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패 허물면 교육개혁 성공도 가능...이 대통령의 건투를 빈다

서부원 2026. 2. 27.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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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지방대 살리겠다고 몸부림치는데, 지방 교육청과 학교는 '인 서울' 시키지 못해 안달

[서부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2월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줄탁동시(啐啄同時).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면, 어미 닭과 병아리가 동시에 껍질을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주로 학문적 성취를 위해 스승과 제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관련자들이 동시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두루 쓰인다.

이재명 대통령의 '실시간 국무회의'를 지켜보면서 떠올린 사자성어다. 그는 뿌리 깊은 우리 사회의 그릇된 관행과 제도를 혁파하기 위해 거의 매일이다시피 장관 등 고위공직자들 앞에서 '화두'를 쏟아내고 있다. 언뜻 뜬금없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까지 거침없이 직진 중이다.

'주가 5000P 돌파'의 자신감일까. 역대 정권이 건드릴 때마다 패착으로 귀결된 부동산 문제까지 연일 거론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너도나도 '긁어 부스럼'이 될 거라고 여겼을 텐데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미 주변에선 '이재명은 한다면 한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게 된다.

이 대통령이 연일 생방송으로 던지는 개혁 과제는 '각론'이지만, 강물이 바다를 향하듯 종착지 격인 '총론'으로 수렴되는 모양새다. 이미 블랙홀이 돼버린 '수도권 일극 체제의 혁파'가 그것이다. 이를 방치하면 수도권과 지방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에 기인한 것이다.

이는 당선 직후부터 줄곧 강조해 온 바다. 지방 재정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비유적인 표현일지언정, 수도권과의 거리에 비례해 예산을 지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지방 분권은 그의 진심이라고 해도 무방할 성싶다.

유동 자산의 흐름을 부동산 투기에서 주식 투자로 선회시켰고,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혜택도 없앴다. 직접 거주하지 않는 투기 목적의 주택 소유를 차단할 제도를 마련 중이며, 급기야 경자유전이라는 헌법 정신까지 거론하며 투기성 농지 보유의 관행까지 문제 삼고 있다. 가히 '비정상의 정상화'라 할 만하다.

부동산을 '만악의 근원'으로 여기는 이 대통령의 인식은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잘사는 지방 분권의 본령에 맞닿아 있다. '서울의 집 한 채로 지방의 아파트 한 동을 살 수 있는' 왜곡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게 곧 지방 분권을 위한 핵심 기반이라는 뜻이다. 이른바 '부동산 불패 신화'를 혁파하겠다는 선언이고, 여기에 정권의 명운을 건 셈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낡은 관행과 적폐에 맞서는 그의 결연한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헤아려 보니 성인이 된 후 9명의 대통령을 경험했지만, 이 대통령만큼 '디테일한' 경우는 처음이다. '흙수저' 출신에다 오랜 행정 경험을 통한 국정 자신감에서 비롯된 걸로 보인다.

'정권의 무덤'이라는 부동산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올린 마당에 그의 '도전'이 여기서 멈출 것 같진 않다. 잠깐 숨을 고를지언정 여세를 몰아 다음의 개혁 과제를 향해 치달을 것이다. 열정과 도약을 상징하는 '붉은 말의 해'라는 병오년 올해 그의 다음 채찍질은 어디를 향하게 될까.

교육개혁 실패라는 반복된 좌절감, 이번에는 달랐으면
 서울대
ⓒ 이정민
모르긴 해도, 해묵은 교육개혁이 다음 순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부동산 문제와 더불어 교육개혁은 온 국민이 이해관계자이자 전문가를 자임하는 분야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이 여전히 유효한 데다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는 집권 초의 '삐걱거림'을 모두가 기억한다.

이 대통령이 추구하는 교육개혁의 방향도 지방 분권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미래 인재 양성'과 '교육과 보육의 국가 책임제'라는 총론 아래 '학벌 구조 완화'와 '교육 격차 해소'라는 각론이 눈에 띈다. 교육개혁을 통해 지역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알다시피, 학벌 구조를 완화하겠다는 건 모두가 '인 서울'을 꿈꾸는 공교육의 현실을 바루겠다는 뜻이며, 이를 달리 표현한 말이 교육 격차의 해소다. 요즘 아이들은 '인 서울' 하지 못하면 평생 열패감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선선히 말한다. 기실 이는 모두가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의 불문율이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이 '인생은 한 방'이라고 말하는 데에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다. 로또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대입이 미래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우리 사회의 '진리'를 경박하게나마 에두르는 표현이다. 교실에 걸린 '인 서울은 가문의 영광, 지방대는 부모의 절망' 따위의 급훈에 그냥 한 번 웃고 마는 모습은 곪을 대로 곪은 우리 공교육의 현실을 보여준다.

