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휴대전화에서 발견한 이 문자... 놓치면 아쉬울 뻔했네요
[전미경 기자]
"엄마, 이번달 전기요금 납부됐어요. 그러니까 안 내도 돼요."
지난 2월 25일 전기요금 납부 마감일 '소상공인경영안정바우처' 지원금으로 엄마와 나눈 대화다.
설 명절, 시골집에 내려가면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음식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우편물을 챙기고 엄마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것이다. 중요한 안내나 놓친 게 없는지 살피는 것이 급선무기 때문이다. 한글이 서툰 엄마 곁에서 서류를 읽고 휴대전화 문자를 확인해 주는 일이 내 역할이다.
올해 여든 살의 엄마는 시골에서 60년째 가게를 하고 계신다. 탄광 개발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아 손이 모자랄 만큼 분주했지만, 이제는 하루 매출이 몇 만 원도 안될 때가 있다. 그럼에도 쉽게 문을 닫지 못한다. 엄마 가게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상점이 아니라 이웃들이 안부를 묻고 잠시 쉬어가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다. 무엇보다 엄마가 평생 지켜온 삶의 터전이자 오늘을 살아내는 생계의 자리기도 하다.
예전에는 매일 새벽 4시에 문을 열고 밤 12시가 넘어야 가게 불을 껐다. 하루 대부분을 가게에서 보내며 사는 것이 엄마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새벽 5시에 일어나 문을 열고, 밤 10시면 문을 닫는다. 정해진 영업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예전 같지 않은 동네의 밤이 자연스럽게 문 닫는 시간을 앞당겼다.
|
|
| ▲ 엄마가 글을 정확히 읽고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면 내가 굳이 우편물을 뒤지고 휴대전화 메시지를 하나하나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AI생성 이미지) |
| ⓒ 오마이뉴스 |
엄마 휴대전화에 쌓인 문자를 살피며 지울 것은 지우고 남길 것은 남긴다. 이번 설에도 습관처럼 메시지를 넘기다 눈에 띄는 문자 하나를 발견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보낸 '소상공인 경영안정바우처' 신청 안내였다.
뉴스에서 본 적이 없어 의심했지만 검색 결과 지원하는 정책이 맞았다. 나는 곧바로 내용을 확인하고 신청 절차를 진행했다.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다. 본인 인증을 하고 몇 가지 정보만 입력하면 접수 완료였다. 온라인으로 신청 가능했고 명절 기간에도 바로 접수할 수 있는 점은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런 정보가 왜 뉴스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지 아쉬움이 남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체감은 다르다. TV 뉴스나 포털 메인 화면에는 정치, 사건·사고, 대형 경제 이슈가 주로 오른다. 정작 생계와 직결된 지원 정책은 알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고령의 소상공인들은 온라인 공고를 수시로 확인하기 어렵다. 문자로 안내가 와도 링크를 누르는 것부터 부담이다. 결국 누군가 대신 확인해주지 않으면 기회를 놓치기 쉽다.
나처럼 명절에 내려와 대신 신청해 주는 집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혼자 가게를 지키는 어르신들과 스마트폰 없는 어른들은 아예 소식조차 모를 것이다. 그런데 이번 "소상공인경영안정바우처"는 젊은 사람들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매일 뉴스를 챙겨보는 나조차도 몰랐고, 정책이 나올 때마다 소식을 알려주는 지인도 몰랐다. 엄마도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몇 년 안 되는데 스마트폰 없었으면 어쩔뻔했냐는 말을 엄마와 주고받는다.
지금은 정보 접근 능력의 차이가 곧 지원금 수령 여부를 가른다. 정책은 '모두를 위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정보를 빨리 알고 온라인 신청에 익숙한 사람에게 더 유리한 구조다. 지원 예산은 한정돼 있고 신청은 선착순인 경우도 많다. 결국 정보에 늦으면 혜택도 없다.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은 충분히 의미 있다. 하지만 발표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현장까지 닿아야 한다. 문자 한 통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마을 단위 안내, 전화 상담 강화, 오프라인 접수창구 확대 같은 방법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특히 고령 소상공인을 위한 '찾아가는 안내'가 절실하다. 정책은 이미 존재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모르고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엄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25만 원 준대요. 전기요금 내면 돼요"라고 알려주자 엄마는 놀란 얼굴로 "그런 게 있었어? 그런데 왜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지. 주변에서 얘기가 없어. 조용해. 이런 건 뉴스에 좀 나왔으면 좋겠는데"라고 말씀하셨다. 맞는 말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정책이 엄마에게는 닿지 못한 채 지나갈 뻔했다.
엄마의 말씀에 나는, 정보가 닿지 않는 현실이 얼마나 큰 격차를 만들고 있는지 다시금 실감했다. 소상공인의 삶에 직접 도움이 되는 정보야말로 더 널리 알려져야 한다. 클릭 수가 높은 자극적인 기사보다 누군가의 가게 불을 하루 더 켜놓을 수 있는 정보가 더 가치 있지 않을까. 설 명절이 끝나고 다시 도시로 올라왔다. 하지만 마음 한편은 시골 가게에 머문다. 다음 명절에도 나는 아마 가장 먼저 엄마 휴대전화부터 확인할 것이다. 그때는 '몰라서 놓치는 정책'이 없기를 바라면서.
*참고 링크 : 소상공인경영안정바우처 https://voucher.sbiz24.kr/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프랑스 신부의 놀라운 행적... 한국 위해 이렇게까지 하다니
- 이 대통령 "북 무인기 침투사건 심대한 범죄행위... 힘의 논리에 국제규범 위협"
- 이란, 하메네이 사망 확인...트럼프 "강력·정밀 폭격 계속"
- 소설 쓰다 막혔을 때 AI에게 물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
- 스물여섯 아들의 세 번째 독립, 방 한 칸 못 해줘서 미안하다
- 고흥에서 로켓 발사 장면을 볼 수 있는 명당
- "한강공원에서 한 시간 에어로빅... 만화처럼 100명 모이더라"
- 트럼프의 위험한 도박, 중동 지역 불확실성 커져
- 제주 유명 '뷰맛집' 수월봉, 이걸 모르고 가면 섭섭합니다
- 이 대통령과 두 번 악수한 장동혁 "박수 칠 수 없었다"는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