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오폭 1년, 버려진 상흔] “불안한 훈련 계속…1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김현우 기자 2026. 3. 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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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후 1~2달 요란…금세 조용
시, '3차례 지원' 6개월뒤 종료
軍, 일회성 치료…도는 나흘뿐
전체 실태 파악 단 한번 안해
국가 재난 사고 단기 마무리
▲ 오폭 피해를 호소하는 현수막 아래로 노곡2리 마을회관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이 집으로 향하고 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지난해 3월 공군 전투기가 포천시 노곡리 마을에 폭탄 8발을 오인 투하한 사고 후, 정부와 군은 주민들의 '일상 회복'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1년이 지났다. 얼마나 지켜졌을까.

2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재난 상황에서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신적 후유증이 급속히 확산하고, 장기화될 수 있어 국가의 조속한 개입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오폭 사고와 관련해 중앙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심리 지원은 단 한 차례도 가동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떠맡았다. 이마저도 대폭 축소되거나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포천시는 1~3차에 걸친 상담·검사·치료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나섰다. 재난을 경험한 노곡2·3리 167명의 주민이 대상이었다. 그러나 사고 6개월 만인 9월부로 모든 대상자의 지원은 종료됐다. 고위험군 60명만 선별하면서다. 고위험군 역시 상시적인 관리가 아니라 6개월이라는 긴 주기로 모니터링을 하는 방법에 그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통해 200여명을 대상으로 초기 심리적 응급처지(PFA), 보건소·정신건강센터 등과 연계했다. 이또한 나흘 동안만 이뤄지다 멈췄다.

사고 발생 5개월 뒤인 8월에는 민·관 공동으로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이 별도로 운영된 바 있다. 3개월간 접수된 상담 건수는 573건에 달했다. 총 참여 인원이 328명(중복 포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민 1명당 2회 넘는 상담 사례가 다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심리적 불안이 반복적으로 표출됐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군은 병원을 오가는 주민들에게 치료비 약 1000만원을 지원했는데, 일회성에 그쳤다. 폭탄이 떨어진 노곡2리만 범위에 넣어 충격파가 미친 다른 마을은 제외됐다.

국가 재난으로 불렸던 사고였지만, 관리 체계는 단기 사업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주민 전체를 아우른 실태조사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아 정부와 지자체 모두 얼마나 많은 대상이, 어느 정도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주민들의 정신적 고통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인천일보 특별취재팀이 지난 한 달간 노곡2리와 3리 주민들을 수차례 면담한 결과,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거나 받을 예정 ▲현재 약물을 복용 중 ▲극단적인 우울감·불안증 경험 등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자만 20명에 육박했다.

주민들의 아픔을 키우는 다른 원인인 '깜깜이 훈련'도 약속과 달리 개선되지 않았다.

앞서 군은 포천시에 배포한 훈련 안내문에 '실탄'이 아닌 '연습탄'이라고 잘못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검증 없이 시를 거쳐 마을 이장 단체로 고스란히 전달됐고, 주민들은 실탄 사격이 없는 것으로 거짓 정보를 인식했다.

나아가 군과 지자체는 평상시 훈련 일정을 직접 주민에게 문자나 현수막 등으로 안내하지 않는 무책임함도 드러냈다. 이장 단체를 통해 마을회관에 안내문 정도만 부탁하는 간접 전파에 의존하던 것으로, 고령 주민들의 인지율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 '포천 오폭' 피해를 호소하는 현수막 아래로 노곡2리 마을회관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어르신이 집으로 향하고 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사고가 난 3월 주민들은 집회 등에서 수차례 훈련 관리 체계 전반이 허술했다는 비판 목소리를 냈다. 포천시의회 의원들은 "군 훈련 시 주민안전 확보를 위해 사전 공지, 대피계획, 협의 절차 등이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건의서를 국방부에 전달했다.

국방부는 김선호 전 장관 직무대행 주재로 그달 회의를 열어 유감 표명과 함께 체계 보완책 마련 의지를 냈다.

하지만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사격 훈련이 강행되는 구조가 여전하다는 게 복수의 주민 주장이다.

물리적 피해 보상 역시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 1·2차 국가배상심의위원회를 거쳐 총 447가구 중 110가구만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폭탄 낙하지점과 인접한 일부 가구는 보상과 수리를 받았지만, 기준 미달이나 누락 등의 이유로 지원을 아예 받지 못한 가구도 상당수 있다. 국가배상 절차 지연으로 일부 재난지원금 예산은 이월됐다.

특히 공식적인 보상 대상지인 노곡2리와 제외된 노곡3리는 형평성 논란으로 민-민 갈등까지 야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갈등 조정도 안 하고 있다.

지난해 5월과 7월 각각 훈련 일정 사전 통보를 비롯해 문자를 활용한 안내문 발송, 보상과 심리·재활 지원 등의 근거를 담은 법안 2건이 발의됐다. 법안은 이후 우선순위에 밀려 계류 중이다.

김영학 노곡2리 이장은 "사고 직후 한두 달만 해도 정치권과 정부, 군 관계기관 등이 수시로 마을을 오갔지만 금세 조용해졌다"며 "최소한 주민 안전과 알 권리, 보상대책 만큼은 제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정화 노곡3리 이장은 "정부와 군, 정치권의 지원이 미미해지고 관심이 끊겼다"며 "주민들 입장에선 1년 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고, 불안한 훈련은 계속되고 있다. 대체 언제 일상이 회복되는 것이냐"고 분노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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