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로 83명 아이 출산? 혐오스러워"…17억 소송 낸 女배우 무슨일?
자신 얼굴·목소리로 챗봇 '디엘라' 학습
"챗봇용만 허용…AI장관 임명 동의하지 않아"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장관 '디엘라'를 만든 알바니아 정부가 자국 배우로부터 100만유로(약 17억원) 규모의 초상권 침해 소송을 당했다.
27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세계 최초의 AI 장관 디엘라를 상대로 소송을 낸 알바니아 배우 아닐라 비샤(57)의 사연을 소개했다. 40년 경력의 배우인 비샤는 2024년 12월 자신의 이미지와 목소리를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부와의 계약에 서명했다. 이후 그의 얼굴과 목소리는 알바니아의 온라인 정부포털 'e-알바니아'의 가상 비서로 개발한 '디엘라'의 아바타에 사용됐다.

비샤는 디엘라가 사용자 요청에 자연스럽게 응답할 수 있도록 입 모양 하나하나와 모든 소리를 기록해야 했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이를 위해 몇 시간 동안 서서 쉬지 않고 말하는 고된 작업도 감수해야 했다. 문제는 지난해 9월 알바니아 정부가 디엘라를 세계 최초의 AI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시작됐다. 디엘라 장관은 비샤의 허락 없이 그의 얼굴과 목소리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상태였다.
비샤는 e-알바니아 이미지 사용에 대해서만 계약한 데다 이미 계약은 지난해 12월 만료됐다. 비샤는 "내 이미지와 목소리가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디엘라의 장관 임명을 반대했다.
하지만 정부는 디엘라 임명을 그대로 추진했다. 급기야 지난해 10월에는 디엘라 장관이 "임신했다"며 국회의원 수에 맞춰 "83명의 아이를 출산할 것"이라고 알리기도 했다. 비샤는 "혐오감을 느꼈다"면서 "총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까지 미워하게 돼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비샤는 이달 초 알바니아 정부를 상대로 디엘라에게서 자신의 목소리와 이미지를 삭제할 것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지난 23일 행정법원에서 기각됐다.
비샤의 변호사는 수일 내로 손해배상 청구액 100만 유로를 포함한 본안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알바니아 정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소송이 "터무니없다"면서도 "법정에서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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