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에서 한 시간 에어로빅... 만화처럼 100명 모이더라"

이영광 2026. 3. 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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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407] EBS <다큐프라임> 김수현 PD

[이영광 기자]

지난 2월 23일 방송된 EBS <다큐프라임>에서는 '생존체육' 편이 전파를 탔다. 배우 지진희씨가 내레이션을 맡은 이날 방송에서는 운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운동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담아냈다. 다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2월 24일 해당 회차를 연출한 김수현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턱걸이 하러 모이는 사람들
 <다큐프라임>의 한 장면
ⓒ EBS
- 왜 운동에 대해 방송하게 되었나요?
"처음에는 교육 아이템이었어요. (물론) 지금도 교육과 관련이 돼 있기는 한데 원래는 더 학교 체육 교육 쪽에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거든요. 제 자녀가 둘 다 초등학생인데, 요즘 애들이 많이 안 움직인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옛날에는 학원이 없이도 운동했는데 요즘에는 운동도 학원에 다니는 분위기가 좀 있죠. 놀이터도 진짜 유아들 말고는 잘 없고요, 그래서 체육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방송을 준비하면서 찾아보니 기존에 이미 해당 주제로 잘 만든 다큐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고요. 또 아이들에게 운동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다른 관련 콘텐츠에서는 '공부를 잘하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 '정서가 안정되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내용보다는 운동 자체로 사람에게 좋은 영향 많이 주는 활동일 텐데, 이 모습을 사람들의 표정이나 몸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PD님은 운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다큐를 하면서 오히려 못했는데 원래 전 홈트레이닝이나 계단 오르기 등 현실에서 하기 쉬운 접근성이 좋은 걸 꾸준히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 이번 다큐 연출하시면서 운동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게 있을까요.
"요즘 'AI 시대 교육은 어때야 한다'란 말이 많은데, 주로 '질문하는 힘', '협업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 '감성', '창의성'과 관련해서더라고요. 몸이나 체육에 대한 얘기는 찾아보기 힘들더라고요. 덜 움직여도 생활이 가능해지는 부분이 많고, 그게 AI 시대로 가속화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의도적으로 더 많이 움직이는 교육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번 다큐 하면서 느낀 건 운동은 어떤 시대가 되기 때문에 중요한 게 아니라 항상 중요한 활동이라는 거예요."

- 제목을 '생존체육'으로 했잖아요. 생활이 아닌 생존으로 한 이유가 있나요.
"생활 체육이라는 말이 익숙하기는 한데 사실 제목으로 떠올려본 적 없어요. 이번에 촬영하면서 운동이 삶을 바꿨다거나 말 그대로 다시 태어난 분들이 많았어요.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것이라서 생존이라는 말이랑 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생존 수영'이라는 과목이 있어요. 물에서 생존할 수 있는 수영 기술을 배우는데 체육이라는 게 생존하기 위해서 필요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 생존체육이라는 말에 익숙해지더라고요."

- 다큐가 턱걸이하는 사람들로 시작해요.
"그 대회가 맨몸 운동 대회인데, 경기도의 한 지역에 멀리서부터 맨몸 운동하러 온다는 게 저는 되게 신기했어요. 젊은 남자분들만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남녀노소분들이 다 같은 목표로 똑같은 종목을 열심히 하잖아요. 표정은 일그러져 있지만 그게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요. 최선 다한다는 게 너무 멋있게 느껴지고,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하는 것처럼 몰입이 되죠. 그 장면들이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에 넣었어요."

- 왜 운동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 하지 않을까요?
"주로 시간이 없다거나 바빠서 그렇죠. 근데 사실 저희 다큐 나온 분들도 다 바쁘거든요. 또 운동이 절실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잖아요. 그냥 질병이 없고, 사는 데 불편함이 없는 상태를 건강하다고 보면 운동할 이유가 딱히 없잖아요. 나이가 젊을수록 몸이 기능을 잘하니까 상대적으로 덜 절실할 수 있고요."

