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상군 투입 ‘딜레마’…이란 극렬 저항에 미군 희생 우려
미국 여론, 이란 전쟁에 반대…파병 반대는 60%
지상군 투입 없이 이란 정권 전복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지상군 투입 ‘딜레마’에 점점 다가서는 모습이다. 이란의 극렬한 저항 탓에 정권 전복을 위해서는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지만, 지상군 투입은 미군 희생과 전쟁 장기화 등 리스크가 크다. 트럼프는 이란에 대한 추가 대규모 공격을 경고하면서도 지상군 투입에 대해서는 모호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트럼프는 2일(현지시간) “다른 대통령들은 지상군 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나는 지상군 투입을 두려워하지(yips)는 않는다”며 “나는 ‘아마도 필요 없을 것, (또는) ‘만약 필요하면(보낼 수 있다)’이라고 말한다”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군사 작전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상군 투입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다소 유보적인 표현이다.

이런 모호성은 트럼프가 추가 공격을 명료하게 경고한 것과는 대비된다. 그는 이날 이란 공습 뒤 첫 공개행사인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이란과의 전쟁에 대해 “4~5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 지속할 능력을 갖고 있다”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 무엇이든 우리는 해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이란의 미사일 능력을 파괴하고 있다. 매시간 그렇게 하고 있다”며 “이란 해군을 전멸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아직 그들을 강하게 공격하는 걸 시작조차 안 했다. 큰 파도(big wave)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다”며 “더 큰 것이 곧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공세는 지속하겠지만 지상군 투입에는 아직 명확한 입장이 없는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앞서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지상군이 이란에 배치됐냐는 질문에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앞으로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에 대해 논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20만명을 투입해, 20년간 주둔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현재까지 항공모함과 B-2 스텔스 폭격기 등 공군 전력을 위주로 이란을 공습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렇게 조심스러운 이유는 지상군을 투입하는 순간, 외과수술식 공습이 장기적인 전면전으로 비화해서다. 트럼프는 미국과 이스라엘 단 하루의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한 점을 과시하고 있지만 해당 작전으로 미군도 6명이나 희생됐다.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순간, 미군의 피해도 급속도로 커질 수 있다. 과거 이라크전이나 아프가니스탄전에서 미군이 다수 희생된 ‘악몽’이 재현될 수 있는 셈이다.
미국 여론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 CNN이 여론조사업체 SSRS에 의뢰해 지난달 28일부터 전날까지 미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이란 공격 결정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란 현지 파병에는 반대 응답률이 60%로 찬성 응답(12%)을 압도했다. 헤그세스가 “이라크 전쟁과 같은 끝없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역시 그동안 해외에 대한 미군의 군사 개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미군이 해외 분쟁에 개입해 희생되는 것에 극렬하게 반발해 왔다.
문제는 지상군 투입 없이 이란 신정 정권을 전복시킬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베네수엘라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이후 미국에 순순히 협조하는 것과 달리 이란은 강력한 보복에 나서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군이 주둔 중인 중동 국가들에 미사일·드론으로 공격했다. 이란의 ‘대리 세력’인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공격에 나서면서 전선은 더 확대됐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은 불태우겠다며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그세스는 이날 “정권교체를 위한 전쟁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히 정권은 교체됐다”고 했지만 이란의 이슬람 정권은 건재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정권 교체 대신 핵 개발 저지나 미사일 능력 파괴 등으로 목표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이란 공격 직후와 달리 이날은 정권 전복을 언급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국민에게 정부에 맞서 봉기하라고 촉구했던 발언을 반복하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며 “이는 행정부가 이번 전쟁으로 달성하려는 목표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를 정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에 대한 궁극적 목표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작전 개시 이후 그는 정권 교체부터 미국의 안보 위협 제거, 테헤란의 새 지도부와 협상 체결에 이르기까지 여러 상충되는 주장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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