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시위 반대하자 경찰이 후추스프레이... 남일이 아니다
바야흐로 '극우의 시대'입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배타주의와 인종주의를 극대화하며 세계를 혼란에 몰아넣었고, 유럽에서는 이민자들을 몰아내려는 정당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남미인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선 극우 지도자가 선출되는 모습도 심상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윤석열의 12.3 내란 이후 극우세력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한국의 상황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세계의 극우> 기획은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평화적 질서를 무너트리는 극우의 모습을 추적하며, 이에 맞서기 위한 방법을 모색합니다. <편집자말>
[고정희 기자]
지난 2월 14일, 전 세계에서 초콜릿을 주고받고 있을 때 독일 함부르크와 드레스덴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함부르크의 시위 인파는 극우 정당의 적법성을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세력을 키우고 있는 '독일을 위한 대안당 (아래 AfD)' 은 연방헌법 보호청에서 이미 '극우주의적'으로 분류된 상태이다.독일 연방의회는 AfD의 정당 해산 청구를 논의하고 있으나, 진척이 없다. 또한 정당 해산 청구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는 첩첩산중의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이에 시민들이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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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4일 독일 동부 드레스덴 시내에서 극우주의자들이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극우주의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드레스덴 공습 81주년을 맞아 시위를 조직했다. |
| ⓒ AFP/연합뉴스 |
이날도 네오나치 핵심 인사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어 "독일연방공화국은 거짓 역사 위에 세워졌다"라고 외쳤고 맞은편 차단막 뒤에 갇힌 시민들은 "닥쳐!"라고 소리치며 응대했다. 경찰은 이 두 세력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네오나치의 행진은 비호하고, 길을 막아선 시민들에게는 페퍼 스프레이를 뿌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네오나치의 추모행사는 사전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몇 해 동안 드레스덴에 모이는 네오나치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극우 세력의 약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극우 세력에서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지금은 노인이 된 '1세대'들이 시위를 주도했던 드레스덴이 아닌,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지로 옮겨 가서 시위를 하기도 한다. 극우가 정권을 잡은 헝가리에서는 나치 깃발을 휘두르며 행진해도 눈감아주기 때문이다.
부다페스트에서도 거의 같은 시기에 소위 '명예의 날' 행진을 한다. 1944년 말 소련군에게 포위된 부다페스트에서 약 7만 명의 독일 병사와 헝가리 병사들이 탈출을 시도했던 그날을 기념하는 것이다. 탈출 시도는 완전 실패로 끝나 거의 모든 병사가 사망했다. 이날은 헝가리, 독일,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수천 명의 네오나치들이 모여 역사적 탈출 경로를 따라 최대 60km의 행진을 한다.
드레스덴의 네오나치 행진을 시민들이 막아선다면 부다페스트의 행진을 막아서는 것은 "안티파"라고 불리는 반파시즘 사회주의자들이다. 이들은 극좌파로 인식되고 있으며 곤봉이나 고무망치 등으로 네오나치의 행진을 저지하는 과격파들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2023년 안티파와 극우들 사이에 격한 충돌이 있었다. 이때 많은 안티파가 체포되어 헝가리의 조악한 감방에 던져졌고,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올해는 부다페스트시에서 명예의 날 행진을 금지했다. 극우의 오르반 정권이 약해졌다는 증거이다.
위의 사건들을 긍정적인 징조로 여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거리에서 충돌을 일으키는 '시끄러운 반혁명'은 다소 잦아들었을지 모르지만 의회와 여론, 인터넷에서의 선동은 여전히 거세다. 또한 감시를 피해 다크넷 등으로 숨어 들어간 디지털 조직의 확산 또한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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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25년 2월 23일 독일의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공동대표인 앨리스 바이델과 티노 크루팔라가 베를린에 있는 당 본부에서 연방의회 선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독일 극우 세력은 제도권 정치와 비제도권 그룹의 이원 구조로 구성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일인의 장점으로 알려진 철저한 조직력과 완벽한 실천력이 극우 세력의 확산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발휘되고 있다.
