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난리난 봄동비빔밥, 왜 이러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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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희 기자]
작년 가을, 나는 십여 년의 캐나다 이민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비교적 온화한 캐나다 서부의 겨울 날씨에 비해 이곳의 겨울은 매서울 정도로 춥지만, 통영 굴이나 남해 섬초 같은 한국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제철음식 찾아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국에서의 삶이 좋은 이유 중 하나다. 내가 그런 얘기를 했더니, 듣고 있던 친구가 봄동을 먹으라고 했다. 그제야 나는 봄동의 존재를 기억해 냈다. 그렇지. 봄동이라는 게 있었어.
"봄동 비빔밥이 요즘 SNS에서 인기인 거 아니? 두쫀쿠가 가고 이젠 봄동이 왔어."
뒤이은 친구의 말에 고개가 갸웃해진다. 봄동비빔밥이 인기라고? 그건 너무 평범한 음식인데 왜?
의외의 봄동비빔밥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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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동겉절이 |
| ⓒ 박민희 |
첫 번째로 익숙하지 않은 맛 구조를 들 수 있겠다. 마라 향신료나 카다이프 같은 이국적인 재료, 과한 단맛과 매운맛 같은 강한 자극이 결합된 방식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새로운 체험으로 받아들여진 듯 보인다.
그동안 맛봤던 평범한 음식이 아니니 한 번은 꼭 먹어봐야 할 것 같은 이벤트성 혹은 경험 음식으로 소비되며 또래 집단 내 호기심과 인증 심리를 자극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봄동비빔밥은 좀 의외다. 그런 음식들과는 전혀 다른 카테고리의 음식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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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2 <1박2일> 방송 화면 캡처 |
| ⓒ KBS2 |
숏폼 영상은 짧은 시간 안에 시선을 붙잡아야 하기에, 조리 과정이 단순할수록 유리하다. 그런 관점에서 봄동 비빔밥은 꽤 적합한 조건을 가졌다. 레시피가 쉽고 간단하다. 불을 쓸 필요도 없다. 몇 가지 양념에 버무려 만든 겉절이를 밥 위에 올리고, 참기름을 두른 뒤 비비는 장면이면 충분하다. 30초 남짓한 영상으로도 전 과정을 담아낼 수 있다.
이제는 건강한 식습관이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예전에는 다이어트라 하면 무조건 굶거나 섭취량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방식을 먼저 떠올렸지만, 요즘에는 그런 방법이 오히려 몸을 망친다는 정보가 널리 퍼졌다. 대신 가공을 최소화한 자연적인 재료로 조리된 건강한 식단을 선택하는 쪽으로 인식이 옮겨갔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자극적인 음식 섭취가 놀이처럼 소비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건강한 식단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흐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봄동 비빔밥은 하나의 예가 된다. 채소가 중심이 되니 가볍고, 제철 재료라는 명분도 있다. 그렇다고 맛이 심심하지도 않다. 참기름과 고추장을 더해 비비면 충분히 맛있다.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때 따라붙는 죄책감이 없고, 오히려 몸에 좋은 선택을 했다는 안도감이 남는다.
또 다른 이유는 한국적인 것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이 생겼다. 한때는 해외에서 건너온 것이 더 세련되어 보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요즘은 오히려 토속적인 것, 오래된 것을 재해석하는 게 하나의 취향이 됐다.
전통주가 다시 조명되고, 한옥 카페가 힙한 공간이 되며, 사계절 식재료를 제때 챙기는 태도가 멋으로 읽힌다. 익숙한 것들 안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려는 감각이 형성된 셈이다. 봄동비빔밥은 그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놓인다.
봄동비빔밥의 인기는 '새로운 맛'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에서 왔다고 볼 수 있을까. 낯선 향신료나 극단적인 단맛·매운맛으로 승부를 보는 유행과는 달리, 봄동비빔밥은 익숙한 재료를 다시 꺼내 '지금의 취향'으로 읽어내는 감각이 엿보인다.
두쫀쿠가 가고 봄동이 왔다는 말처럼 유행이 늘 자극적인 쪽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닌 듯하다. 우리는 때때로 멀리서 새로움을 들여오는 대신, 늘 곁에 있던 것을 다시 꺼내어 보기도 한다. 봄동이 그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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