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회가 왔다" 부천 이영민 감독의 겸손…"부천이 좋은 팀 되려면 잔류부터" [현장인터뷰]

김환 기자 2026. 2. 2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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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홍은동, 김환 기자)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온다.'

다소 뻔하게 느껴지는 이 명언은 지난해 부천FC의 사상 첫 K리그1 승격을 이끈 이영민 감독을 설명할 수 있는 한 줄이다.

부천의 승격은 기적처럼 비춰지기도 하지만, 이 감독이 그간 착실하게 준비하면서 차곡차곡 쌓아올린 내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 감독은 승격의 기쁨에 오래 취해있을 생각이 없다. 25일 하나은행 K리그1 2026 미디어데이 행사에 앞서 만난 이 감독은 다시 한번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당장의 성공을 추구하는 것보다 어렵게 1부리그 무대를 밟은 부천이라는 팀이 K리그1에 안착하기 위한 방법, 즉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이 감독은 "처음에는 기존 선수들과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을 융화시키는 방법을 많이 생각했고, 그 다음에는 새로 온 선수들이 전술적인 부분들을 빨리 습득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걸 준비하는 데에도 많은 공을 들이지 않았나 싶다"며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부천은 이번 시즌 7명의 외국인 선수들과 함께한다. K리그1은 외국인 보유 제한이 없지만, 경기 명단에 포함될 수 있는 외인 선수의 숫자는 최대 5명이다. 부천의 외인 7명 중 2명은 매 경기 명단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감독은 "프리시즌에 외인 선수들과도 대화를 나눴다. 선수들도 우리 팀에 외인 선수들이 7명이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선수들에게 '내가 이런 방식으로 경기 때마다 활용할 거다. 너희가 7명이기 때문에 어차피 2명은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한다. 주중 경기가 있다면 누구든지 빠질 수 있다.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에게 선발 기회를 줄 거고, 계속 경쟁을 시킬 테니 그런 부분들을 잘 이해하고 따라 와달라'고 말했다. 경기 운영에서 이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K리그1에서는 승격팀이 파란을 일으킨 사례가 적지 않았다.

2023시즌 광주FC가 리그 3위를 차지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진출권을 따냈고, 2024시즌에는 김천 상무가 역시 리그 3위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 시즌에는 FC안양이 확실한 색채를 가진 축구를 선보이며 강등 경쟁에 휘말리지 않고 8위에 안착했다.

부천으로서도 욕심이 날 만한 상황이다. 이 감독은 K리그2를 대표하는 '지장' 중 한 명이었다. 이정효 감독, 유병훈 감독 등 K리그2에서 겨뤘던 지도자들이 K리그1에서 전술적 능력을 맘껏 펼치는 모습은 이 감독에게도 자극제가 됐을 터다.

그러나 이 감독은 당장 욕심을 내는 것보다 진정으로 팀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다른 결론을 내렸다.

이 감독이 생각하는 부천의 2026시즌 목표는 11위다. 강등만 피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솔직히 나도 조금 더 잘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하지만 나는 부천이 더 좋은 팀이 되려면 잔류에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우리가 잘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중요한 상황이 될 수 있겠지만, 잔류를 해야 우리가 예산 등 여러 부분에서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잘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겠지만, 올 시즌은 현실적으로 오랫동안 K리그1에 남아서 나중에는 우리가 정말 상위 스플릿에 도전할 수 있는, 그런 팀을 만들 수 있는 첫 걸음이기 때문에 잔류에 더 신경 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까다로운 일정이 부천을 기다리고 있다. 부천은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와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대전하나시티즌, 울산HD, 강원FC, 포항 스틸러스를 차례대로 만난다. 울산을 제외하면 모두 지난 시즌 파이널A에 오른 팀들이고, 모두가 이번 시즌 파이널A 진출 후보들이다.

이 감독은 "처음에는 이 5경기에 부천의 성패가 달려 있는지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우리가 이 5경기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내더라도 우리가 갖고 가는 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2로빈, 3로빈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상대를) 파헤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처음부터 강팀들과 경기를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분위기가 다운되어야 하는지 했는데, 이제는 이런 생각이 든다. 초반 5경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부천, 특히 '이영민'이라는 K리그1에 새롭게 등장한 지도자에게 기대가 모이는 이유 중 하나는 이 감독이 안양의 유병훈 감독, 강원의 정경호 감독, 수원 삼성의 이정효 감독 등과 마찬가지로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밑바닥부터 올라와 성공한 감독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다. 

정작 이 감독은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열심히 준비했기에 기회가 왔고, 자신은 기회를 잡았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거라면서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내가 있는 위치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것 같다. 항상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회가 찾아온 거고,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준비도 철저하게, 잘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이 말하는 '준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묻자 이 감독은 "팀을 꾸려야 하는 감독으로서 첫 번째는 1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다음은 분기별로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짧게는 일주일 경기를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등 여러 부분에 시간을 잘 할애했다"며 "코치들도 많이 괴롭히고, 분석관도 많이 괴롭혔고, 나 자신도 괴롭히면서 준비했던 게 있지 않았나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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