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팔았으면서, 왜 아직도 주인 행세를 하는가
[조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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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한 백화점. |
| ⓒ 연합뉴스 |
그런데 루이비통은 2022년, 그 수선집 장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자사 상표가 새겨진 가죽으로 만든 물건이 기존과 다른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이유였다. 1심과 2심은 루이비통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리폼 결과물 역시 독립된 교환가치를 가진 물건으로 볼 수 있고, 루이비통 상표가 그대로 남아 있는 이상 이를 접하는 사람이 원래의 제조 주체를 루이비통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 판단의 결론은 손해배상 1500만 원이었다. 수선집 장인은 상고했다.
대법원이 다시 물었다, 그 상표는 '시장'에서 사용된 것인가?
지난 2월 26일,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주목한 것은 상표의 '존재'가 아니라, 상표의 '기능'이었다.
상표법이 보호하는 것은 로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로고가 거래시장 속에서 수행하는 출처표시 기능이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어느 회사의 제품인지 식별하도록 돕는 기능이 상표권의 핵심이다.
그런데 소비자가 이미 구매한 자신의 가방을 자신의 필요에 맞게 변형하도록 맡기고, 그 결과물을 다시 자신이 사용하는 경우라면, 그 물건은 거래시장에 새로운 상품으로 공급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가죽에 남아 있는 로고 역시 새로운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은 이 지점을 지적했다. 단지 리폼 결과물이 경제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나, 수선업자가 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중요한 기준도 함께 제시했다. 형식상 리폼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업자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유통시키는 수준에 이르렀다면 상표권 침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예외적 사정이 존재하는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통해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며, 그 점을 입증할 책임 역시 상표권자에게 있다고 보았다.
물건을 샀는데, 왜 허락을 받아야 하는가
평소에 사고 싶었던 명품 가방 하나를 샀다. 수백만 원을 카드로 긁었다. 영수증을 받고, 쇼핑백을 들고 집으로 온다. 그 순간, 그 가방은 누구의 것인가? 당연히 내 것이다. 소유권이 내게로 넘어왔다는 뜻이다.
그런데 루이비통의 주장대로라면, 그 가방은 내 것이되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물건이 되어 버린다. 고치면 안 되고, 해체하면 안 되고, 다른 모습으로 쓰면 안 된다. 가방을 산 것이 아니라, 가방을 구매한 시점의 형태 그대로 사용할 권리를 허락받은 것에 가까워진다.
내가 어렵게 돈을 모아 산 내 아파트를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리모델링할 수 있는가. 내가 산 가구에 페인트칠을 할 수 있는가. 내가 구입한 자동차의 시트를 바꾸고, 내비게이션을 바꾸고, 오디오를 교체할 수 있는가. 백화점에서 산 긴 청바지를 잘라서 반바지로 입을 수 있는가.
모두 당연히 가능하다. 그것은 단순히 '사용'이 아니라, 소유자가 행사하는 '결정'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산다는 것은 그 물건을 정해진 모습 그대로 보관할 의무를 떠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필요와 삶에 맞게 바꿀 수 있는 권리까지 함께 취득하는 행위다. 그 권리는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만 행사할 수 있는 특혜가 아니라, 대가를 지불한 소비자에게 당연히 귀속되는 권리다. 그런데 왜 명품 가방만은, 내가 돈을 주고 산 이후에도 그 모습까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인가.
상표권은 원래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가짜를 진짜로 속여 파는 행위, 특정 브랜드가 만든 것처럼 가장해 상품을 유통하는 행위, 그런 행위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소비자는 피해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가방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바꾸려 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은 제기되었다. 이 소송은 결과적으로 하나의 메시지로 읽힌다. 당신이 그 가방을 샀을지라도, 그 가방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품 회사가 말할 수 있다는 메시지.
가방을 팔았으면, 그 다음은 주인의 것이다
명품의 본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실제로 닳아야 진짜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인의 손때가 배고, 세월의 흔적이 새겨질수록 그 물건은 단순한 상품을 넘어 삶과 추억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낡은 가방을 고쳐 다시 쓰는 일은 그 가치의 연장이었다. 버려지는 대신, 이어지는 것. 그것이 명품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간을 이어주는 일이 소송의 대상이 되어 권리침해로 의심받는 일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졌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상표권은 시장을 보호하는 권리이지, 거래가 끝난 이후 소비자의 삶까지 지배하는 권리는 아니라는 점이다. 루이비통은 가방을 팔았다. 그 대가를 충분히 받았다. 그 거래가 끝난 순간, 그 가방은 더 이상 브랜드의 것이 아니다. 소유자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의 모습까지 규정하려 한다면, 그것은 권리의 보호라기보다 권위의 연장에 가깝다.
그래서 이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명품은 팔았으면서, 왜 아직도 주인 행세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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