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비만 43만원" 팬들 비명...9000억 예산도 공중분해 위기, 미국 월드컵 제대로 치를 수 있나

배지헌 기자 2026. 2. 28. 13:5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차비 최대 300달러 폭등, 장애인 주차장도 예외 없다
-연방 셧다운에 보안 예산 동결...서로 네 탓 공방
-보스턴 개최권 반납 압박...다른 도시도?
트럼프를 위해 동원된 FIFA 월드컵(사진=FIFA 월드컵 공식 SNS)

[더게이트]

개막까지 불과 넉 달여를 앞둔 2026 북중미 월드컵이 폭리 논란과 정치적 파행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도 넘은 수익 추구에 팬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는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까지 겹치며 개최 도시들의 치안망에 구멍이 뚫릴 위기다.

가장 먼저 불거진 논란은 살인적인 주차비다. FIFA는 최근 미국 내 월드컵 경기장 인근 주차권 가격을 대폭 올렸다. 지난해 11월 75달러(약 11만원) 수준이던 조별리그 주차비는 현재 평균 175달러(약 25만원)까지 치솟았다. 애틀랜타와 휴스턴의 일부 경기를 제외하면 100달러 미만짜리 주차권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건너편 쇼핑몰 주차장 이용료는 225달러(약 33만원)에 달하고, 아르헨티나 등 인기 팀이 출전하는 마이애미 하드록 스타디움은 250달러(약 36만원)까지 올랐다.
FIFA 월드컵 트로피. 사진 | FIFA홈페이지 캡쳐

"서민은 오지 마라?"...주차비가 입장권 가격 육박

8강부터는 더 심하다.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 주차비는 최대 300달러(약 43만 5000원), 보스턴 질레트 스타디움은 245달러(약 35만 5000원)에 책정됐다. 웬만한 경기 입장권 가격과 맞먹는 수준이다. 장애인 팬을 위한 전용 주차구역도 일반석과 똑같은 요금을 부과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FIFA 측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 가격"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분노한 팬들 사이에선 "주차비가 카테고리 3 입장권보다 비싸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팬 커뮤니티에서는 마이애미 원정을 계획하던 한 팬이 주차비 250달러를 확인한 뒤 FIFA를 향한 욕설과 함께 "이건 선을 넘은 것"이라며 격분한 사연이 화제가 됐다. FIFA는 "월드컵 수익은 전 세계 축구 발전에 재투자된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팬들의 귀에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주차비 논란이 가시기도 전에 더 심각한 문제가 터졌다. 미 연방정부의 부분 셧다운으로 국토안보부(DHS) 예산이 묶이면서, 지난해 여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법안에 포함된 월드컵 보안 예산 6억 2500만 달러(약 9062억원)의 집행이 전면 중단됐다. 법안은 지난해 7월 4일 발효됐지만, 개막 넉 달을 앞둔 지금까지 11개 개최 도시에 단 한 푼도 전달되지 않았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보조금 처리 담당자들은 셧다운으로 휴직 상태에 들어갔고, 각 개최 도시로 흘러가야 할 보안 자금은 서류 더미 속에 갇혔다.

정치권은 '네 탓 공방'에 여념이 없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민주당이 셧다운을 유도해 월드컵 안전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강변한다. 반면 넬리 포 뉴저지주 하원의원은 FEMA의 공식 지원 공고문을 제시하며 맞섰다. 해당 공고문에는 보조금 예상 지급일이 '2026년 1월 30일 이전'으로 명시돼 있었다. 포 의원은 "셧다운 이전에 이미 지급됐어야 할 돈"이라며 "DHS가 제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날을 세웠다.

현장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마이애미 월드컵 조직위원회 레이 마르티네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의회 청문회에서 "앞으로 30일 이내에 자금이 확보되지 않으면 안전 계획 수립에 치명적인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재앙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 자체가 취소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즉흥적으로 열리는 응원 행사나 거리 파티 준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를 위해 동원된 FIFA 월드컵(사진=FIFA 월드컵 공식 SNS)

"돈 안 주면 경기 없다"...보스턴의 반란, 확산되는 불확실성

현장의 비명은 보스턴 인근 폭스보로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터져 나왔다. 인구 1만 8000명의 작은 마을 폭스보로는 7경기가 열리는 6만 5000석 규모 질레트 스타디움을 품고 있다. 하지만 대회 운영 자금이 바닥나면서 마을 의회 격인 선택위원회가 '개최 라이선스 불허'라는 배수의 진을 쳤다.

선택위원회는 치안 및 공공 안전 비용으로 추산된 780만 달러(약 113억원)를 FIFA와 보스턴 조직위원회, 경기장 소유주인 크래프트 그룹 중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크래프트 그룹은 연방 보조금에 상응하는 금액을 선지급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총비용을 충당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경기장 라이선스 발급 기한은 3월 17일. 그 안에 재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경기는 열리지 않는다.

마크 엘프먼 선택위원회 위원은 "억만장자가 소유한 경기장에서 FIFA가 수조 원의 수익을 올리는데, 왜 우리 마을 납세자들이 비용을 대야 하느냐"며 "돈이 입금되지 않는다면 라이선스 발급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스테파니 맥고완 부의장은 한술 더 떴다. "이 기간에 월드컵이 없었더라면 콘서트 일곱 번이 열렸을 것이다. 우리 마을에 돈이 쏟아져 들어오는 게 아니다. 이건 골칫거리에 더 가깝다"고 잘라 말했다.

FIFA는 이번 월드컵으로 110억 달러(약 16조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며, 인판티노 회장은 미국 경제에 300억 달러(약 43조원)의 파급 효과가 돌아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개최 도시들이 안전 비용과 인프라 구축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에서 이 숫자는 공허하게 느껴질 뿐이다. 보스턴과 같은 '라이선스 거부' 움직임이 다른 개최 도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말이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

Copyright © 더게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