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전 폐업 펫숍, 뼈만 남은 채 발견된 강아지들 [개st하우스]

“새해 첫날 우리 동물단체에 구조 요청이 들어왔어요. 문 닫은 지 1년 넘은 펫숍이 있는데, 그 안에 개들이 아직 남아 있다는 믿기 힘든 내용이었어요. 구조팀을 꾸려 다음 날 찾아갔는데 진열장 안에 개들이 정말 있었어요. 진짜 뼈만 남아 있었거든요. 이웃들에게 물어보니, 동네 사람들이 가끔 부어주는, 죽지 않을 정도의 사료만 먹으면서 그 좁은 유리장 안에서 버틴 거라고 하더군요.”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애견 미용실 앞에 ‘금일 휴업’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대신 정체불명의 개들이 담긴 이동장이 연달아 가게로 들어왔습니다. 이동장 문을 열자, 오물로 범벅이 된 손바닥만 한 강아지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본래 하얀색이었을 털은 누더기처럼 엉겨 붙어 누렇게 변한 상태였습니다. 구조단체 유엄빠의 박민희 대표는 “푸들, 비숑 같은 품종견들이지만 상태가 너무 나빠 여러 미용실에서 거부당했다”며 “추가 요금을 제안해도 허사였는데, 이곳에서 겨우 받아줘 찾아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개들은 낯선 장소에 도착하면 푹신한 곳을 찾아가 배변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누더기 개들 역시 미용실에 풀려나자마자 깔아둔 배변 패드 위로 올라갔지만, 좀처럼 볼일을 보지 못해 고통스러워했습니다. 항문 주위 털이 배설물과 함께 돌처럼 굳어버린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이를 지켜보던 박 대표는 “제때 관리하지 않으면 장 괴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구조견들에게 미용은 외관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누더기 개들을 받아준 이는 유튜브 ‘애니살롱’ 운영자 이서현씨입니다. 서현씨는 유기동물의 건강 회복과 입양을 돕기 위해 미용 봉사를 하면서 이를 영상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는 “위생 미용은 이후 치료와 돌봄, 입양 절차를 밟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며 “마리당 2~3시간이 걸리는 고된 작업”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날도 서현씨의 정성 어린 손길 끝에 누더기개 4마리는 귀여운 제 모습을 찾았습니다. 무엇보다 위생 미용으로 오물이 제거되자, 개들은 그제야 편안하게 배변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서현씨가 3일에 걸쳐 미용해 준 누더기개는 15마리에 달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많은 품종견이, 누더기나 다를 바 없는 비참한 꼴로 동물단체에 구조받게 된 걸까요. 녀석들의 구조기는 이날로부터 10여일 전인 1월 3일, 수도권의 한 폐업한 펫숍에서 시작됩니다.
박민희 대표가 충격적인 제보를 받은 건 하루 전인 1월 2일, 새해 벽두였습니다. 폐업한 지 1년 넘은 펫숍에 10여 마리의 개가 방치되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이라면 생명이 위중한 상황. 이튿날 곧장 현장으로 달려간 구조팀은 참혹한 실태를 마주했습니다.
50개의 진열장 중 15곳에 비숑, 푸들 등이 갇혀 있었습니다. 개들은 모두 표준 체중의 절반도 안 되는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였습니다. 박 대표는 “인근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펫숍이 문을 닫은 지 1년 3개월이 넘었다”며 “이갈이를 막 끝낸 강아지도 있는 것으로 보아, 대부분 진열장 안에서 성견으로 큰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돌보는 이 없이, 폐쇄된 공간에 갇혀 있던 개들이 어떻게 15개월을 버텼을까요. 말 못 하는 동물들을 대신해 주민들이 들려준 속사정은 이랬습니다. 펫숍 업주 B씨는 개업 초기만 해도 50개의 진열장에 가득 채운 품종견 중 절반 이상을 팔아 치우며 승승장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경영난에 빠졌고, 15마리의 개들을 남겨둔 채 잠적했습니다. 월세와 관리비는 계속 밀렸고, 개들은 굶어 죽을 위기에 놓였습니다.
기적 같은 도움의 손길이 닿았습니다. 상황을 알게 된 익명의 제보자가 업주 B씨를 설득해 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내 개들을 돌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보자는 2~3일마다 펫숍을 방문해 물과 사료를 챙겼습니다. 비록 굶어 죽지 않을 정도에 불과한 최소한의 돌봄이었지만, 방치견들이 15개월을 버텨낸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잠적한 B씨 탓에 경제적 손실을 본 건물주도 제보자의 취지에 공감해 전기와 수도를 끊지 않았습니다. 그 덕에 펫숍 안엔 최소한의 온기가 유지됐고 15마리의 개들은 혹독한 한파를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이웃들의 선의가 기적을 만든 셈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유리장에 갇혀 지낼 수는 없었습니다. 15마리 방치견들의 온전한 삶을 위해 구조와 치료 그리고 입양이 절실했습니다.
