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전·고전·팬덤…타깃 세분화 나선 멀티플렉스 3사 [D:영화 뷰]
멀티플렉스 3사가 최근 단독 개봉과 기획전을 통해 각기 다른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같은 재개봉과 특별 상영이라도 접근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신작 흥행 만으로는 관객을 끌어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극장을 어떤 취향의 플랫폼으로 규정할 것인 지에 대한 전략이 드러난다.

CJ CGV(이하 CGV)는 그동안 감독전을 통해 아트하우스 브랜드 이미지를 축적해왔다. 오기가미 나오코 나오코, 에드워드 양, 짐 자무쉬, 데이비드 린치 등 동시대 영화사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감독들의 작품 세계를 묶어 선보이며 '감독 중심 큐레이션' 전략을 이어왔다. 특정 흥행작을 반복 상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주제별로 조망하며 관객에게 세계관 단위의 감상을 제안하는 구조다.
3월에는 이 흐름이 또 한 번 이어진다. 이번에는 에무시네마가 기획하고 (주)에무필름즈가 수입한 '빔 벤더스 감독전'이 CGV 아트하우스에서 진행된다. 콘텐츠 수입과 세부 기획은 전문 기획사가 맡았지만, CGV 아트하우스는 이를 자사 감독전 라인업의 연장선에 배치하며 그동안 축적해온 큐레이션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이어간다. 오기가미 나오코, 에드워드 양, 짐 자무쉬, 데이비드 린치 등 작가주의 감독전을 통해 구축해온 감독전이 외부 기획과의 협업을 통해 확장되는 구조다. 단순 상영 공간 제공을 넘어, 축적된 감독전 브랜드 안에 프로젝트를 편입시키며 아트하우스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롯데시네마는 '롯시픽'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단독 개봉작을 선보이고 있다. 가족 관객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이나 특정 팬층을 겨냥한 작품도 함께 편성돼 있지만, 3월 라인업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시대를 관통해온 고전 명작들이다. 단순히 과거 흥행작을 반복 상영하는 수준을 넘어, 세대 공통의 기억으로 자리 잡은 작품들을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도가 읽힌다.
3월 4일 재개봉하는 '굿 윌 헌팅'은 1997년 개봉 이후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청춘 드라마로,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직접 각본을 써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어 11일에는 개'오만과 편견'이 다시 관객을 만난다. 제인 오스틴 원작의 고전 로맨스로, 섬세한 감정선과 미장센을 대형 스크린에서 온전히 경험하게 한다. 18일에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그린 '쇼생크 탈출'이, 25일에는 홍콩 멜로드라마의 대표작 '첨밀밀'이 재개봉한다.
이 흐름은 4월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티파니에서 아침을', '로마의 휴일', '트루먼 쇼' 등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차례로 스크린에 오를 예정이다. 장르와 제작 국가는 다르지만, 모두 오랜 시간 반복 감상되어온 명작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롯데시네마는 가장 넓은 접점을 지닌 클래식의 힘에 집중하며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 난해한 예술성보다는 세대를 관통해 검증된 서사를 전면에 내세워 관객의 선택 부담을 낮춘다. 중장년층에게는 익숙한 기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시간이 축적한 가치로서의 고전을 제안하며 폭넓은 관객층을 포괄한다. 이는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인 관객 동원력을 확보하려는 실용적 접근으로 읽힌다.
메가박스는 단독 개봉과 포맷 특화 전략으로 팬덤 중심 편성을 강화하고 있다. 3월의 '메가 온리' 라인업은 애니메이션, 아이돌 콘서트 실황, VR 콘텐츠 등 이른바 '덕후'라 불리는 충성도 높은 관객을 정조준한다. 좀비 아이돌이라는 기발한 상상력의 '좀비 랜드 사가: 유메긴가 파라다이스'부터 전 세계적인 메가 히트 IP인 '진격의 거인 완결편'의 특수관 재개봉까지, 메가박스는 작품의 보편성보다는 현장감과 포맷 경험을 강조하는 방향이다.
특히 투어스의 VR 콘서트나 라이즈의 월드 투어 라이브 뷰잉은 극장을 영화를 보는 곳에서 함께 응원하고 체험하는 놀이터로 확장시킨다. 이는 최신 기술을 활용해 집안의 TV나 스마트폰으로는 대체 불가능한 압도적 몰입감을 제공함으로써, 고관여 관객층의 반복 방문을 유도한다. 또한 시네필들의 투표를 통해 '라이프 오브 파이'를 재상영작으로 선정한 점 역시 관객의 니즈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소통형 극장 이미지를 강조하는 요소다.
이들 3사의 행보는 각기 다른 색깔의 안목과 전략을 바탕으로 한 정밀한 시장 분석의 결과물이다. CGV가 취향의 수직적 깊이를 파고든다면, 롯데시네마는 추억의 수평적 확장을 꾀하고 있으며, 메가박스는 팬덤의 입체적 몰입을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의 분화와 타깃의 세분화는 관객 개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극장이 신작의 성패에만 매몰되지 않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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