'인 서울'에 성공하면 아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게 '서울말 연습'과 '주소 이전'이라고 한다. 지방 출신임을 애써 감추려 한다는 거다. 거칠게 말해서,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이 내지인, 곧 일본인들을 흉내 내기 위해 일본식 복장을 하고 일본어를 연습했던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지방이 서울의 '식민지'로 전락한 현실에서 교육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당위다. 지금 공교육 현장엔 부동산 문제조차 쾌도난마식으로 치고 들어간 그 결기가 필요하다. 역대 정권마다 교육개혁이 좌초된 건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려는 신중함이 지나쳐서라고 믿고 있다.

이 대통령의 스타일로 미루어, 어미 닭이 밖에서 쪼는 '탁(啄)'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줄(啐)'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점이다. 이 둘이 동시에 행해지지 않으면, 이번에도 실패로 귀결될뿐더러 향후 교육개혁은 '뜨거운 감자'가 되어 또다시 '중장기 과제'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

지금 전국의 학교마다 새 학기 개학 준비로 여념이 없다. 교육과정 연간 계획을 세우고, 시간표를 작성하며 학사일정을 조정하는 등 분주하다. 겨울방학 중이지만 대부분의 교사가 여느 때처럼 출근해 올해 맡게 될 업무를 숙지하고 수업 교재를 연구하며 일과를 보내고 있다.

와중에 빠지지 않는 게 올해의 진학 실적을 공유하고 내년의 실적 향상을 위해 서로 다짐하는 꼭지다. 대학별 반영 교과와 가중치 등 달라진 대입 제도를 안내하고 입시 전략을 세우는 게 알짬이다. 더욱이 올해 고3 수험생은 대입에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마지막 세대다.

그런데, 들을수록 난감하고 민망하다. 여전히 학교 교육의 성과를 진학 실적으로 평가하고, 세부 기준은 의치대를 앞세운 대학별 서열이다. 언급 순서는 익숙한 대로 'SKY 서성한 중경외시'다. 진학 실적표에서 지방 거점 국립대는 맨 아랫니고, 나머지 지방대는 아예 논외다.

명문대의 서열을 읊고 '인 서울'에 몇 명을 보냈는지에 관심을 두는 현실은 완화되기는커녕 더욱 공고해졌다. 지방대 출신 교사들이 자기 제자들 앞에서 모교를 조롱하며 '인 서울'을 부르대는 상황은 자못 엽기적이다. 지방대에 교육 재정을 집중 투자해 지역 인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겠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한 동료 교사는 콧방귀를 뀌며 이렇게 말했다.

"의치대와 '인 서울'에 목숨 거는 우리 교육의 현실은 이재명이 아니라 하느님이 와도 못 고쳐요."

학교뿐 아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교육감 후보들도 여전히 '실력 향상'을 공약으로 앞세우고 있다. 지역에서 수능 만점자가 나왔다는 걸 홍보 문구로 사용하는 경우마저 있다. 해석하자면, 수능 성적을 끌어올려 더 많은 아이를 의치대와 '인 서울' 시키겠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지방대를 살리겠다고 몸부림치는데, 되레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지역의 아이들을 '인 서울' 시키지 못해 안달이 난 형국이다. 교육개혁을 위한 '줄탁동시'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존의 상명하달식 지침만 남게 된다. 앞서 언급한 동료 교사의 비아냥은 교육개혁의 실패라는 반복된 좌절감의 결과다.

엉뚱하게 들릴진 모르지만, '인 서울' 숫자가 교육의 질과 등치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바루는 가장 확실한 해법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허물어뜨리는 것이다. '하느님이 와도 못 고친다'는 걸 이 대통령이 해낼 수 있다면, 교육개혁의 성공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부디 이 대통령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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