이 사건을 접하며 많은 독자가 가장 공분하고 궁금해할 부분은 업주의 처벌 여부일 것입니다. 펫숍에 개들을 버려두고 떠난 업주는 과연 법의 심판을 받았을까요? 확인 결과, 해당 업주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잘못이 없어서는 물론 아닙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공간 및 먹이 제공, 위생ㆍ건강 관리를 위한 사항을 위반하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합니다. 사연 속 업주의 방치 행위는 동물학대에 해당하죠.
하지만 현행법의 또다른 규정에서 개들의 소유권은 여전히 업주에게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개들을 구조 하려면 업주의 소유권 포기 각서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업주가 ‘학대죄로 고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소유권을 넘기겠다’는 식으로 법적 거래를 제안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동물의 고통을 하루빨리 끝내야 하는 단체들은 불가피하게 법적 타협을 선택하게 되죠. 불법 번식장이나 펫숍 구조 현장에서 이 같은 부당한 거래가 반복되는 이유입니다.
해외 선진국은 다릅니다. 독일에선 동물을 죽이거나 고통을 가한 자에게 최대 5년간 동물 취급을 금지하며, 재범자는 무기한 사육이 제한됩니다. 스위스 역시 동물학대범에 대해 관련 업종 종사 및 사육을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36개 주에서도 법원 판결로 학대자의 동물 사육을 금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인식 또한 확고합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실시한 ‘2025 반려동물 양육 현황 및 양육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 이상이 학대자의 소유권 박탈과 사육 금지에 찬성했습니다. 학대 전과자의 사육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96%에 달했습니다. 여론에 발맞춰 최근 국회에서는 학대 혐의자로부터 동물을 격리하고, 나아가 학대자의 동물사육을 최대 5년간 금지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도 발의됐습니다.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이 법안에 대해 “동물 학대자의 소유권 제한을 과도한 기본권 침해로 여기던 관행을 깨는 시도”라며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대하는 인식의 전환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문 닫은 펫숍의 개들을 구조해 낸 건 유엄빠와 이지동물병원이 꾸린 합동 구조팀입니다. 유엄빠가 제공한 영상엔 지난달 3일, 교도소 같은 진열장에서 빠져 나와 15개월의 긴 감금 생활을 마침내 끝맺는 개들의 모습이 생생히 담겼습니다.

구조에는 성공했지만, 박 대표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오랜 방치로 건강이 악화된 개들의 치료비와 입양 문제가 남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구조견 마리당 최소 100만원 가량 치료비가 발생합니다. 예방접종, 중성화 시술 등 기초시술을 비롯해 가장 흔한 피부병 및 관절질환 치료에 따른 비용입니다.
박 대표는 “방치견들을 구조하며 ‘제발 너무 많이 아프진 말라’고 속으로 기도했다”면서 “다행히 시민들이 후원금을 모아주셨고, 15마리의 기초시술에 필요한 비용이 마련됐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재능기부도 이어졌습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위생 미용이었는데요. 구조견들은 보통 경계심이 커 물림 사고가 빈번하고, 털에 묻은 이물질 때문에 비싼 미용 장비가 망가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반 미용실에서는 선뜻 맡기 어렵습니다. 다행히 펫숍 개들의 사연을 알게 된 유튜브 ‘애니살롱’의 이서현씨가 미용 봉사자로 나섰습니다. 서현씨가 사흘간 꼬박 공을 들인 덕분에 구조견 15마리 모두 누더기 같은 털을 벗고 제 모습을 찾은 상태로, 현재 경기도 시흥의 유엄빠 입양센터에서 따뜻한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구조견들의 사회성도 빠르게 좋아졌습니다. 일반 가정견처럼 사람 무릎에 올라와 재롱을 부리고, 장난감 공을 던져주면 달려가 물어오는 등 사람과 잘 교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2.7㎏의 말티푸 유진이는 기자의 품을 파고들더니 그대로 낮잠을 자는 너스레를 부려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박 대표는 “사람으로 치면 태어난 후 일생 대부분을 감옥 독방에 갇혀 보낸 가엾은 개들”이라며 “남은 견생 동안 행복하게 해줄 가족을 모집한다”고 전했습니다.
시민들의 십시일반으로 구조된 유진이와 14마리 구조견들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입양을 희망하는 분들은 기사 하단의 입양 신청 절차를 확인해주세요.
- 2살 추정 말티푸
- 중성화 수컷, 2.7㎏
- 사람을 좋아하며 다른 개와도 잘 지냄
- 잔짖음이 없고 배변패드를 잘 사용함
■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인스타그램으로 문의해주세요
➡️동물구조단체 유엄빠 인스타그램: youumbba
■유진이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72번째 견공입니다(120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이성훈 기자, 전병준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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