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9차 당대회의 이재명 비방…李의 답은? [손기웅의 가야만 하는 길]

데스크 2026. 2. 2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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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제9차대회기념 열병식이 지난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과 이재명 대통령에게 지난 25일 끝난 노동당 9차 대회의 의미는 한마디로 김정은 우상화의 시작이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으로 출발한 그의 권력 궤적은 2017년 말 핵 무력 완성 선언까지를 1기로 볼 수 있다. 권력 세습에 대한, 자신의 권력에 대한 내부적 정당성·정통성 확보를 위해 핵 무력 완성에 ‘올인’했다.

2기는 대외적 정통성 확보 및 경제난 극복이었고, 출발의 맞춤 대상·시기가 문재인 정권 및 ‘평화의 제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었다. 그 밑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세 번이나 만나 권력 정통성을 공인받았으나, 대북 제재 해제를 통한 경제난 돌파에는 실패했다. 코로나 역병은 엎친 데 덮친 격 환난이었으나, 산타 할아버지가 등장했다. 푸틴, 우크라이나 침공은 군사적으로는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김정은에 구세주가 되었다.

그 자신감으로 김일성·김정일 동렬의 우상화 기반을 김정은은 이번 당대회에서 다졌다. 핵심이 권력 엘리트의 대폭 물갈이다. 그의 집권에, 권력 안착에 도움을 주었거나 최소한 뒷배경이 되었던 김정일 인사들(최룡해·김영철·리선권 등)을 대거 지우고, 당·군·정을 심복으로 새로 채웠다.

당 중앙위원(139명) 중 8차 당대회에 이어 유임된 사람은 47.5%에 그쳤다. 38.8%가 신규였으며, 나머지 13.7%는 후보위원에서 승격했다. 당 중앙위 후보위원도 76.6%가 새로 충원되었고, 20.7%만 유임되었다. 2.7%는 중앙위원에서 후보로 강등됐다.

우상화의 제도적 작업이 2월 22일 노동당 규약 개정이었다. 김정은의 새로운 ‘사상리론적지침’이란 ‘새시대 5대당건설로선’을 채택해 “전당 강화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려는 우리 당의 일관한 립장과 의지를 담아 정치건설, 조직건설, 사상건설, 규률건설, 작풍건설을 항구적인 당건설로선으로 틀어쥐고 나간다”라고 명문화했다.” 또한 “당건설과 당활동전반에 대한 당중앙의 유일적령도체계를 철저히 확립하고 중앙집권적규률을 강화하는 원칙에서 당중앙지도기관들의 권능과 사업체계를 명백히 규제”했다.

이번 9차 당대회를 김정은 권력의 1기(2011~2017) ‘안착기’, 2기(2018~2025) ‘조정기’에 이어, 3기(2026~) ‘우상화기’로 볼 수 있으나, 긴 안목으로 보면 2011~2025년을 김정은 권력 1기 ‘안착기’, 2026년부터를 2기 ‘우상화기’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그의 건강·신변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 그 전제다.

9차 당대회에서 눈여겨보는 부분은 ‘당대회 공보’(2월 24일)에서 발표된 당 중앙위원 호명에서 현송월의 위치다. 현송월은 김정은에 이어 26번째로 거명되었다. 바로 그 앞 25번째가 김여정이다.

김정은의 친동생 김여정이 이번에 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재진입하고, 부부장에서 부장(장관급)으로 승격되어 세간의 관심을 받는 상황이다. 근데 김여정 뒤에 현송월이 자리를 차지했고, 그 한참 뒤인 65번째가 역시 정치국 후보위원이자 외무상(장관)인 최선희다.

북한 체제에서 최고의 권력기관이 당 정치국이고, 비록 후보위원이라 하더라도 그 위세는 하늘을 찌른다. 정치국 후보위원도 아니고, 장관(급)도 아닌 당 중앙위원에 불과(물론 당 중앙위원도 핵심 권력 엘리트다)한 현송월이 왜 김정은의 친동생 바로 뒤에, 김정은의 중요 행사마다 동행해 바로 옆에 서서·앉아 주빈의 하나로 움직이는 최선희보다 훨씬 앞에 거명되었을까.

김정은이 움직이는 모든 동선에 찰떡같이 따라다니나, 음지에서 갖은 수발을 다 드는 현송월이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 김여정 다음으로 거명되는 영광을 누려야 한다고 보기는 너무 어색하다. 김정은과의 사적 관계, 후계 구도에까지 이런저런 얘기가 힘을 받을 수 있는 이유다.

다음으로 이재명 대통령, 김정은에 이어 이번 노동당 9차 대회 최고 수혜자가 될 뻔한 이재명·정부는 막판 공개된 김정은의 비방으로 모양이 크게 빠졌다.

당대회 기간(2.19~25) 중 김정은의 ‘개회사’, 수차에 걸친 ‘총화 보고’ 및 ‘사업총화’, 당 규약 개정, 전원회의 확대회의, 김정은의 ‘결론’ 선언, 어디에서도 이재명·정부에 대한 비방이 공개되지 않아 회심의 미소를 머금었던 이재명·정부였다. 그러나 이미 김정은이 2월 20~21일 진행된 ‘사업총화 보고’에서 최고의 강경 발언을 쏟아냈음이 2월 26일 조선중앙통신이 확인했다.

