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생명체를 만들었다'? 이 흥미로운 영상의 반전
[이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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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milaev on Unsplash |
"얼마 전 인간이 신의 영역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사상 최초로 AI로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했어요." (필자는 이 첫 문장을 들으며 어떤 섬뜩함을 느꼈다.)
그리고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박테리오파지가 자연 상태보다 증식력이 무려 65배 뛰어났다고 했다. 자연 상태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말투로 보아서는 어마어마한 내용을 설명하려는 것 같았다. 전 세계를 한때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강력한 바이러스라고도 했다. 그런데 '증식력이 크다'는 것이 어떻게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강력한 바이러스'로 이어지는지를, 필자는 영상만 보고서는 알아내지 못했다. 이어지는 설명을 들어보면 인공지능이 무엇인가 매우 놀랍고 '위험한' 일을 해낸 것 같았다.
"바이오 전쟁의 서막일까요, 아니면 인간이 신의 범주에 들어선 역사적 특이점일까요?"
유튜버는 연구논문의 초록을 보여주며 설명을 덧붙였다. 논문 초록에 해당 문장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여기 우리는 최초로 박테리오파지 유전체를 생성해 냈다."
그런데 형광펜으로 강조한 영어 원문을 보니 'Here, we report the first generative design of viable bacteriophage genomes'였다.
사실이라면 어마어마한 일이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무언가 이상했다. 내가 읽은 초록의 영어 문장과 해설자의 말에는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다. '최초로 박테리오파지 유전체를 생성해' 낸 것이 아니라 '설계'를 보고한다고 해석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롬에 탑재된 인공지능에게 이 영어문장의 해석을 부탁했더니 '여기에서 우리는 생존 가능한 박테리오파지 유전체의 첫 번째 생성적 설계(generative design)를 보고합니다'란다.
연이어 미국 스탠포드대학 연구팀의 논문을 해설하였다. 약 270만 개의 박테리오파지 유전체을 포함한 방대한 DNA 염기 서열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있는데, 이것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유전체 지도를 인간에게 만들어 줬고, 인간이 이걸 합성해 봤더니 그 바이러스의 성능이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같은 종류의 그것들에 비해 매우 뛰어났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연구는 당연히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유전체를 찾아내려는 것이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심지어 "생명창조의 설계가 실험으로 검증 가능한 단계에 돌입했다"는 말까지 하는 것을 보니 매우 중대한 일이 벌어진 것만은 확실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학습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수백만 개의 염기서열을 인간처럼 통째로 외웠다는 뜻일까? 그냥 메모리에 저장해 놓으면 되지 컴퓨터가 그런 것을 뭣 하러 외우지? 그건 그렇고, '생명창조의 설계가 실험으로 검증 가능한 단계에 돌입했다'는 말이 무슨 뜻이지? 아마도 전하고 싶은 속말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미루어 짐작한다. '인공지능이 생명까지 창조했어.' 만일 사실이라면 어마어마한 일이고 세계가 뒤집혀야 하는 일인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그래서 유튜버가 참조했다는 원자료를 들여다 봤다. 'AI가 만들어낸 최초의 생명체 탄생'라는 제목(https://heisenberg.kr/ai_creature/)의 보고서 형태 자료였다. 군데군데 유료사용자만 볼 수 있도록 가림막이 돼 있어 다 보지는 못했으나 필자에게 필요한 말은 다 보였다. 원문의 시작을 보면 이러하다.
2025년 9월, 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이 사상 최초로 AI로 생명체를 만들어 냈습니다. 바이러스 게놈 전체를 최초로 설계해냈는데, 생성형 AI 모델 Evo를 이용해 대장균을 감염시키는 박테리오파지(세균을 죽이는 바이러스) 302개의 게놈을 설계했고, 이 중 16개가 실험실에서 실제로 작동했습니다. ...(중략)... 생명공학의 '챗GPT 모멘트'가 도래한 지금, 우리가 신의 영역에 발을 내딛은 걸까요, 아니면 지옥으로 발을 내딛은 걸까요?
'생명체를 만들어 냈다'고 운을 떼더니 이내 '게놈 전체를 최초로 설계'했단다. 무언가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이쯤 되면 원자료의 원자료(https://www.biorxiv.org/content/10.1101/2025.09.12.675911v1)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논문의 제목이 '유전체 언어 모델을 활용한 신규 박테리오파지의 생성적 설계(Generative design of novel bacteriophages with genome language models)'였다. 어째 제목부터 생명 창조가 아니라 '설계'란다. 인터넷주소에 나와 있듯이 현재 이 논문은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된 상태이다. 그런데 문외한인 필자는 아무리 읽어도 모르는 것이 많아서 인공지능에게 이 논문의 요약을 부탁했다.
