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그룹] 일제 강점기를 온몸으로 걸어간 시인들의 삶을 배우다

이숙자 2026. 2. 28. 15:5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봄날의 산책 ' 책방에서 김사인 시인의 강의를 듣고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숙자 기자]

삶의 향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2월이 돌아오면서 목요일이면 근대 신인의 강의를 들었다. 오전 10시에 시작이라서 아침부터 서둘러 발걸음도 가볍게 '봄날의 산책' 책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강의 들으려 가는 발걸음은 마치 학생이 된 듯 설렌다. 나는 내 삶 가운데 가장 즐거운 일은 공부하는 시간이다. 공부를 하면서 몰랐던 세상을 안다는 것은 얼마나 신나고 흥분되는 일인지, 그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일은 없다.
▲ 강의 듣는 중 시인님의 강의 시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열심시 강의 듣는 회원님들
ⓒ 이숙자
'봄날의 책방'은 말랭이 마을에서 4년 동안 경험했던 시간들을 밑거름으로 해 산 아래 월명동에 단독주택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공부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인문 학당을 주측으로 희망하는 분들도 참여해 김사인 시인님의 근대 시인 강의를 듣게 됐다.

2월 첫주에서 시작해 지난 26일까지 네 번의 강의가 끝났다. 김사인 시인의 주옥같은 말씀을 간단히 정리해 느낌대로 글을 쓴다.

시란 최선의 말이 다라고 한다. 시는 불투명한 착잡성으로 살아있다. 또한 삶의 기운을 보전하는 힘이 있다. 시를 낭송할 때도 온몸으로 스며들게 하듯 소리를 내어야 한다.

그중에 첫 번째 강의는 근대시인 4명의 탄생과 죽음에 이르는 일대기였다. 네 분의 시인들이 살았던 시대는 일제 강점기 역동의 시대였다. 얼마나 힘들고 어두운 터널을 건너 왔을지 미루어 짐작이 된다.

첫 번째 시인은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좋아하지 않더라도 모르는 이가 없을 김소월 시인이었다. 김소월 시인은 이북 평안도 정주에서 태어났고 광산을 하는 할아버지 덕분에 소년시절은 대체적으로 부유한 가정 형편에서 자랐다. 그러나 아버지의 병환과 할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 가난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에는 젊은 나이에 뇌출혈로 쓰러져 33세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소녀 시절부터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소월 시집을 곁에 두고 살았다. 잠들 때는 꼭 시를 읽고 위로를 받고 잠들 정도로 소월 시인의 팬이었다.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시인 중에 한 분이다.

두 번째는 정지용 시인이었다. 정지용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시는 '향수'다. 이 시는 노래로 널리 알려졌다. 십 대인 열 두 살에 결혼하고 서울에서 공부할 때 고향 집에 두고 온 아내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시로 썼다고 한다. 그 가사 말이 어찌나 애틋하고 서정적인지, 다시 읽어도 명시라는 느낌이다.

1929년 도쿄 유학을 갔다가 관동대지진으로 학교가 불타 어쩔 수 없이 귀국해 휘문고 선생님을 한 수재였고 훗날에는 이화여대 교수까지 했다. 교육에 온 힘을 썼고 시인을 발굴해 문학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윤동주, 이상도, 정지영 시인을 발굴해 시집을 내도록 했고, 조지훈, 박목월 등 많은 시인들과 교류를 하며 문학을 더 넓은 세계로 이끌어낸 분이기도 하다.

다음 강의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를 쓰신 김영랑 시인 편이었다. 김영랑 시인은 전라남도 강진의 오 백석지기 부잣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러한 환경 때문인지 13세에 두 살 더 많은 여자와 결혼하고 일년 같이 살다가 서울로 공부하러 올라간다. 그해 부인은 2년 후 재혼한다. 영랑 시인의 시는 말 맛이 살아있다. 영랑 시인의 표현은 매우 매력적이다.

육사 이원록은 우리나라 유교의 본산지나 다름 없는 안동 도산 서원 출신이다. 그의 대표 시는 '청포도' 시다. 이육사란 이름은 감옥에 있을 때 죄수 번호였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는 늘 나라 걱정을 하는 독립 투사였다. 이번 시 강의를 듣고 서야 모르는 걸 많이 알게 됐다.

감옥을 무려 17차례나 채옥, 투옥했던 사람이다. 독립을 위해 한번 죽고자 했던 마음 가짐은 그의 '절정'이란 시에서 엿볼 수 있다.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문화를 지키려는 분투가 있었다.

온몸으로 자신의 생과 시대를 헤쳐 나가려 했던 그 시대의 젊은 시인들이었다. 시는 눈과 머리로만이 아니라 마음을 울리는 재주가 있다. 시 쓰기, 시 읽기, 예술 창작은 온 우주의 기운이 모여 만든 영혼의 울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려운 시대를 걸어왔던 근대시인들에 대한 강의를 듣고 어느 날은 시인의 깊이 있는 말씀에 소름이 올라온 적도 있고 마음에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김사인 시인 님의 강의를 듣기 위해 어느 날은 대구에서, 어느날은 양산 통도사 주변에 사시는 분이 와주셨다. 전주에서, 또는 세종에서까지 매번 오시는 분도 있었다. 열띤 배움의 장소였다.

강의하는 장소가 비좁아 무릎이 맞닿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앉아있었지만 불편함 보다는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곁에 모르는 분과도 더 친밀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 늦은 나이에 시를 알고 시의 세계에서 살 수 있어 순간들이 벅차고 행복했다.

우리에게 주옥같은 시들을 남겼던 네 분에 시인을 공부하도록 앞장서서 준비해 주신 '봄날의 산책' 책방 대표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과연 우리 삶의 향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 group 》 시니어그룹 : https://omn.kr/group/senior_2024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