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소리 들리는데 공이나 차라고? 불가능해" 이란 축협회장의 분노, 정말 월드컵 불참하나

배지헌 기자 2026. 3. 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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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축구협회장 "희망 사라졌다" 불참 시사
-미국·이스라엘 공습에 중동 스포츠 '올스톱'
-FIFA 침묵 속 멕시코 치안 악화 등 악재에 또 악재
이란 축구 대표팀(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더게이트]

월드컵 개최국이 참가국을 폭격하는 초유의 사태 속에 2026 북중미 월드컵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자국 영토를 타격한 '적국' 미국으로 건너가 조별리그를 치러야 하는 이란 축구 대표팀의 대회 불참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메디 타지 이란축구협회 회장은 1일(한국 시간) 현지 스포츠 매체 '바르제슈3'와의 인터뷰에서 참담한 심경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타지 회장은 "확실한 것은 이번 공격 이후 우리가 더는 희망을 품고 월드컵을 기다릴 수는 없게 됐다는 사실"이라며 대회 참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공습이 시작된 현시점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이 미국 땅을 밟고 월드컵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사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인스타그램 캡처)

포화 속 멈춰버린 스포츠 경기

이번 사태는 미군과 이스라엘군이 이란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가하면서 시작됐다. '역대급 분노'라는 작전명 아래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군사 시설이 타격받았고,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면서 중동 정세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혼돈에 빠졌다. 이란 역시 이스라엘과 미사일을 주고받으며 전면전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타지 회장은 "개최국이 참가국을 무력으로 타격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폭격 소리가 들리는 상황에서 축구공을 차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성토했다. 또한 "적국인 미국으로 건너가 조별리그를 치러야 하는 우리 선수들의 심경을 누가 헤아리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무너진 참가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미 전쟁의 포화는 중동 스포츠 전체를 집어삼켰다. 당장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릴 예정이던 잉글랜드 라이온즈와 파키스탄 샤힌스의 크리켓 경기가 취소됐다. 카타르 축구협회는 모든 대회를 무기한 중단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역시 이란 클럽팀이 포함된 챔피언스리그(ACL) 일정 등을 줄줄이 연기했다.

미국 정부는 일단 '대회 강행'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미 국무부는 "이란 선수단에 대한 비자 발급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쟁 중인 국가의 선수들이라 하더라도 스포츠 행사를 위한 입국은 행정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란은 벨기에, 뉴질랜드, 이집트와 함께 G조에 편성되어 조별리그 전 경기를 로스앤젤레스와 시애틀 등 미국 영토에서 치러야 한다. 가족과 동료, 어린이들이 미사일에 쓰러지는 상황에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가해국 잔디를 밟는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 땅 내에서 이란 선수단의 안전이 보장될지도 미지수다.

타지 회장은 "선수들은 지금 경기 전술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고국에 남겨진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다"며 "이런 심리 상태로 정상적인 경기를 치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포화 속에 신음하고 있는데, 화려한 조명 아래서 축제를 즐기는 것은 우리 선수들에게도, 기다려온 팬들에게도 고통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공습당한 이란(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선택적 분노'에 갇힌 FIFA의 침묵

국제축구연맹(FIFA)은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이다. FIFA는 참가국 불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역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4년 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즉각 퇴출했던 결단력은 '선택적 분노'였음이 증명된 셈이다. 인판티노 FIFA 회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밀착 관계가 FIFA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타지 회장은 이러한 행태에 대해 "상황을 '모니터링'만 하겠다는 FIFA의 원론적인 답변은 지금의 비극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축구가 평화를 상징한다는 구호가 이번 사태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깊은 실망감을 표했다.

이미 북중미 월드컵은 '난리통'이다. 공동 개최국 멕시코는 마약 카르텔과의 내전 수준의 무력 충돌로 할리스코주 등에 비상 보안 조치가 내려졌고, 미국 내에서도 이민 정책과 관련한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이란 공습이라는 최악의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이 대회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치르더라도 과연 '축제'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이 광장 가득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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