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의 '한판' 요청 "신앙인으로서 장동혁 대표에 묻고 싶다, 당신의 하나님은?"
[이정환, 이주연 기자]
박재홍 앵커를 25일 CBS 목동 사옥에서 만났다. 그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책 <뉴스의 눈물>을 읽으면서 묻고 싶은 질문이 여럿 생겼기 때문이었다. 특히 책에서 9페이지에 걸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계엄이 하나님의 계획")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감 없이 드러낸 이유를 더 듣고 싶었다. 그의 표현으로는 '분노와 불안의 정서가 가득한 사회'에서 현재 언론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했다.
실제로 만난 그의 모습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마주했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친절했고 상냥했다. 웃음도 많은 편이었다. 다만 그 웃음은 방송보다 전염성이 훨씬 더 강했다. 방송에서는 접할 수 없는 버릇과도 마주할 수 있었다. 두 손을 모아 얘기하다가, 그 두 손으로 탁자를 가볍게 두드리는 버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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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진행자 박재홍 앵커 |
| ⓒ 박재홍 제공 |
"이 분이 기독교 집회에 가서 계엄이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말씀하신 게 가장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초우주적 차원에서 모든 역사에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얘기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그렇게 말했던 것 자체가, 사람들이 앞뒤를 다 자르고 듣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뜻이야?', 그러면 성전이 되는 거고, 타협하면 안 되는 싸움이 되는 거예요. 굉장히 위험한 말이에요. 그걸 지적하고 싶었던 겁니다."
박 앵커는 <뉴스의 눈물>을 통해 브라질 복음주의 세력이 정치권을 장악한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 '열대의 묵시록'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책을 통해 "하나님의 계획은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경륜이기에 감히 선동의 정치 언어로 사용될 수 없음을 진실된 성도와 교회가 선포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앵커는 "장 대표를 만나게 되면 신앙인으로서 하나님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며 자신의 말을 계속 이어갔다.
"종교에 하나님 뜻을 차용해서 어떤 정치적 주장을 하면, 이거는 지면 안 되는 싸움이 되는 거예요. 그런 신앙적 맥락을 저는 알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말이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어떤 정치적 사안에 대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순간, 신자의 입장에선 그건 거역하면 안 되는 거예요. 굉장히 신중해야 하는데, 그렇게 대중 앞에서 선포하는 것은, 굉장히 유해한 거죠. 신앙인으로서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장 대표 얼굴 봐도 똑같이, 진지하게 얘기할 겁니다. 한국 기독교 교인 입장에서 그건 정말 잘못된 거다."
[관련기사] 헌법 20조 2항, 장동혁에게 날아든 79학번 정옥임의 사이다 발언(https://omn.kr/2fn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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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12월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한 시민이 "엄마아빠 나 오늘 집에 못가, 좋은 세상 만들어줄게"라는 문구를 보여주며 탄핵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본희의장을 떠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투표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
| ⓒ 이정민 |
- 책에서 계엄해제 표결 의혹에 대해 낱낱이, 서부지법 폭동사태 배후에 대해서는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이 분노와 불안에 편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좌우를 떠나 할 말은 계속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읽혔다.
"국회에 군인이 갔다. 이 부분에 대해 국회가 충분히 분노하지 않았다고 본다. 국회의원은 민의를 대변하는 주인공 아닌가. 국회에 군인이 들어왔으면 여야를 막론하고 같이 막았어야 했다. 같이 화내고 분노했어야 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더 알리고 다시 하지 못하도록 인지시켜야 한다. 이에 대해 물론 사과한 사람도 있지만, 국민의힘의 경우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 사과 또한 계엄 자체에 대한 사과이지, 계엄 이후 행위에 대한 사과는 아니었다. 계엄의 위헌성과 불법성에 대해 정말로 분노했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탄핵투표가 가결됐어야 하지 않나. 계엄 당일에도 청와대 진의가 무엇이든 '노(아니오, No)'를 했어야 한다. 청와대에서 협조 지시가 왔던 것인지, 혹시 계엄 해제 표결을 천천히 하라고 했던 것인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전두환 때도 군인은 국회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그런 상황에서 그때 여당(국민의힘)은 무엇을 했는지 규명해야 한다."
- 서부지법 폭동사태의 경우는?
