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영어로 안 하지?" 내 생각이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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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 온 지 1년, 나 역시 아이에게 영어 책을 더 읽어야 한다고 여러 번 말했다.
영어는 어느새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언어'가 되어 있었다.
인도네시아어와 한국어로 같은 내용이 이어졌고, 중국어와 영어도 같은 방식으로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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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정 기자]
"왜 영어로 안 하지?"
세계 모국어의 날 행사 사회자로 아이가 선발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학교에서 보내온 연습용 대본을 확인하던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아이가 맡은 언어는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였다.
아이가 다니는 자카르타 국제학교에서 영어는 기본값이 된다. 수업도 발표도 독서도 영어가 중심이다. 잘하면 자연스럽고, 부족하면 불안해지는 언어. 전학 온 지 1년, 나 역시 아이에게 영어 책을 더 읽어야 한다고 여러 번 말했다. 영어는 어느새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언어'가 되어 있었다.
아이는 대본을 훑어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건 연습할 것도 없어. 그냥 평소처럼 말하면 돼."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엄마, 내가 우리 학년에서 한국말 제일 잘해."
아이의 말에는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먼저 계산으로 움직였다.
'그럼 영어는?'
'영어를 잘 못해서 한국어를 맡긴 건 아닐까?'
나는 이미 언어에 순서를 매기고 있었다. 그 생각을 확인하듯, 행사 당일 강당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2월 25일 오전, 자카르타의 한 국제학교에서는 세계 모국어의 날을 기념하는 어셈블리가 열렸다. 세계 모국어의 날은 1999년 유네스코가 제정한 기념일로, 1952년 방글라데시에서 모국어 사용을 요구하다 희생된 학생들을 기리며 시작됐다. 언어 다양성과 모국어 보존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다.
무대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인도네시아어와 한국어로 같은 내용이 이어졌고, 중국어와 영어도 같은 방식으로 반복됐다. 한 언어가 끝나면 다른 언어로 같은 문장이 다시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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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 너는 죽었다. 시를 낭독하는 한국인 형제의 모습 |
| ⓒ 전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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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모국어의 날 행사 중 한국 어린이들이 아리랑을 보르는 모습 |
| ⓒ 전세정 |
행사에서 돌아온 날, 나는 그 상자를 다시 열었다. 묶어두었던 끈을 풀어 책을 다시 책장에 꽂았다. 영어 독서를 멈추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한국어가 자동으로 '나중'이 되지 않게 하려는 작은 조정이었다.
세계 모국어의 날은 하루 행사로 끝났다. 다음 날 학교는 다시 영어로 돌아갔다. 나 역시 아이의 영어 숙제를 챙겼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나는 그동안 아이가 어떤 언어를 더 잘하는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날 강당에서 처음으로, 아이가 어떤 언어로 가장 자연스럽게 서 있는지를 보았다.
영어는 아이의 가능성을 넓혀줄 수 있다. 그러나 모국어는 아이가 어디에서 시작했는지를 말해준다. 그 차이를, 나는 그날에서야 또렷하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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