“한국의 현 집권정권이 겉으로 표방하는 유화적인 태도는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 “같은 《민족》이라는 타성에 포로되여 절대불가능한 화해와 《통일》을 리유로 계속 상대하는 것은 더 이상 존속시키지 말아야 할 착오적인 관행”,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 한국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와의 모든 것을 단념하고 우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라며 대화는커녕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북한의 안전 환경을 다치는 경우 “한국의 완전붕괴 가능성은 배제될 수 없다”고 협박했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 이후 고수해 온, 김정은과 대화·만남을 위한 ‘선도적·선제적 유화 정책·조치’가 먹히고 있다고 판단했다. 평양 ‘무인기침입사건’에 대한 김여정의 대남 발언(“나 개인적으로는 한국 국방부가 우리에게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다는 공식립장을 밝힌데 대하여 그나마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하고 싶다,” 1월 11일)을 그 성과로 봤다.

지금 DMZ 출입 통제 권한,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을 위한 비행 금지 구역,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목적·규모 등을 둘러싼 한·미(유엔사) 간 갈등도 이재명 정부의 김정은 보여주기 움직임이다. 물론 대내 정치용·선거용이기도 하다.

그것들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이재명 정부다. 중요한 것은 실현 여부와 별개로, 이재명 정부가 김정은에게 공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이재명 정부가 국민에게 미국에 대해서도 ‘주체적’ 입장에서 다투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그 자체이다.

4월 트럼프의 중국 방문길에 김정은과 무언가 ‘사건’을 만들어보려는, 6월 총선까지 미국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는 대통령·정부·당임을 보여주려는 이재명이다.

김정은의 강력한 라이트 훅(대화 거부)과 레프트 어퍼컷(이재명·정부의 ‘구애’ 비난), 이재명 어떻게 답할 것인가. 그의 첫 3.1절 기념사에서 나타날 것이다.

하나 분명한 것은 대북용으로, 국내 정치용·선거용으로 김정은에 대한 ‘초심’을 잃지 않으며, ‘통일’이 아니라 ‘공존’을 적시한 더불어민주당의 당 강령에 부합하게 ‘평화’를 거듭·계속 울릴 것이다.

문재인은 집권 5년 동안 복되게도 다섯 차례나 3.1절 기념사를 했다. 대부분 윤석열보다 두 배 이상의 긴긴 연설에서 ‘평화’를 모두 68번이나 외쳤다. 반면 ‘통일’은 불과 4번이었다.

2019년 역사적인 3.1절 100주년을 맞아 문재인은 ‘평화’를 30번 말하면서 통일을 ‘3번씩이나’ 언급했는데, 그 통일도 대한민국 헌법적 통일이 아니었다. 당 강령에 맞게 ‘공존’을 통일로 보고, 그 통일을 지향하겠노라 말했다. 나머지 1번의 통일 언급은 그가 퇴임 직전에 한 2022년 3.1절로서, 헌법이 규정한 자유민주적 통일인지 불분명했고 평화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평화를 그렇게 부르짖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에게 묻는다. 평화가, 최소한 문재인의 기간에 평화가 도래했는가, 그것이 평화였는가.

윤석열, 재임 중 2번의 3.1절 기념사를 했다. 2023년 기념사는 짧았고(불과 1039자, 문재인은 3280자·5017자·3855자·5862자·5173자) 부실했다. 통일 언급 없이 ‘자유’만 8번 강조했다.

2024년 그의 마지막 3.1절 기념사는 대한민국 대통령다웠다. 2432자에 4번의 ‘평화’와 17번의 ‘자유’에, ‘통일’을 8번이나 말했다는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이었다.

3.1운동은 “미래지향적 독립 투쟁”으로 “남녀노소 구분 없이 자유를 누리는 새로운 나라를 꿈꿨습니다”라고 전제하고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3.1운동은,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로 비로소 완결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모든 국민이 주인인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 통일은 비단 한반도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닙니다. 북한 정권의 폭정과 인권유린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입니다. 우리의 통일 노력이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등불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북한 주민들을 향한 도움의 손길을 거두지 않을 것이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탈북민들이 우리와 함께 자유와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따뜻하게 보듬어 나갈 것입니다. (···) 통일은 우리 혼자서 이룰 수 없는 지난한 과제입니다. 국제사회가 책임 있는 자세로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자유로운 통일 대한민국은, 동북아시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입니다. (···) 기미독립선언의 정신을 다시 일으켜, 자유를 확대하고, 평화를 확장하며, 번영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길 끝에 있는 통일을 향해 모두의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저희 정부가, 열정과 헌신으로 앞장서서 뛰겠습니다.”

윤석열,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한 계엄 선포로 대통령직에서 쫓겨났고, 내란죄 국사범으로 영어의 몸이 되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큰 오점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으로서 선언하고 방향을 잡았던, 대한민국 헌법에 입각한 통일정책·대북정책은 필자가 누차 강조하지만 옳았다.

절연해야 할 것은 계엄의, 내란의 윤석열이다.

절연을 거부하고이어야 할 것은 윤석열의 대한민국 헌법에, 국익에 부합하는 정책들이다. 특히 통일·대북정책이다.

이재명의 3.1절 기념사, 자유민주 대한민국·헌법·국민에 다가갈 것인가 아니면 김정은에.

글/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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