"선을 너무 많이 넘은 문제 아닌가. 법의 지배 속에 있던 경기장에 관중이 난입한 사안인데, 이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부족하다. 재판받다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고 다 부순다? 그 길을 대한민국이 간다? 경종을 제대로 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은 심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권투 경기 중에 어느 한쪽이 글러브를 빼고 무기를 들었다면 경기를 당장 멈춰야지, 심판이 '여긴 칼을 들었군요, 한쪽은 글러브를 끼고 있군요', 이런 식으로 중계해서 되겠나. 이건 민주주의 문제다. 내가 중립적이지 않다고 욕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건 무슨 진보나 보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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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진행자 박재홍 앵커 |
| ⓒ 박재홍 제공 |
"모두 책임이 크다. 정치는 민주주의 제도 안에서 토론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못한 정치로 인해 분노와 불안이 가득한 것이다. 시민은 성숙했는데 정치적으로는 아무것도 잉태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그러니 시민의 분노는 더 쌓일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보여줘야 할 언론은 중계만 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정치권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성찰의 메시지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 책 말미에 나오는 '악의 평범성(유대인 학살을 수행한 나치 전범이 일상적으로는 평범하고 모범적이었다는 사실을 전하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저자 한나 아렌트가 쓴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언론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읽혔는데?
"언론의 역할, 동시에 이 사회에 존재하는 악에 대해 시민으로서도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물론 시민 안에는 공무원, 정치인 등 모두 포함된다. 위헌과 불법이 틀렸다고 말 못 하는 현실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 책을 다룬 기사 댓글 중에는 박 앵커를 '극좌 언론인'이라고 한 경우도 있더라.
"계엄 정국이후 저에게 좌파, 극좌라고 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신 것 같다. 12.3 비상계엄을 반대하고 반헌법적인 일을 문제라고 직접 발언하는 것이 극좌 혹은 좌파라면 나는 그 길을 가야할 것 같다. 다만, '한판승부' 방송을 꼼꼼히 들어보시면 그런 시각이 바뀌실 것 같다. 특정 진영 사람이라고 판단하시기 전에 '한판승부' 방송을 하루만이라도 차분히 봐주시면 좋겠다.
언젠가 국민의힘 의원과 대화를 하던 중 그 분이 말했던 장면이 기억난다. '박 앵커님은 좌파 아니에요. 오히려 보수에 가깝게 느낍니다', 아마도 방송 중 모든 사안에 열린 마음으로 대한 것에 그렇게 느끼신 게 아닌가 한다. 사실 한 사람에 대해 보수와 진보 두 갈래로 어떻게 나눌 수 있겠나, 사안마다 입장이 다를 것 같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민주주의자로 불러주시면 좋겠다."
[관련기사] 윤석열 '입틀막'에도 차분했던 앵커, 왜 장동혁에게 '목소리' 높였나(https://omn.kr/2h04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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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 ⓒ 유성호 |
"콘텐츠 생산 방식을 대중에 소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바꾸지 못했다. 대중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걸 인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9시 뉴스 '땡'한다고, 그 앞에서 TV 보는 시대가 아니지 않나. 특히 덩치 큰 레거시 미디어는 과거 방식에 머무르고 있는데 개인, 조직, 조직 문화 측면이 그걸 강화시키고 있다고 본다. 본인의 부족함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려면 거친 피드백이라도 소화해 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시사 콘텐츠 수용자 수준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가르치려는 태도를 여전히 버리지 못한다. 조·중·동 사설에서 장동혁 체제가 사과해야 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안 먹힌다. 사설 하나로 흐름이 쏠리지 않는다. 고성국 TV 썸네일 보라고 하지 않나. 이제는 유튜버에 오히려 정치가 경도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유튜브 권력화에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조차 가르치려는 영역이 아닌가 싶다. 국민들은 '우리가 알아서 할 거야, 알아서 비판적으로 볼 거야' 그렇게 생각할 거다. 위험하다고 주장할 게 아니라, 왜 위험한지 취재해서 보여주는 게 언론인의 역할이다. 그러면 판단은 대중이 알아서 할 거다."
- 2015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C&M 비정규직 농성 현장에 직접 찾아갔던 이유를 설명하면서 "인터뷰도 하나의 소통 과정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판승부'를 통해 지금 가장 하고 싶은 현장 인터뷰가 있다면?
"국민의힘 당사에 가서 장동혁 대표와 인터뷰하고 싶다. 섭외가 어려운데, 직접 만나서 '윤 어게인, 한동훈 전 대표와 배현진 의원에 대한 입장' 등에 대해 묻고 싶다. 허심탄회하게, '그렇게 하는 이유'에 대해 말이다. 정말 지방선거 승리 때문인지, 아니면 정치인으로서 정말 원하는 게 있는지,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직접 묻고 싶다. '열대의 묵시록' 다큐멘터리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한 번 보셨으면 한다. 장 대표에게 추천한다. 장 대표에게 인터뷰 요청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요청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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