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전한길의 부정선거 끝장토론, 남은 것은 피로감 뿐

김주영 2026. 2. 2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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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앤마으크 유튜브 생중계에 30만 명 몰려... 확신이 설명보다 빨리 전염되는 시대

[김주영 기자]

늦은 밤, 펜앤마이크 유튜브 생중계에 30만 명이 몰렸다. 화면 한가운데로 한국 정치의 오래된 불신이 쏟아져 들어왔다. 부정선거 의혹 토론이었다. 7시간을 넘겼다. 숫자만 보면 '끝장토론'이 맞다. 남은 것은 결론이 아니라 피로였다. 토론은 끝났다. 사실보다 확신이 남았다. 실시간 시청자 30만 명이라는 숫자는 '확신'이 '설명'보다 빨리 전염되는 시대를 드러냈다.

토론의 핵심은 방송이 끝난 뒤에 있다. 왜 토론이 끝난 뒤에도 설명은 지고 믿음은 남는가. 왜 반박을 들을수록 확신이 단단해지는가. 답은 토론장 밖에 있다. 손 안의 추천 알고리즘이 그 답의 일부다.
 전한길 이준석 끝장토론 (라이브 방송 캡쳐)
ⓒ 펜앤마이크
'부실'과 '부정'은 다른 세계다

토론의 쟁점은 단순했다. 선거 관리의 부실과 부정선거를 한 문장에 묶을 수 있나. 부실은 실수와 허점이다. 부정은 고의 조작이다. 부실은 개선의 대상이다. 부정은 범죄의 대상이다. 부정은 '연결고리'로 증명된다. 누가 했나. 어디서 했나. 어떤 방식인가. 규모는 얼마인가. 결과는 바뀌었나. 이 사슬이 이어져야 한다. 사슬이 끊기면 의혹만 남는다. 의혹은 늘 수 있다. 증명은 다르다.

토론은 그 사슬을 끝까지 붙잡지 못했다. 의혹은 늘었다. 고리는 짧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결과를 뒤집을 만한 고의 조작의 고리"를 요구했다.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 측은 "의혹이 누적됐으니 전면 검증이 필요하다"로 밀었다. 간극이 큰 구조다.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은 가장 무거운 결론이다. 가장 강한 증거가 필요하다.
 파주 DMZ 접경지역 투표에 대해 의혹제기하는 박주현 변호사 (전한길 측) 전한길 이준석 끝장토론 (라이브 방송 캡쳐)
ⓒ 펜앤드마이크
DMZ(진동면) 사례가 보여준 것

토론에서 반복 소비된 장면이 있다. "파주시 진동면 유권자 159명, 투표 181표"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DMZ라 외부인이 못 들어간다. 그러니 가짜표"라는 결론이 붙었다. 수치는 일부 사실일 수 있다. 해석이 오염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사례를 공개 팩트체크로 설명했다. 진동면 집계 181표는 관내 사전 114표와 선거일 67표 합계였다. '관내'는 진동면 주민만 뜻하지 않는다. 지역구 단위로 집계된다. 같은 선거구 유권자가 진동면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면 진동면의 '관내 사전' 통계에 포함될 수 있다. 유권자 수와 투표수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반박에 대해 음모론자들은 이렇게 대꾸한다.

"선관위 말은 다 믿음이 가나봐요? 비리가 있는 기관임이 밝혀졌는데도 다른게 다 투명하다고 철썩같이 믿네요."

문제는 DMZ 프레임이다. "DMZ라 외부인이 못 들어간다"는 말이 붙는 순간 왜곡이 시작된다. 민통선·접경지 출입 제한은 '무인 지대'를 뜻하지 않는다. 허가 출입이 존재한다. 군 인력, 행정 인력, 영농인, 시설 종사자 출입이 이어진다.

출입이 제한된다는 사실만 꺼내 "외부인은 0명"이라는 결론을 만들면 현실이 지워진다. 지워진 자리에는 공포가 남는다. 공포가 증거 역할을 한다. 그 순간 검증은 선동으로 기운다. 핵심(A)을 묻는 질문이 주변 정황(B, C, D…)으로 옮겨 다니기 시작한다. 반박이 나오면 새 시나리오가 덧씌워진다. A는 끝까지 증명되지 않는다.

믿음이 남는 이유

여기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가 떠오른다. 플랫폼은 진실보다 체류 시간을 좇는다.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를 오래 붙잡는 정보를 올린다. 분노가 오래 붙잡는다. 공포가 더 빨리 번진다. 모욕감이 공유를 부른다. 짧은 클립이 긴 설명을 이긴다.

'짤'이 맥락을 잘라낸다. 사실은 길다. 확신은 짧다. 짧은 쪽이 퍼진다. 다큐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상품에 돈을 내지 않는다면, 당신이 상품이다." 사용자의 주의력과 행동이 거래된다. 취약한 감정이 클릭으로 바뀐다. 클릭이 다시 추천을 부른다. 확신이 강화된다. 반대 정보는 멀어진다.
 넷플릭스 소셜딜레마
ⓒ 넷플릭스
핵심은 "사람들이 거짓을 좋아한다"가 아니다. 사람이 쉽게 반응하는 감정을 잘 먹는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 구조에서 음모론은 강해진다. 반박은 '조작'이 되고 해명은 '카르텔'이 되며 검증은 '은폐'가 된다. 반증 불가능한 문장이 늘어나니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 공공기관의 설명은 효력을 잃고 제도 신뢰가 마른다. 민주주의는 선거 결과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공통 사실 기반이 필요한데 그 기반이 무너지면 사회가 분해된다.

'표의 진실'보다 '진실의 조건'

민주주의는 정답을 맞히는 제도가 아니다. 정답에 도달하는 조건을 지키는 제도다. 부정선거 프레임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 있다. 특정 사건의 진위를 넘어 '증거의 규칙' 자체를 무너뜨린다.

처방은 거창하지 않다. 습관이 필요하다. 첫째, 의혹을 총량으로 말하지 않는다. 한 건씩 꺼내 검증 가능한 형태로 남긴다. 반박되면 철회한다. 둘째, 기준을 먼저 세운다. 어느 수준의 증거면 부정으로 인정할지 정한다. 기준 없는 의혹은 끝나지 않는다. 셋째, SNS 알고리즘을 '내 편'이 아니라 '내 약점'으로 본다. 추천은 진실이 아니다. 취향을 먹고 자라는 설계다. 원자료 확인이 필요하고 반대 진영 기사도 읽는다. 불편함을 견디는 능력이 민주주의 체력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 펜앤마이크
침묵은 위험하다. 공개 토론은 필요하다. 이준석 의원이 총대를 멘 이유도 거기에 있다. 토론이 민주주의의 체력이 되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알고리즘이 부추기는 확신의 쾌감보다 검증의 지루함을 견디는 훈련이 먼저다.

무엇을 믿을 것인가. 그보다 앞선 질문이 있다. 믿음을 만들 때 지켜야 할 규칙을 아직 공유하고 있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블로그(지구별시골쥐)에도 실립니다.김주영 저널리스트 jootim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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