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억 챙겼는데 집행유예… ‘솜방망이’ 처벌이 증시 신뢰 갉아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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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매매를 통해 58억9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지만 실형을 피한 사람이 있다.
암호화폐 '테라·루나 사태'의 당사자인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수사를 받길 원했던 배경 역시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기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제기된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사가 길어지는 과정에서 증거인멸 가능성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형사처벌 수위가 낮아지면서 재범 우려가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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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매매를 통해 58억9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지만 실형을 피한 사람이 있다. ‘슈퍼개미’로 이름을 알린 김정환씨다. 그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큰 주식 유튜버이자 투자 강연가로 활동해 왔다.
그는 2021년 6월부터 약 1년 동안 자신이 보유한 5개 종목을 방송을 통해 매수를 추천하고, 몰래 팔아 이익을 챙겼다. 그럼에도 김씨는 지난 1월 대법원 판결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1심에선 무죄가 나오기도 했다. 김씨가 솜방망이 처벌로 실형을 면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선 “나라도 사기 치겠다”는 냉소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김씨의 사례처럼 주식 불공정 거래를 둘러싼 상대적으로 낮은 처벌 수위의 판결 흐름이 시장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불공정거래는 공모 관계와 인과관계 입증이 까다로운 탓에 실형 선고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보수적인 법 적용 기조 속에 주가 범죄 관련 선고는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불공정거래로 기소된 사건 가운데 61.5%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낮은 처벌 수위는 재범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불공정거래 재범률은 29.2%에 달했다. 10명 중 3명꼴로 다시 주가조작이나 선행매매 등 불공정거래에 가담한 셈이다. 범죄를 저질러도 강력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재범의 유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암호화폐 ‘테라·루나 사태’의 당사자인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수사를 받길 원했던 배경 역시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기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제기된다.
수사 현장에서는 ‘입증의 벽’이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힌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법원이 요구하는 공모 관계와 인과관계를 명확히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박기태 진심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법원은 주가조작으로 오른 주가와 외부 요인으로 오른 부분을 구분하길 원하는데, 이를 과학적으로 분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행정조사 과정에서 통신 조회 등을 할 수 없는 등 권한이 제한적인 점도 증거 확보의 장애물로 거론된다.
엄격한 입증 기준은 수사 장기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처벌 수위 약화로 연결된다는 지적도 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사가 길어지는 과정에서 증거인멸 가능성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형사처벌 수위가 낮아지면서 재범 우려가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2016~2021년 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통보한 사건 가운데 53.5%는 조사 단계에서 종결됐다. 검찰 이첩까지 시간이 지체되면서 증거 확보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검찰 인력 부족 역시 실효성 있는 처벌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의 평검사는 4명 안팎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최소 4~5배 수준의 인력이 확보돼야 진화하는 범죄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변호사는 “한국거래소가 이상 징후를 포착하면 곧바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인력으로는 항상 뒤늦게 대응하는 구조”라며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은 인력 보강”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권중혁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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