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바둑 기선 등극한 박정환 “신한은행배 우승이 올해 목표…기쁘다” [쿠키인터뷰]

초대 세계 ‘기선’은 한국 바둑 일인자 계보를 잇는 박정환 9단이었다. 박 9단은 기선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통산 6번째 메이저 세계대회 정상에 올랐다. 2021년 삼성화재배 이후 5년 만의 메이저 타이틀을 품에 안은 박 9단은 매년 개최되는 바둑 세계대회 중 최고 우승 상금인 4억원을 획득했다.
한국 랭킹 2위 박정환 9단은 27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15층 특설 대국장에서 열린 제1회 신한은행 세계 기선전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중국 랭킹 3위 왕싱하오 9단을 상대로 23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2:1로 우승을 확정했다. ‘백번 필승’이 이어진 이번 결승에서 박 9단은 1국과 3국을 승리했다.
1993년생으로 만 33세인 박정환 9단은 이번 대회에서 쉬하오홍(대만), 양카이원(중국), 이치리키 료(일본), 당이페이(중국) 등 세계적인 기사들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2004년생으로 만 22세인 중국 차세대 에이스 왕싱하오 9단을 상대로 다소 열세일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으나, 박 9단은 11살 나이 차를 극복하고 초대 기선전 정상에 올랐다.
박정환 9단은 이번 우승으로 조훈현 9단을 제치고 최장 기간(14년 6개월)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기록을 경신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2011년 8월 만 18세 나이로 제24회 후지쓰배에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한 박 9단은 14년 6개월 만에 기선전을 쟁취하며 종전 기록인 조훈현 9단의 13년 4개월(1989년 9월 1회 응씨배 우승~2003년 1월 7회 삼성화재배 우승)의 메이저 세계대회 최장 기간 우승 기록을 넘어섰다.
우승 직후 시상식에서 박정환 9단은 한국 전통 의상이자 전 세계를 매료시킨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연상케 하는 ‘두루마기’와 숭례문과 신한은행 로고가 순은으로 세공된 ‘갓’을 착용하고 등장했다. 박 9단은 “태어나서 처음 착용해본다”면서 “복장이 처음 소개될 때부터 우승해서 꼭 착용하고 싶었다”며 웃었다.
박 9단은 “좋은 대회를 만들어주신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오늘 대국은 초반부터 준비한대로 나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중반에 상대가 실수도 나오고 흔들리면서 기회가 왔다”고 총평했다.
세계대회 역사상 가장 빠른 시간제를 채택한 대회였다. 그동안 속기전으로 분류된 ‘바둑 삼국지’ 농심배의 1시간보다 짧은 ‘30분에 20초 피셔’로 진행됐다. 박 9단은 “세계대회 기준으로는 ‘초속기’라고 생각한다. 시작하자마자 집중해야 한다”면서 “다른 대회는 초반에는 조금 여유가 있는데, 신한은행배는 대국 시작과 동시에 긴장이 감돈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올해 목표를 벌써 달성한 박정환 9단이다. 박 9단은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신한은행배 우승이었다”고 웃으며 “2021년 이후 5년 동안 세계대회 도전했지만 벽에 막힌 것처럼 잘 안 되고 안 풀렸다. 오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이긴 것 같다. 정말 감사드리고 기쁘다”고 말했다.
우승 비결 중 하나로 국가대표 바둑 상비군의 도움을 꼽았다. 박 9단은 “국가대표팀 홍민표 감독님, 이영구·진시영 사범님이 거의 매일 저희 집에 와서 공부하며 도와주셨다”면서 “정말 감사드린다. 덕분에 우승한 것 같다. 응원해주신 바둑 팬 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초대 기선전 제패의 공을 돌렸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는 신한은행 정상혁 은행장과 김정훈 그룹장, 한국기원 정태순 이사장과 양재호 사무총장, 한국프로기사협회 조한승 회장 등이 참석해 우승자 박정환 9단과 준우승자 왕싱하오 9단을 축하했다.
우승자 시상을 맡은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국보 숭례문을 형상화한 신한 기선전 챔피언 트로피와 우승 상금 4억원을 박정환 9단에게 전달했다. 또한 세계적인 명품 핸드백 제조사 시몬느에서 특별 제작한 시그니처 가방과 최고급 수제 바둑판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준우승자 왕싱하오 9단에게 준우승 상금 1억원과 꽃다발이 전달됐다.
제1회 신한은행 세계 기선전은 신한은행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했다. 연간 개최 대회 중 세계 최대 우승 상금 4억원과 이색적인 ‘K-시상식’으로 화제를 모은 이번 대회는, 한국 박정환 9단의 우승과 함께 전 세계 바둑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기선전 준우승 상금은 1억원이며 시간제는 피셔(시간누적) 방식으로 각자 30분에 추가시간 20초로 진행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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