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행정부 ‘반도체 관세 15%’ 재추진…글로벌 공급망 요동

[디지털데일리 김문기기자]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 보호를 명분으로 한국과 일본 등 우방국을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제품에 대해 15%의 관세 부과를 재추진하며 글로벌 ICT 통상 환경에 거대한 파고를 예고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및 블룸버그 등 복수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최근 연방 대법원의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 긴급조치(Section 232)’와 ‘통상법 301조’를 우회 활용해 글로벌 수입 반도체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15%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자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 유치를 압박하고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는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전략의 일환이다.
이번 조치의 직격탄은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기업들이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 연산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가속기 칩이 주요 타깃이다. 미국 측은 “첨단 반도체의 해외 의존은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라며, 관세 부과를 통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이 미국 현지 공장 건설 속도를 높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으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일본은 미국 내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을 유지하면서도, 자국 내에 ‘AI 반도체 3대 거점’을 구축해 설계와 시험 제작을 지원하는 등 독자적인 반도체 부활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미국의 관세 조치가 국내 기업의 수익성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고위급 채널을 통한 협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조치가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 비용을 급격히 상승시키는 ‘반도체 인플레이션’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같은 미국 팹리스 기업들이 수입하는 칩의 단가가 올라가면, 결과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클라우드 기업들의 AI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발 관세 폭풍은 ‘공급망 블록화’를 가속화하며 글로벌 ICT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우방국에게까지 칼날을 겨눈 미국의 강경책은 반도체를 단순한 상품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취급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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