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잘 잡힌 보올링 백의 미학, 올봄 가방 트렌드③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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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앞에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무거운 패딩을 벗고 나니 새로운 가방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올해의 가방은 기존 틀을 깬 모습이 돋보입니다. 완벽함보다는 무심함을, 장식보다는 본질을 택한 럭셔리 패션 하우스들의 시각이 가방에 오롯이 담겼습니다. 올봄 당신의 어깨 위에서 새로움을 선언할 가방 트렌드를 세 편에 걸쳐 소개합니다. 마지막 편은 ‘볼링 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편집자 주〉
」
2026 봄·여름 가방 트렌드③
주렁주렁 인형은 그만, 본질에 집중한 볼링 백
아직 가방에 인형과 키링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면, 이제 스타일을 다시 점검해볼 시점이다. 올봄에는 장식으로 분산됐던 가방의 본질에 다시 집중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방 본연의 형태를 얼마나 잘 드러내느냐, 그리고 이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들어 보이느냐가 중요한 기준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트렌드가 바로 ‘볼링 백(Bowling Bag)의 귀환’이다. 볼링 백은 이름 그대로 볼링 공을 운반하기 위해 고안된 가방 실루엣에서 출발했다. 둥근 돔 형태의 상단과 견고한 평평한 바닥,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두 개의 핸들이 특징이다. 한때 스포츠용 가방으로 여겨졌지만, 2000년대 초 프라다가 이를 핵심 아이템으로 선보이며 패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2022년 Y2K 패션 열풍과 함께 다시 주목받았고, 올해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가방들이 다시 무대 위로 올라오면서 트렌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에르메스부터 미우미우까지, 다양한 변주
2000년대 초 프라다가 선보인 볼링 백은 스포츠 가방과 형태가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상단이 돔 형태를 갖는 볼링 백 실루엣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에르메스의 ‘볼리드(Bolide)’백과 루이 비통의 ‘알마(Alma)’ 백에 닿는다.


볼리드는 1923년 자동차 여행을 위해 제작된 가방으로, 당시 혁신 기술이던 지퍼를 최초로 부착한 가방으로 알려져 있다. 이동 중에도 소지품이 쏟아지지 않도록 설계된 가방의 돔 형태 실루엣은 이후 볼링 백 디자인의 기준이 됐다.
파리의 아치형 다리 이름에서 유래한 알마 백 역시 우아함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대표적인 구조다. 1934년 가브리엘 샤넬의 의뢰로 제작된 ‘스콰이어’ 백으로 시작해, ‘샹젤리제’ ‘마르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다가 1992년 지금의 형태와 이름으로 공식 출시됐다. 아르데코 건축 양식을 반영해 넓은 바닥과 단단한 구조를 갖췄으며, 형태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으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내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볼링 백이 다시 소환된 배경에는 지금의 트렌드를 최전선에서 이끄는 브랜드들의 활약이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프라다의 자매 격인 미우미우다. 미우미우는 ‘보(Beau)’ 백을 통해 볼링 백 트렌드를 가장 젊고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중이다. 가방 가장자리에 파이핑(Piping, 가죽을 둥글게 말아 끼워 박는 이 기법)을 넣어 가방 형태가 무너지지 않게 지지해줄 뿐 아니라, 볼링 백 특유의 조형미를 만들어냈다. 특히 올해는 가로로 길쭉하게 비율을 조정한 ‘이스트 웨스트’ 스타일의 보 백을 선보이며, 한층 더 날렵한 현대적 감성을 담았다.
미니멀리즘의 정점에 서 있는 더 로우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더 로우가 내놓은 ‘아그네스 12(Agnes 12)’ 백은 볼링 백의 고전적인 실루엣을 가장 우아하게 변주했다는 평을 받는다. 사각 바닥과 돔 형태의 상단은 유지하되, 지퍼 부분에 가죽 패널을 덧대어 스포츠 백 특유의 기능성을 고급스럽게 담아냈다.


장식 덜어낸 자리에 남은 ‘본질’의 힘
올해의 볼링 백은 단순한 복각에 그치지 않는다. 옆으로 더 길어지거나, 소재의 대비를 통해 질감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며 연령과 스타일의 경계를 허문다.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을 들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들 것인가’라는 태도다. 볼링 백처럼 구조가 명확한 가방을 선택한다는 것은 별도의 장치 없이도 디자인 완성도를 알아보는 사용자의 높은 안목을 증명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가방을 예쁘게 꾸미는 수고 대신, 가방 자체가 가진 묵직한 물성과 형태가 주는 안정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실루엣만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읽어낼 수 있는 디자인이 주목받는 것은 본질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볼링 백 트렌드의 종착지는 ‘애쓰지 않는 우아함(Effortless Luxury)’이다. 이는 로고를 숨기고 품격을 드러내는 올드 머니 룩(상류층의 패션 스타일)과 궤를 같이하지만, 한층 더 자유롭고 실용적인 방향을 지향한다. 가죽 스트랩에 실크 스카프를 무심하게 묶거나, 가방의 자연스러운 주름이 잡히도록 가볍게 쥐어 드는 연출법 또한 같은 맥락이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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