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스트' 윤석열, '은폐범' 지귀연

이진수 2026. 2. 2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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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의 정치읽기] 내란 1심 판결,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가 만든 기괴한 결과

[이진수 기자]

 윤석열씨에 대한 내란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가 있었던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교대역 부근에서 ‘무죄’와 ‘윤어게인’을 주장하는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 자유한길단, 자유대학 등 극우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다음 날, 윤석열이 낸 입장문의 일부분입니다.

"국가를 위한 구국의 결단을 내란 몰이로 음해하고 정치적 공세를 넘어 반대파의 숙청과 제거의 계기로 삼으려는 세력들은 앞으로도 더욱 기승을 부릴 것입니다.(중략) 법적 다툼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깊은 회의가 듭니다.(중략) 더는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말고 국민의 삶을 돌아보길 바랍니다."

1심 판결에 대해 이미 많은 비판이 나왔습니다. 물론 무기징역은 중형입니다. 12.3 계엄이 내란이라는 규정도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답답합니다.

윤석열의 실토

그러다 저 글을 다시 보았습니다. 토사물 같은 글입니다. 여러분도 느끼셨을 터입니다. 윤석열은 지금 '법? 웃기지 말라 그래'라고 비웃습니다. '정치적으로 패배했을 뿐, 나야말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투사다'라고 합니다. "우리의 싸움은 끝이 아니다. 뭉치고 일어서야 한다"라는 선동도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의 실토입니다. 그는 처음부터 초지일관 정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착각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전부 법, 법했습니다. 헌재가 파면할지 말지, 어느 판사가 공정한지 아닌지, 유죄가 나올지 말지, 하면서 온통 '법 수렁'에 빠졌습니다. 법 전문가들의 분석과 예측이 들릴 때마다 귀 기울였습니다. 일희일비 가슴 졸였습니다.

물론 그래서 탄핵당했고 파면되었으며 무기징역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보십시오. 여전히 윤석열은 앙앙불락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절윤'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의 20%가 '윤어게인'을 추종합니다. 달라진 게 없습니다. 어떤 정치적 원칙이 크게 훼손당했는데, 온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귀연의 판결이 그 증거입니다. 지귀연은 계엄이 사법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틀렸습니다. 의도적 눈감기입니다. 윤석열이 벌인 모든 짓을 통시적으로 보지 않으려 합니다. 12월 3일 벌어진 일만 놓고 이러니저러니 합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을 대신해 법관이 진실을 감추는 은폐와 기만을 자행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 TV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 연합뉴스
시작은 조국 사냥이었습니다. 당시 검찰 개혁의 상징이었기 때문입니다. 검찰총장이 되는 순간부터 시작했습니다. 당사자에게선 나오는 게 없자 가족을 탈탈 털었습니다. 한 집안을 도륙했습니다. 윤석열이 보수의 눈에 띄어 대선 후보로 발탁된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 5년 통틀어 유일하게 대통령과 여당을 이겨 먹은 칼잡이!

대선에선 0.73%p 차로 간신히 이겼습니다. 이재명 야당 후보가 최대의 정적이 되었습니다. 대통령이 되고도 폭정을 거듭했습니다. 김건희의 악행도 계속 불거졌습니다. 정부·여당에 질린 국민은 이재명의 야당에 대승을 가져다줍니다.

검찰은 이재명을 계속 기소했습니다. 사건만 8건에 재판이 5건입니다. 재판 결과는 들쭉날쭉했습니다. 이재명은 모질게 버텼습니다. 사법 살인을 도모했으나 뜻대로 안 됐습니다. 오히려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가 강력하게 작동했습니다. 정치라곤 해본 적이 없는 윤석열은 초조하고 지쳐갔습니다. 술에 의존했고 사리 판단이 흐려졌습니다. 툭 하면 '격노'했습니다.

처벌의 세계, 공존의 세계

윤석열이 살아온 세계는 처벌의 세계입니다. 그곳에 사는 인간은 두 종류입니다. 검사와 범죄자. 검사는 정의의 사도입니다. 맞은편에는 범죄자가 있습니다. 검사는 죄인을 감옥에 보냅니다. 범인은 검사 앞에서 벌벌 떱니다.

그러던 어느날 국가 최고 권력자가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세계관이 확장되었습니다. 자신은 정의로운 권력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도전하는 자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뇌는 야당 대표를 즉각 불의한 범죄자로 인식했습니다. 조건반사입니다.

