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건축포럼 의장 "울타리 쳐야 아파트값 오른다? 틀렸다"

유지영 2026. 3. 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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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후] 홍성용 건축사, '아파트 공공보행권 회복' 정책 제안에 응답... "길은 도시의 모세혈관"

[유지영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아파트 단지를 막아선 울타리를 허물자는 한 건축사의 정책 제안에 서울건축포럼 의장이 응답했다. 홍성용 서울건축포럼 의장은 23일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이메일을 통해 "오래전부터 (아파트 단지를 개방하자고) 주장해 왔다. 많은 국가가 이 같은 울타리를 도심 내에서는 허락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웹진 <진짜공간>의 대표인 홍윤주 건축가는 지난해 12월 정부의 온라인 국민 소통 창구인 소통24에 '담장 없는 도시 : 아파트 단지 공공보행권 회복 및 소셜 스트리트(보행자 중심의 거리) 조성 방안'이라는 제목의 정책 제안을 올렸다. 아파트 단지 완전 개방을 법적 의무로 만들고, 보행자 중심으로 서울을 재설계하자는 제안이다. (관련 기사 : "아파트 단지 통행불가? 법으로 막자" 어느 건축가의 이색 제안 https://omn.kr/2gyj4)

이러한 정책 제안에 홍 의장은 "도시는 결국 공동체다. 도시를 이렇게 (울타리로) 나누고 나누다 보면 도시 전체의 효율은 굉장히 떨어지게 된다"라면서 "길이라는 건 도시의 모세혈관 같은 거다. 모세혈관이 잘 돌아가야 건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의장은 지난 2024년 4월부터 사단법인 서울건축포럼 3기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건축포럼은 서울시 공공건축사들이 모여 지난 2014년 만들어진 단체로 서울시에 도시와 건축 분야 관련 정책과 제도를 자문하고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뒤집힌 잠실5단지 재건축 공모, "좋은 모델 없는 한국"

홍 의장은 "길을 내는 일의 중요성은 건축·도시계획 책에 이미 20세기부터 적힌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즉, 길이 막히지 않고 통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이 같은 빗장 커뮤니티를 추구하는 아파트 단지가 기본이 된 걸까?

아파트 단지의 견고한 빗장을 부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2018년 잠실5단지 재건축조합과 노후화된 서울 송파구 15층 잠실주공아파트를 재개발하면서 단지 내에 공공시설과 민간시설을 짓기로 하고 일부 동은 50층으로 하기로 협의했다. 아파트 단지 용적률을 높이는 대신 거기서 생기는 이윤을 공공시설에 재투자하고 주거 기능만이 아닌 다양한 기능이 있는 단지로 변화시키자는 뜻이었다.

서울시는 주변 상업지구와 조화를 이루는 재건축을 위해 국제설계공모를 제안했다. 이후 단지 사이에 길을 내어 한강 변까지 통하게 하고 단지 앞 사거리에 광장을 구성하는 한 원로 건축사의 안이 1위로 당선됐다. 단지의 울타리를 허물어 도시와 단지가 긴밀한 관계를 주고받아야 한다는 건축사의 철학이 담긴 것이다.

당시 이 현상 공모에 참여했던 한 건축사는 이를 두고 "누구나 걸어서 한강 변으로 단지를 가로질러 갈 수 있는 것에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라며 "이 프로젝트가 흔히 보는 집 장사 프로젝트가 아니라, 한국 도시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송현정 건축사, 웹진 <건축사>)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이 당선작을 두고 차량이 단지를 관통해 혼잡도가 높아지고, 광장이 앞에 있어 시끄러워질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잠실주공5단지 조합원 재산지킴이'를 만들고 불복 운동을 벌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우리나라 주택건설사에 길이 남을 금자탑'이자 '주택 건설의 새로운 장을 이룩한 대역사'라 자평한 잠실주공아파트단지는 심각한 쟁점을 던진 문제적 사례가 되기도 한다. 단지화 전략의 사회적 결과인 '단지의 폐쇄성' 때문이다. (중략) 각 블록은 공공 공간과의 접점을 잃은 채 폐쇄적 공간이 되어 인접 가로(街路)에는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았고 공공 공간은 황폐화 경향을 보였다." - 박철수, 책 <마포주공아파트>

홍 의장은 잠실주공5단지의 사례를 두고 "지금은 (잠실5단지 재건축이) 다시 원래의 아파트 단지로 돌아갔다"며 "적어도 서울에는 (좋은 사례로) 참고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 모델이 없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에만 몰리고 텅 빈 삭막한 도시
 배터리파크시티가 포함된 맨해튼 전경.
ⓒ BPCA(Battery Park City Authority)
홍 의장은 자신의 저서 <스페이스 마케팅 시티>(2009)에서 한국의 아파트 단지에 대응해 뉴욕 배터리파크의 사례를 제시했다. 뉴욕 배터리파크는 1970년대 재개발된 공간으로, 누구나 지나갈 수 있는 개방형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저층 부분은 가로에 대응하는 형식으로 작은 상점들이 입점해 있다. 이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도 필요에 따라 통과하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도로는 개방되고 공원도 열려 있다. (배터리파크 내) 각각의 건물은 당대 유명한 건축사들에게 디자인 지침과 아이디어를 내도록 했다. 전체의 조화를 위해서 디자인 지침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배터리파크는 매력적인 건축뿐 아니라 조화로운 거리 풍경을 이룰 수 있었다." - <스페이스 마케팅 시티>

그는 이 책에서 "우리 도시 곳곳에 존재하는 단지형 공동주택은 지나치게 폐쇄적이어서 도시 공간의 공동체적 공간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다. 우리끼리의 단지인 것이다"라면서 "말끔한 새 건물도 주변과의 원활한 호흡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래서 주변과 전혀 다른 거대한 덩어리의 집합이 된다"고 비판했다.

홍 의장은 <오마이뉴스>에도 "미국 뉴욕의 배터리파크 시티나 일본 도쿄의 아자부다이 힐스도 반포 원베일리 못지않은 고가 주택이 모인 곳인데 공간이 열려 있다. 공간이 열리게 되면 정서적으로도 폐쇄되지 않고 개방적이게 된다"라면서 "반면 한국에서는 아파트 단지에 울타리가 쳐져 있어야 값이 오른다고 생각한다. 지자체로서는 도로에서 사람이 다치면 지자체 책임이 되는데 울타리로 둘러싸인 단지에서 넘어지면 단지 책임이 되니 (편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파트 단지 울타리를 치고 그 옆으로만 지나가게 하니 밤이 되면 삭막하다. 울타리가 몇백 미터씩 이어지면 걷는 재미도 없고 걸어갈 이유도 느낄 수 없다"라면서 "그러다 보니 큰길만 차량으로 다니는데, 길이 아무리 넓어도 출퇴근 시간에 막히고 낮에는 텅 빈다. 치안 상태에 따라 사건·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홍성용 서울건축포럼 의장(건축사).
ⓒ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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