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후자’만 있나…SK하이닉스 잘나가지만 우린 ‘SK로우닉스’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6. 2. 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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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후자’. 삼성그룹 계열사 중 가장 덩치가 크고 실적이 좋은 삼성전자와 달리, 규모가 작고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계열사들을 자조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최근엔 SK그룹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분에 역대급 실적,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상대적으로 소외된(?) 계열사들을 일컬어 ‘SK로우(low)닉스’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매년 적자를 내며 매각설에 시달리는가 하면, 기업공개(IPO)나 자회사 정리에 난항을 겪는 계열사도 적잖다.

SK에코플랜트가 자회사 SK오션플랜트 매각에 난항을 겪는 중이다. 사진은 SK오션플랜트 야드 전경. (SK오션플랜트 제공)
적자 계열사 수두룩

SKIET·SK바사 등 지난해 영업적자

대표적인 곳이 적자에 시달리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SK바이오사이언스, SKC 등이다.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제조 업체 SKIET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2463억원으로 전년(2910억원 손실)에 이어 적자를 이어갔다. 매출은 2619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였지만 대규모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영업손실 규모가 매출과 비슷할 정도다.

SKIET가 적자를 낸 것은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에 따른 북미 고객사 공급 물량 감소, 수요 둔화로 인한 고정비 부담 확대 영향이 컸다. 배터리 소재인 분리막 사업은 고정비 비중이 높아 가동률이 손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폐지하자 공장 가동률이 하락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 여파로 증권사 경고음도 쏟아지는 중이다. 유진투자증권은 SKIET가 올해도 2550억원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적자폭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배터리 판매량이 줄어 장기간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진투자증권은 SKIET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HOLD)’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한투자증권은 SKIET 목표주가를 기존 3만원에서 2만700원으로 낮췄다.

매년 적자를 내다 보니 시장에선 SKIET 매각설까지 나돈다. SKIET 지분 61.2%를 보유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2월 공시를 통해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백신 사업을 해온 SK바이오사이언스도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1235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전년(1384억원) 대비 손실폭은 줄었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핵심 사업인 백신 사업 연구개발(R&D) 비용 부담이 커진 영향이 크다.

SKC도 지난 한 해 305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4분기 실적이 결정타였다. 4분기 영업손실은 1076억원으로 3분기(528억원 영업손실)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당기순손실은 무려 4986억원에 달했다. 2차전지와 화학 사업에서 공정 효율화 목적으로 유형자산 손상 등 일회성 비용이 커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SKC 관계자는 “단기 성과 관리와 함께 사업 구조와 원가, 비용 구조 전반을 면밀히 점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역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732억원으로 전년 대비 41.4% 줄었다.

한때 SK그룹 대표 계열사였던 SK이노베이션도 분위기가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가 직원들에게 기본급(연봉 20분의 1)의 2964%, 즉 연봉의 1.5배에 달하는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SK이노베이션은 정유·석유화학, 배터리 사업 부진으로 성과급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SK그룹의 한 직원은 “정유 업계 호황으로 2022년 당시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이 최대 1200% 성과급을 챙겼고 SK하이닉스는 적자를 냈지만, 지금은 180도 상황이 바뀌었다”며 “불과 4년여 만에 ‘쌀집(SK하이닉스를 일컫는 말)’과 ‘기름집(SK이노베이션을 일컫는 말)’ 간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고 귀띔했다.

SK에코플랜트 IPO 난항

SK오션플랜트 매각도 주춤

숙원 과제인 기업공개(IPO)에 난항을 겪는 계열사도 있다. SK건설에서 사명을 바꾼 SK에코플랜트가 대표적이다.

SK에코플랜트는 당초 올 상반기 IPO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IPO는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다수 재무적투자자(FI)가 불확실성을 이유로 IPO 강행을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2~2023년 연결 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해외 자회사 매출을 과다 계상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금융위원회로부터 54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코스피 상장 예심 가이드라인은 최근 3개 사업연도 감사보고서 회계 감리 결과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 상장을 거래소가 거부하도록 규정한다. SK에코플랜트는 이 규정에 따라 예심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최종 미승인 판정이 날 경우 한동안 예심을 재청구하기 어려워 FI의 투자금 회수 일정도 무기한으로 밀리게 된다.

사정이 녹록지 않자 SK에코플랜트는 IPO를 강행하는 대신 FI 자금 상환을 추진하고 나섰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투자 유치 과정에서 프리미어파트너스·이음PE·큐캐피탈 컨소시엄 등 FI들과 올해 7월까지 상장해 투자금을 상환하겠다는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FI들은 총 8000억원을 투자하며 전환우선주(CPS) 6000억원, 구주 2000억원어치를 3 대 1 비율로 섞어 인수했다. 당시 CPS 발행가는 주당 9만원, 구주는 7만4000원 수준이었다. 시장 가격보다 비싼 CPS를 인수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주를 함께 인수하게 해 전체적인 투자 단가를 맞추고, 기존 주주들의 물량 출회(오버행) 이슈를 해소하겠다는 의도였다.

만약 SK에코플랜트가 고의나 중과실로 IPO에 실패하면 원금에 연 12% 수준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해 갚아줘야 한다. SK그룹 측은 고심 끝에 연 5% 수준의 수익률 보장을 제안했다. 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6000억원 규모 CPS는 원금에 연 5% 이자를 붙여 돌려주고, 2000억원의 보통주는 그보다 낮은 수익률을 붙여 상환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FI들이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 IPO 약속 시점인 7월 21일까지 양측의 치열한 신경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IPO는 사실상 물 건너간 만큼 FI 측이 어떤 식으로는 SK 측과 합의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다”고 귀띔했다.

SK에코플랜트 입장에선 또 다른 고민이 있다. 자회사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 매각이 난항을 겪는 점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9월 사모펀드 운용사인 디오션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SK오션플랜트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경남 고성군 등 지자체들과 지역 정치권은 “지역과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며 매각에 반대하는 중이다. SK오션플랜트는 720여명을 직고용하는 경남 고성군 최대 사업장이다. 이에 따라 매각 협상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는 건설에서 벗어나 반도체 자회사 합병으로 체질을 바꾸며 IPO 밑그림을 그려왔지만 녹록지 않은 분위기”라며 “SK오션플랜트 매각 역시 난항을 겪으며 SK그룹 리밸런싱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8호 (2026.02.25~03.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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