- 뚝섬한강공원 가셨잖아요. 거기 한 시간 에어로빅하는 데 분위기가 어땠나요.
"여름에는 보통 200명 정도 오신다는데 겨울에는 절반 정도인 100명 정도가 오신대요. 근데 저희가 10분 전 정도부터 거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요, 휑해서 이렇게 추운데 진짜 사람들이 올까? 여기가 맞나? 싶었는데 정말 만화처럼 그 시간이 딱 되니까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는 100명 넘는 사람들이 싹 모이는 거예요. 되게 신기했고 거기 계신 분들이 진짜 에너지가 넘치시거든요. 그래서 그런 분들만 계속 촬영할 수 있어도 재미있겠다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어요."

체육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 위해 필요한 것
 <생존체육> 중 한 장면.
ⓒ EBS
- 방송에 나온 서려경씨는 소아 청소년과 전문의인데 프로 복서더라고요.
"서려경씨는 원래 운동 잘하고 좋아하셨대요. 그런데 학창 시절에는 아무래도 입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운동을 많이 못 하셨던 거죠. 지금은 의사 활동과 복싱 활동 두 가지를 병행하느라 힘드시겠지만 어쨌든 저 같은 제3자가 봤을 때는 예전에 공부하느라 못하던 운동을 마음껏 하시니까 좋아 보였습니다."

- 제가 학교 다닐 때 체육 시간이면 교육보다 축구나 농구하는 것 같았거든요, 비 오면 교실에서 자습하고요. 그렇게 하는 게 맞을까요?
"중고등학교 때 체육 시간에 여러 스포츠 종목을 배우잖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축구도 있고 농구, 배구, 발야구, 피구 이런 걸 많이 하게 된다는 거예요. 근데 교육 과정에 그런 스포츠 종목이 있어서 배우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아이들이 학교 체육 시간에만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다는 걸 선생님들도 알고 계시니까요. 그래서 아이들이 그때라도 재미있게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스포츠 경기를 많이 하게 해주시는 거죠.

다만, 그렇게 하면 잘하는 애들만 계속 잘하게 되니까 체육을 좋아하지 않거나 보통 수준의 흥미를 갖고 있거나 잘 못하는 대부분의 아이는 체육에 흥미를 붙이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조금 지루하더라도 달리기, 점프하기, 공 던지고 받기 같은 기본 움직임 기술 같은 교육이 조금 더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애들이 어느 정도 기본적인 수준을 맞춰서 체육 활동에 임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 지금 학생들은 잘 움직이지 않는 거죠?
"그렇죠. 잘 움직이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환경적인 이유가 있겠죠. 입시 위주의 사회적 분위기도 있고, 스마트폰이 많은 활동을 대체하는 것도 있고, 또 코로나 영향도 있고요. 체육을 가르치는 게 현재 학교 현장에서 여러모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취재하다 보니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더라고요. 체육은 다른 교과목에는 없는 부상이라는 위험이 있잖아요. 움직이다 보면 다칠 수 있으니 학부모 민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래요."

- 방송을 보니 83세의 전길남 박사님은 컴퓨터 공학자인데 계속 운동하시더라고요.
"맞아요. 그분이 1943년생이시거든요. 연세가 있으신데도 몸이 되게 탄탄하세요. 보통은 거스를 수 없는 노화의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는데 진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하세요. 이력을 보면 공학자로서 지적인 활동의 결정체 같은 이력을 갖고 계시거든요. 근데 운동도 그렇게 체육 훈장을 받으실 정도로 운동을 하셨다는 게 저는 되게 놀랐어요. 전길남 박사님의 지론이 '건강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와 '인간은 AI랑 달라서 건강한지 아닌지에 따라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라는 건데 저도 동의해요."

- 취재는 했는데 방송에 안 나온 부분이 있나요.
"원래 AI시대를 다큐에 좀 더 녹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로봇공학자이신 한양대 한재권 교수님이라든지 녹서포럼에 계신 박태웅 의장님 등도 인터뷰했거든요. 방송 전반적인 톤이나 분량상의 문제 때문에 방송에 나가지는 못했는데, 그분들이 해 주신 말씀도 재미있는 게 많았어요. 한재권 교수님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는데요. 예를 들면 사람이 테니스하고 싶은데 테니스 상대가 없으면 로봇이 그 상대가 돼 줄 수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로봇도 사람을 위해서 운동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사람은 운동하면 할수록 몸이 건강해지는 데 로봇은 사실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소모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인간하고 어떤 피지컬 AI가 가진 차이를 쉽게 설명해 주신 건데, 그 말씀이 인상적이었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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