이 논문은 대규모 유전체 언어 모형인 'Evo'를 활용하여 박테리오파지의 게놈 전체를 통째로 설계하는 무른모 기반의 혁신적인 방법론을 제시했습니다. ...(중략)... 엄격한 필터링 과정을 거쳐 302개의 최종 설계 후보를 선정했으며, 이를 실제 DNA로 합성하여 굳은모 수준에서 구현한 285개의 게놈을 대장균 숙주 세포에 주입해 테스트했습니다. 실험 결과, 최종적으로 16개의 설계도가 실제 살아있는 박테리오파지로 작동하며 숙주 세균을 죽이는 데 성공(성공률 약 5.6%)함으로써, 복잡한 유전적 상호작용을 통계적 상관관계로 풀어내는 대규모 유전체 설계의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이렇게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는 이유가 있다. 이 연구 분야에 문외한인 필자조차 이렇게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인공지능이 알려주니 얼마나 인공지능은 편리한 도구인지 말하려는 것 하나와, 문외한인 필자도 이렇게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것을 왜 전문가들이 오해를 살 만하게 말하는지 모르겠음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위 내용을 필자의 이해로 쉽게 풀어보면, 이 논문에서 제시한 연구는 큰 틀에서 '인간이 의도한 목적에 맞게 유전 정보를 설계하고 구현한다'는 유전자 조작 기술에 해당하는데, 기존의 기술은 이미 기능을 알고 있는 특정 유전체 부품을 조립하는 것이라면, 이 논문에서는 단순히 유전체 전체의 통계적 구조를 학습한 모델이 처음부터 끝까지 염기서열을 새로 써 내려갔다는 점이 다르다. 이렇게 함으로써 수년 또는 수십년이 걸릴 연구를 단 몇 주 만에 끝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임에 분명하다. 기존의 연구 방법을 혁신적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사실 자연과학에서 실험 연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 논문에서 제시한 초기 인공지능을 이용한 설계단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만일 인공지능이 수행했던 염기서열 설계를 인간이 직접 했다면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을 몇 주 만에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필자는 다시 한 번 인공지능의 능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더욱이 성공률 약 5.6%가 얼마나 큰 것인지 실험 연구를 해본 사람은 잘 안다.
하지만 유튜버가 주장하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박테리오파지가 자연 상태보다 증식력이 무려 65배 뛰어났다'는 보고는 없었다. 다만 자체 증식력이 최고 65배에 도달했다는 것이고 자연상태의 그것은 최고 4배의 자체 증식력을 보였다. 단순 산술 비교만으로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박테리오파지가 자연 상태보다 증식력이 무려 16배 뛰어났다'고만 말해야 한다.
더욱이 증식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기능의 뛰어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박테리아를 죽이는 능력에서 1위를 한 파지는 증식력에서는 5위를 하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험실에서의 능력이 곧바로 야생에서의 능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논문 전체를 눈을 씻고 찾아봐도 '생명창조'라는 말은 없었다. 저자들에게 이 연구는 그저 유전체 설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새로운 방법론의 제시였을 뿐이며, 이를 생명의 탄생으로 비화하려는 시도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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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AI 생성 생명체'라 하면 마치 인공지능이 생명체를 창조해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논문을 보면, 인공지능은 유전체 지도를 제시한 것뿐이다. 이 지도를 가지고 실제로 파지를 만드는 것은 인간이 수행하였다. 그것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겨우' 5.6%의 성공률을 달성했다. 기존의 유전자 조작 방법을 뛰어넘어 새로운 생명 창조의 길을 열었다는 것이 아니라, 굳이 평가절하해서 말하자면, 실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주었다는 것뿐이다.
인공지능이 수행한 핵심적인 역할은 '작동 가능한 유전체 설계도(디지털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추론하여 제시한 것까지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이 합성한 유전체 자체는 '죽은 정보'일 뿐이다. 이 유전체를 대장균 같은 살아있는 숙주 세포 안에 집어넣으면(형질 전환), 세포 내의 공장 시스템이 이 유전체(무른모)를 읽어서 바이러스 단백질(굳은모)을 찍어내고 조립하여 실제 파지 입자를 완성한다. 이미 살아있는 생명체의 도움 없이는 합성된 유전체에 '생명을 불어 넣을' 수조차 없다.
그래서 인공지능에게 물었다. 그래 이 논문이 생명창조를 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 아니냐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답했다('***'는 상소리여서 지웠다).
"생명 창조"라는 표현이 '***'인 물리적 이유
사용자께서 "***"라고 일갈하신 부분은 물리학적인 실재(Reality) 관점에서 매우 타당합니다. 무른모(Software)만으로는 생명이 아닙니다: AI가 만든 것은 어디까지나 디지털 데이터, 즉 무른모일 뿐입니다. 이 무른모가 실제 바이러스라는 굳은모(Hardware)로 작동하려면, 기존에 자연계에 존재하는 '살아있는 세포(대장균 등)'의 대사 시스템을 빌려 써야만 합니다.
무(無)에서 유(有)가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생명 현상을 빚어낸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생명의 공장에 AI가 작성한 '새로운 명령서'를 넣은 것에 불과합니다. 이걸 "생명을 창조했다"고 하는 건, 새로운 악보를 썼다고 해서 "악기를 창조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논리적 비약입니다.
생명 현상을 모방하고 재구성하려는 시도는 생물학의 가장 오래된 숙원이자 이미 수많은 성공을 거둔 분야이다. 2010년 이미 인공 유전체로 세포를 작동시킨 사례가 있음에도, 인공지능이 설계도를 그렸다고 해서 '사상 최초의 생명 창조' 운운하는 것은 지금까지 쌓아온 합성 생물학의 역사를 부정하는 호들갑일 뿐이다. 이번 연구의 본질은 생명의 탄생이 아니라, 생명을 설계하는 '계산 도구'의 세대교체에 불과하다.
이 연구에 쓰인 인공지능은 인간의 언어가 아닌 유전체 염기서열을 학습재료로 썼을 뿐, 기본 작동 방식은 거대언어모형에 기반을 둔 생성형 인공지능과 똑같다. 인공지능은 그저 문장제조기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할 뿐, 인공지능이 뱉어낸 문장을 '어떻게' 살려내느냐 하는 것은 온전히 인간 몫이다.
'권위 있는 잡지' 네이처조차 다소 자극적인 수사로 본질을 가리는 시대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명확하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한 악보를 쓴다 한들, 그것이 곧 음악이 될 수는 없다. 악보를 읽고 악기를 연주하며 실재하는 선율을 만들어내는 것은 온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생명은 설계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들과의 부대낌 속에서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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