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건 김정은 냉대…정동영, 9·19 군사합의 '일방 복원' 난기류

김은지 2026. 2. 26.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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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한국, 동족 범주서 영원히 배제"
대북 유화책 '기만극·졸속' 비하하고
우리 정부 내민 손에도 "위해로운 존재"
美 동의 여부 논란에 안보실로 공 넘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무인기사건' 관련 입장 발표 및 재발방지대책 추진계획 등 브리핑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노동당 제9차 당대회를 통해 남한을 동족의 범주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히며 관계 단절에 쐐기를 박았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정부가 공들여온 유화 정책을 '기만극이자 졸작'이라고 비하하면서 대화 재개 여지를 차단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입장에 대해 안타깝다는 뜻을 밝히며 평화공존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당대회에서 재확인된 대남 강경 노선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정책 기조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동영 장관은 최근 대북 무인기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데 이어,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복원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등 대화 국면 복원을 위한 행보를 이어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9차 당대회를 통해 대남 노선을 보다 분명히 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 9차 당대회가 25일 폐막한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1일 진행된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남북 화해와 통일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김 위원장은 "국가의 노선과 정책을 확정하는 집권당의 최고지도기관인 당대회를 통해 다시금 천명한다"며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를 향해선 "한국의 현 집권정권이 겉으로 표방하는 유화적인 태도는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이라고 비난했다.

또 "겉으로는 기만적인 화해와 평화를 제창하면서 조선반도 비핵화의 간판 밑에 우리의 무장해제를 획책하는 위해로운 존재"라며 "한국이 우리와 국경을 접한 지정학적 조건을 탈피할 수 없는 한 안전하게 살아갈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와의 모든 것을 단념하고 우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라고 관계 개선 여지를 배제했다.

전날까지도 정 장관은 북한이 당대회에서 경제 성과를 전면에 내세운 점에 의미를 부여하며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다.

정 장관은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경제 개선을 우선 과제로 둘 때 남북 간, 미북 간에 긴장이 완화되고 대화와 협력 공간이 넓어졌던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적대와 대결이 아닌 평화와 공동성장을 중심에 둔 새로운 환경 조성을 통해 남북 공동성장의 동력을 마련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선 변화에서는 대남 조직의 위상 조정을 시사하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이번 당대회 기간 그동안 대남라인으로 분류돼 온 김영철 당 고문과 리선권 당 10국 부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점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대남 조직의 위상과 역할을 재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처럼 북한이 대남 강경 노선을 분명히 하면서, 정 장관이 제시한 대화 복원 구상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비행금지구역 등을 포함한 9·19 군사합의 일부 복원 구상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앞서 정 장관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8일 북한의 대북 무인기 침투 재발 방지 요구에 대해 "물리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포함해 기존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복원을 선제적으로 검토·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비행금지구역 재설정을 놓고 "안보관계장관 간담회에서 관계 부처 간 충분한 협의와 조정이 이뤄졌다"고도 밝혔다.

다만 북한의 강경 노선 재확인과 한미 동맹 변수까지 겹치면서 정 장관의 선제적 복원 구상은 현실적 제약에 직면한 형국이다. 정 장관은 전날 미국이 9·19 군사합의 선제 복원에 사실상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안보실을 중심으로 정부의 입장을 정리해서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정 장관이 화살을 안보실로 돌렸지만 이와 관련한 안보실의 별도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안보실이 나서 최종 입장을 정리하라는 정면 돌파의 의지로 해석될 수 있는 한편, 정부 내에서도 정 장관의 9·19 군사합의 복원 구상이 완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한편 정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접경지역 평화안전 연석회의에서 북한이 당대회에서 적대적 대남 노선을 거듭 천명한 데 대해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정 장관은 "우리는 북측의 입장 발표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이재명 정부가 내걸고 있는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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