'정의로운 권력' 대 '불의한 범죄자', 그것이 대통령 윤석열의 세계관입니다. 자신에게 맞서는 모든 이들을 "반국가세력"이라 통칭했습니다. 그의 불행은 그가 한 번도 공존의 세계에 살아본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반대자와 공존하는 게 기본 출발입니다. 반대자와 경쟁해야 합니다. 경쟁해서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때 권력을 획득합니다. 그러나 윤석열은 경쟁자를 감옥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생각만 줄곧 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자를 이미 두 명 알고 있습니다. 박정희와 전두환입니다. 김대중을 죽이거나 없애려 했습니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독재정권입니다. 군인은 적을 쳐부수기 위해 존재합니다. 머릿속에 적개심과 애국심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군 출신 대통령은 애국자인 자신에게 맞서는 야당 지도자를 이적 행위자로 바라봅니다. 적이 북한이니, 이적 행위자는 간첩입니다. 간첩과 범죄자라는 호칭만 다를 뿐, 그들은 정적을 제거 대상으로 보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선거에서 완패당한 데 이어 매일 여소야대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패배당합니다. 그렇게 애를 썼는데도 사법처리가 안 됩니다. 남은 카드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무력입니다. 군대를 동원해 일거에 척결하는 방법, 그래서 계엄이 필요했던 겁니다. 계엄을 선포해야 군대를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계엄 자체는 판단 대상이 아니다? 날짜를 시간으로 계산해 풀어줬던 지귀연의 신묘한 법 기술 2탄입니다. 그렇게 하면 윤석열의 의도와 목적이 홀연히 무대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법은 마술처럼 사람을 홀렸습니다.

윤석열이 허술했던 이유
 지난 2024년 12월 3일, 당시 대통령 윤석열씨가 저녁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계엄군이 점령을 시도한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집결해 계엄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 권우성
1979년 10.26과 1980년 5월을 겪었던 세대는 계엄이란 말만 들어도 공포심이 몰려옵니다. 언론은 계엄사의 검열을 받았습니다. 집회 시위의 자유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야당 정치인과 재야인사들이 잡혀갔습니다. 각종 민주주의 권리가 일거에 멈추는 사태, 그게 계엄입니다.

지귀연은 계엄 계획이 허술했다고 했습니다. 그 핑계로 형을 감경했습니다. 웃기는 소리입니다. 허술한 이유가 있습니다. 윤석열은 대통령입니다. 박정희나 전두환처럼 육군 소장이 아닙니다. 그들은 권력을 탈취해야 하므로 치밀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권력을 이미 갖고 있으니, 야당과 지도자만 제거하면 됩니다. 치밀할 필요가 없습니다.

12월 3일부터의 계획도 간단합니다. 이미 여러 증거나 증언에 나와 있습니다. 군을 동원해 국회를 장악한다. 야당 정치인이 몰려온다. 그들 중 명단에 오른 자들을 체포한다. 나머지는 돌려보내거나 일시 격리한다. 중앙 선관위 서버를 분석하고 선관위 직원들을 잡도리한다. 부정선거라는 증거를 확보한다. 선거 무효이니 국회를 해산한다. 비상입법기구를 가동한다. 재선거를 공고한다. 그거면 됩니다. 헬기가 1시간만 일찍 도착했어도 성공했을 친위 쿠데타입니다.

지귀연의 판결 핵심은 이렇습니다. '계엄을 선포한 것까진 좋아, 그렇다 쳐, 그런데 군대를 국회에 투입했기 때문에 내란이야.' 이는 80분짜리 영화를 앞에 40분, 뒤에 20분을 쳐내버리고, 기승전결 중 전에 해당하는 20분만 보자는 얘기입니다.

80분을 다 보았다면 이렇게 판결해야 합니다. '군대를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고자 한 자체가 민주주의를 파괴한 범죄야. 계엄을 통해 국회를 해산하고 자신이 원하는 정당 체제와 의석 구도를 만들려 했던 것 역시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위헌 위법 행위야'라고 해야 온당합니다. 지귀연은 그걸 회피하고 싶었던 겁니다.

왜 앞뒤를 잘라 먹었을까요? 윤석열과 그 일당이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사실을 가리기 위해서입니다. 윤석열은 물론이고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 보수진영이 민주주의를 훼손, 공격했다는 사실을 은폐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야 국민의힘과 보수세력의 존립 여지를 남겨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귀연은 재판을 정치적으로 했습니다.

사법의 정치화
 2월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전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지귀연 부장판사가 선고 요지를 설명하고 있다.
ⓒ 서울중앙지법
그 덕분에 지금 윤석열이 민주주의를 부르짖습니다. 다시 뭉쳐 일어서자고 선동합니다. 12월 3일 밤 그는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다고 했습니다. '국회가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라고도 했습니다. 정적이나 반대 세력을 범죄자화하고 척결 대상화함으로써 국가와 민족을 지키자고 선동하는 게 파시즘입니다.

저런 말을 했고, 실행했고, 실패하고도 계속 선동하는 윤석열은 파시스트입니다. 파시스트의 입에서 어디 감히 민주주의란 말이 나오게 합니까? 재판을 똑바로 했다면 윤석열이 저런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윤석열은 정치를 사법화한 대표적 인물입니다. 지귀연 1심은 사법을 정치화한 생생한 판례입니다.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밝혀야 합니다. 어제(25일) 출범한 2차 종합 특검의 임무입니다.

아담 쉐보르스키는 민주주의가 선거를 통해 평화적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한다고 했습니다. 경쟁적 선거가 파국적 폭력을 줄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중요한 건 민주주의는 폭력 대신 평화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2024년 12월 3일부터 지금까지 국민은 어떤 체기를 느낍니다. 민주주의의 평화적 경쟁 원칙이 무너질 뻔했습니다. 내란범이 폭력으로 짓밟으려 했던 것은 곧 민주주의의 대원칙입니다. 그 점이 잘 설명되지 않기에 아직도 답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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