AfD와 같은 정당은 정치적 주류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들은 민주주의 제도 속으로 파고들어 극우 담론을 공론장으로 끌어올린다. 2025년 총선에서 AfD는 20% 이상 지지를 받으며 제2당으로 부상했다. 구동독 지역, 작센과 튀링겐주에서는 이미 지역 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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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베를린에서 2024년 12월 14일, '법과 질서를 위한: 좌익 극단주의와 정치적 동기의 폭력에 반대한다'는 슬로건 아래 열린 집회에서 우익 시위대가 손짓을 하고 있다. |
| ⓒ EPA/연합뉴스 |
독일 정부는 극단주의 예방을 위해 3단계 전략을 수립하여 실천하고 있다. 1단계는 일반 대중 전체를 대상으로 한 민주주의 계몽 프로그램이다. 2단계는 위험군을 포착하여 조기에 개입하는 전략이며 3단계에서는 이미 오염된 극우를 회유하여 탈퇴를 유도한다. 헌법 수호청에서 주도하고 있는 '우익 극단주의 탈퇴 프로그램'은 꽤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한쪽에서 탈퇴할 때, 다른 쪽에서는 신규 가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장기적 '이념교육 프로그램'은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들, 특히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경제적 문제와 높은 이민자 수로 인한 불안감 등을 해결하지 못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물가가 치솟고 에너지 비용이 오르고 있다. 정치가들이 구사하는 추상적인 고급 언어도 반발의 대상이 되고 있다. AfD는 단순한 언어를 구사한다. 국가적 체면이나 국제적 위신 때문에 말하지 못했던 난민 문제를 거침없이 내뱉는 직설법은 단순한 서민들의 발등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내뱉는 약속은 지킬 수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품은 독재의 야심을 추종자들도 짐작하고는 있으나 문제 삼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매우 단순하다. 극우의 구성원은 결국 지배하려는 소수와 지배당해도 좋다는 다수로 나뉜다. "차라리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속 편하다.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해 주면 된다"라는 사람들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다수가 원하는 것은 '안정적인 삶'이기 때문이다. 자유를 내주고 생계의 안정을 사겠다고 할 만큼 절박한 사람들이 증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제적 안정과 부를 자랑하던 독일에서 과연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예측과 억측이 난무하지만 속시원한 해답은 아무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희망이 있다면, 독일은 나치 이후에 다차원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일당 독재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AfD의 지지율이 과반수가 되지 않는 한 그들이 정부를 수립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AfD와의 연합을 원하는 당 역시 없다.
괴물 집단의 탄생... 퇴치 방법은?
지난해 봄, 특정 기독교 집단이 서울 덕수궁 앞 광장에 모여 행인들의 고막을 찢을 만큼 확성기를 크게 틀어놓은 모습을 목격했다. 그들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잘은 모르지만 가고 있는 방향은 짐작이 간다. 로자 룩셈부르크가 예언한 대로 – 자본이 결국 지구를 다 집어삼키고 폐허만 남길 – 바로 그 상태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미래라면 미래다. 하지만 살고 싶은 미래는 결코 아니다.
우리는 경제 부흥을 위해 자본주의라는 좀비를 풀어놓았고 그 결과로 탄생한 거대한 괴물 집단이 지금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퇴치할 수 있을까. '데몬 헌터스의 노래로 혼문 안에 가둘 수 있다면'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염원 외에는 복안이 떠 오르지 않는다.
한편, 처음부터 통제해 왔던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역시 한계에 부딪힌 것처럼 보인다. 비대해진 행정, 고령화와 에너지 위기 등에 직면하여 대대적인 구조 조정이 절실하지만 정치가들은 감히 메스를 대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유권자의 회복탄력성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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