리로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직무 개발과 안정적 고용 구조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노인일자리를 단순한 고령층의 소득 보전 수단이 아니라, 돌봄·안전·교육 등 사회적 서비스의 한 축으로써 핵심 역할을 기대했다.

"노인일자리는 인구정책의 핵심... 일자리 폭 넓어지고 있다"

"이제 저출생만 이야기할 때가 아닙니다. 이미 초고령 사회입니다. 어르신들이 생산성을 유지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야 국가 지속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외국인 노동력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중 김 원장은 '인구정책'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반복했다. 나아가 노인일자리는 '복지 비용'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라는 점을 짚었다. 그는 "선입견을 넘어 다양한 현장을 봐주셨으면 한다"면서 "교통·안전, 돌봄, 기업 멘토링, 문화·예술까지 폭이 넓어지고 있다. 참여도, 지원도 더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정치적 수사 대신 정책적 언어로 답한 그는 마지막까지 '현장'을 강조했다. "노인 인력이 국가 인구정책의 핵심이 되도록,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그 중심에 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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