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의 피 냄새보다 무서운 '파란불'? 자본주의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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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8일, 전세계의 이목이 중동으로 쏠렸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단행되고 이란이 즉각 보복에 나서면서, 또다시 끔찍한 전쟁의 포성이 울려 퍼진 것이다.
최근 증시가 과열 양상을 띠며 전 국민이 투자에 뛰어든 상황이라지만, 수많은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전쟁마저 내 주식 계좌의 '대외 악재'로만 소비하는 모습은 섬뜩함마저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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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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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28일 폭격받은 테헤란서 솟는 연기 |
| ⓒ 연합뉴스 = AFP |
그러나 같은 시각, 국내 온라인 공간의 풍경은 이질적일 만큼 차가웠다. 주요 주식 커뮤니티와 직장인 익명 게시판, SNS 등에서는 전쟁의 참혹함이나 생명의 존엄에 대한 탄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오직 다가올 '화요일의 공포'였다.
"당장 화요일 장 열리면 코스피는 무조건 폭락이네."
"대체공휴일이 껴있어서 천만다행이다. 내 반도체 주식 반토막 나는 거 아니냐."
"지금이라도 다 던지고 하락장에 베팅해야 할까요?"
수많은 누리꾼들이 쏟아내는 활자 속에서, 지구 반대편에서 스러져가는 누군가의 일상에 대한 공감은 거세되어 있었다. 최근 증시가 과열 양상을 띠며 전 국민이 투자에 뛰어든 상황이라지만, 수많은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전쟁마저 내 주식 계좌의 '대외 악재'로만 소비하는 모습은 섬뜩함마저 자아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자산을 지키고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국내 증시가 대외 변수에 유독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폭격으로 집이 무너지고 어린아이들이 피를 흘리는 비극 앞에서도, 타인의 고통보다 내 증권 앱에 켜질 '파란불(하락)'을 먼저 계산하는 사회가 과연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타인의 피눈물조차 '리스크'라는 건조한 경제 용어로 치환하는 데 익숙해졌다. 숫자가 인류애를 압도하고, 자본의 논리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최소한의 도덕적 감수성마저 마비시켜 버린 것이다. 전쟁터에서 울부짖는 사람들의 비명보다 증권사 앱에 찍힌 마이너스 수익률에 더 깊이 절망하는 모습은, 돈을 향한 끝없는 질주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뼈아프게 보여주는 자화상이다.
다가오는 화요일, 주식 시장이 열리면 누군가는 손실에 탄식하고 누군가는 하락장에서의 새로운 투자 기회를 엿볼 수도 있다. 지수는 요동칠 것이고 경제 매체들은 '검은 화요일'을 알리는 자극적인 기사들을 쏟아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매도 버튼을 누르며 초조해하는 그 찰나의 순간만이라도, 모니터 앞의 숫자에 가려진 참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악재'라 부르는 그 현장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사랑하는 가족과 평범한 일상이 영원히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 계좌의 손실을 걱정하기 이전에, 스러져가는 타인의 생명 앞에 잠시나마 숙연해지는 최소한의 예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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