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계가 주목하는 퍼커셔니스트 공성연 “두드릴 수만 있다면 뭐든 악기… 한계가 없죠”
마림바 소리에 반해 타악기 시작
유럽 콩쿠르 수상 후 다양한 무대
3월 10일 예술의전당서 리사이틀

퍼커션(percussion)은 클래식계에서 모든 타악기를 총칭하는 말이다. 음의 높낮이 유무에 따라 유율과 무율로 나뉜다. 마림바, 팀파니, 실로폰, 비브라폰 등이 포함된 유율 타악기는 선율과 화음 연주가 가능하다. 반면 드럼, 심벌즈, 탬버린, 트라이앵글 등이 포함된 무율 타악기는 리듬과 효과음을 담당한다. 퍼커셔니스트는 수십개에 달하는 유율 및 무율 타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를 가리킨다.
공성연(25)은 2020년대 들어 클래식계가 주목하는 퍼커셔니스트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2022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세계 마림바 콩쿠르에서 1위 및 위촉곡 해석 특별상을 받은 데 이어 2024년 세계 최고 권위의 타악기 콩쿠르 중 하나인 네덜란드 트롬프 타악기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준우승을 차지한 공성연은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다양한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 3월 10일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리사이틀 ‘나의 아름다운 혼돈’(My Beautiful Chaos)을 개최하는 공성연을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퍼커셔니스트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최근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퍼커션은 한계가 없는 게 장점이에요. 두드릴 수만 있다면 뭐든지 악기가 되거든요. 스틱을 활용할 수도 있고, 손바닥을 활용할 수도 있죠. 자신의 몸을 두드리는 ‘바디 퍼커션’도 있답니다. 그런가 하면 벽을 치거나 바닥을 구르는 등 한 편의 퍼포먼스 같은 연주도 있어요.”
공성연은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지만, 가족 중에 음악 전공자가 없었기 때문에 연주자의 길을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를 따라 방과 후 오케스트라에 갔다가 선생님의 권유로 타악기를 시작한 것이 그의 미래를 결정했다.
“피아노 연주로 오케스트라 오디션을 봤어요. 그런데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선생님이 제게 ‘리듬감이 좋다’며 타악기를 권하셨어요. 당시 저희 가족은 오케스트라 속 타악기는 큰북만 생각하고 반대하셨습니다. 여자아이니까 예쁜 악기를 다루길 바라셨던 거죠. 그러다가 마림바가 타악기에 포함된다는 방송을 본 이모 덕분에 엄마와 실제 악기를 보러 가게 됐는데요. 마림바의 예쁜 소리에 바로 마음을 뺏겼어요. 그리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죠.”

마림바는 아프리카의 전통 악기로 시작해서 현대화를 거치며 클래식 악기로 발전한 타악기 중 유율 악기이자 건반 악기다. 나무로 된 건반과 금속으로 된 큰 관으로 구성돼 있어서 건반을 때리면 그 밑의 관을 울리며 소리가 나는 방식으로 연주되는 악기다. 마림바를 필두로 타악기를 본격적으로 배운 공성연은 예원학교를 거쳐 서울예고 1학년을 마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 예술영재 전형으로 조기 입학했다. 국내외 다수의 콩쿠르에서 상위 입상하며 이른 시기부터 두각을 나타낸 덕분이다. 이후 독일로 유학을 떠나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에서 솔로 퍼커션으로 석사를 마친 후 현대음악으로 또다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아무래도 유럽이 한국보다 타악기에 열려 있기 때문에 유학을 선택했는데요. 슈투트가르트 음대에서 공부하며 다양한 공연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특히 슈투트가르트 마림바 콩쿠르와 트롬프 타악기 콩쿠르 수상에 따른 부상으로 다양한 무대에 서면서 음악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타악기는 20세기 이전까지 오케스트라에서 리듬과 극적 효과를 위한 보조적인 악기에 머물렀다. 하지만 1920~30년대 미국 작곡가 조지 거슈윈(1898~1937)이 클래식 관현악법에 재즈의 즉흥적 리듬과 타악기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위상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타악기의 소리를 음악적 구조 안에서 중요하게 다룬 벨라 바르톡(1881~1945)과 전자음악과의 결합을 통해 표현력을 극대화한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1928~2007)은 타악기를 현대음악의 중심적인 악기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여기에 헬무트 라헨만(1935~)은 독창적인 악기 주법이나 비정형적인 소리의 음악적 활용을 통해 타악기 소리 체계를 확장했다.
“퍼커션의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에 곡이 많이 없다는 게 단점이에요. 그래서 저를 포함해 여러 퍼커셔니스트가 바로크를 포함해 다양한 시대의 곡을 편곡해서 연주하기도 합니다. 반면 퍼커션이 현대에도 계속 발전하는 악기이다 보니 현대 사회의 이야기를 녹여낼 수 있는 곡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공성연은 세계 최정상 퍼커션 앙상블인 퍼커션 드 슈트라스부르(Percussion de Strasbourg)가 주관한 제1회 율리스 퍼커션 앙상블 2022 프로젝트 아티스트로 선정돼 유럽 연주 투어에 참여하는 등 최근 유럽의 다양한 현대음악 앙상블과 함께 무대에 섰다. 또 무용, 연극, 전자음악 등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퍼포먼스를 제작하는 프로젝트에도 자주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퍼커션이 다른 악기들과 비교해 독주나 협연 악기로서 아직 무대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퍼커셔니스트들의 전문 분야가 따로 있을 정도로 시장이 넓습니다. 한국에서는 퍼커션에 대해 세밀하게 따지기보다 우선 퍼커셔니스트가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넓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이번 리사이틀은 공성연의 최근 활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공성연은 바흐의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d단조 BWV 1004, 트롬프 국제콩쿠르 준우승 당시 결선 위촉곡이었던 데이비드 드람 & 마르틴 폰드서의 ‘박스 오피스’ 그리고 벤 와룬트의 ‘과열된 자본주의와 프리드먼씨가 구글이 동사라는 것을 깨달은 날’을 연주한다. 단순히 고전과 현대의 곡들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음악 언어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무대 위에는 그가 연주하는 다양한 퍼커션들과 함께 반주 역할을 맡은 전자기타와 전자피아노가 함께한다.
“바흐의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은 마림바 연주로 들려드리고 ‘박스 오피스’는 무대 위에 놓은 다양한 박스들을 가지고 악기처럼 연주하거나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게 됩니다. 그리고 비브라폰으로 ‘과열된 자본주의와 프리드먼씨가 구글이 동사라는 것을 깨달은 날’을 연주하는데요. 한 곡씩 차례로 연주하는 기존 콘서트와 달리 세 곡의 악장을 섞어서 연주합니다. 제목을 ‘나의 아름다운 혼돈’이라고 정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사실 ‘박스 오피스’의 악보를 보면 작곡가가 연주자 마음대로 순서를 정하라고 적혀 있어요. 기존의 정형화된 공연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작곡가의 의도입니다. 저 역시 연주자가 관객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는 콘서트 형식을 추구하는데요. 이번 공연은 우리의 삶에 예술이 왜 필요한지 근본적으로 묻고자 합니다.”
공성연은 이번 콘서트를 시작으로 올해 국내에서는 3월 통영국제음악제와 5월 서울 드럼 페스티벌에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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