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재결정 명령’ 말 나온 밀가루 …“얼마 이하” 강제할 수 있나
물가와의 전면전에 나선 정부가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명령’이라는 강수를 꺼냈다. 밀가루 가격 담합 혐의를 받는 7개 업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 재결정 명령을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격)에 담으면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얼마 이하로 가격을 내리라고 해야 한다”고 직접 언급하면서, 정부가 가격 인하 폭까지 정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공정위는 담합을 한 사업자에게 행위 중지, 시정명령 공표 등 필요한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이중 가격 재결정 명령은 기업에 가격을 새로 결정해 공정위에 보고하도록 하는 고강도 시정조치다. 업체들이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형사고발을 통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다만 업체가 가격을 재산정해 공정위에 보고했다면, 그 인하 폭이 정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명령 불이행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많다. 그동안 가격 재결정 명령은 ‘시정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가격을 재결정해 그 결과를 공정위에 서면 보고하라’는 형식이었다
특히 가격 재결정 명령에 인하폭을 명시할 수 있는지가 이번 사안의 최대 쟁점이다. 공정위는 현재 해당 명령에 구체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법에 명확한 규정은 없다. 공정거래법이 시정 조치의 유형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고, 관련 지침 역시 요건과 내용을 ‘예시’로 규정하고 있어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때는 가격 인하 폭 등을 직접 제시하지 않았다. 공정위의 가격 재결정 명령으로 업체들은 자발적으로 5%가량 가격을 인하했다.
이후 20년 넘게 가격 재결정 명령을 활용하지 않은 건 정부가 직접 가격 결정에 개입한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공정위 관계자는 “가격 재결정 명령은 가능하지만 10% 인하와 같이 구체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건 1960~70년대 가격상한제가 있을 때 가능했던 일”이라며 “모든 기업이 원가 구조가 다른데 정부가 적정 가격을 정해 일률적으로 내리라고 하는 건 오히려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치 요건도 까다롭다. 공정위 지침에 따르면 최종 심의일까지 담합 유지, 높은재발 가능성, 장기간 담합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번 밀가루 가격 담합 관련 가격 재결정 명령은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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