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든 승진은 싫다…‘리더 포비아’ [스페셜 리포트]
# A기업에 다니는 S모 차장은 인사 시즌을 앞두고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번 인사에서 팀장 승진 가능성이 높은데, 주변 기대와 달리 팀장 직함을 다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S씨는 “팀장으로 승진하면 매월 팀장 수당을 받긴 하지만, 책임져야 하는 업무가 훨씬 많고 윗선 보고도 수시로 해야 해 골치 아플 듯싶다”며 “차라리 월급을 적게 받더라도 지금이 나은데, 승진하기 싫다고 할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요즘 기업들에 ‘리더 포비아(Leader Phobia)’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리더가 될 경우 각종 책임과 업무 부담을 떠안는데, 이에 두려움을 느끼며 그 자리를 본능적으로 피하려는 사회문화적 증후군이다.
과거에는 기업 리더 자리가 곧 사회적 신뢰와 개인의 성취를 상징했다. 관리자 역할은 그간의 능력과 리더십을 제대로 인정받은 결과였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팀장 승진은 물론이고 ‘직장인의 꽃’으로 불리는 임원 승진조차 꺼리는 직장인들이 부쩍 늘었다. 조직 리더를 맡게 되면 그만큼 업무량이 늘고 팀, 조직 성과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2030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임원이나 팀장 승진을 포기한다는 의미의 ‘임포족’ ‘승포자’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일찍 승진해봤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꾸준히 높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 퇴직 시기만 빨라지는 만큼 ‘가늘고 길게’ 일하자는 풍토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런 직장인들이 늘며 주요 기업 인사팀마다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해 전국 19~36세 직장인 8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에서 리더 역할을 맡지 않을 경우 “불안하지 않다”는 응답이 47.3%에 달했다. “불안하다”는 응답(22.1%)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기업 유형별로 리더 역할을 기피하는 이유도 다양했다. 대기업 직원들은 “업무량이 더 많아질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47.1%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팀, 조직 성과를 책임지는 것이 부담돼서”라는 응답이 각각 48.1%, 42.8%에 달했다. 공기업에서는 “팀원의 성장을 책임지는 것이 부담돼서”라는 응답이 48.6%로 가장 많았다.
승진을 두려워하는 ‘리더 포비아’는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자유로운 IT 기업에서 이런 사례가 급증하는 양상이다. 카카오는 개발자 중 리더 격인 ‘프로젝트 리더’를 연공서열보다 본인 의사와 역할 위주로 정한다. 리더 역할을 기피하는 직원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하급자가 프로젝트를 이끌고 상급자가 보조하는 경우도 적잖다.
조선 업계에서는 아예 승진거부권을 요구하는 사례도 흔하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2024년에 이어 지난해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약에서 승진거부권 인정을 요구했다. 조합원 범위를 벗어나는 승진을 할 경우 당사자에게 이를 거부할 권리를 달라는 의미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생산직은 기감(차장급) 이상, 사무직은 책임매니저 이상으로 승진하면 노조에서 탈퇴해야 한다. 비록 노조가 요구한 승진거부권이 관철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도 승진거부권을 요구하는 사례는 늘어날 전망이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80%가량이 팀장 승진을 거부하거나 피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간관리자가 더 이상 ‘보상의 자리’가 아니라 정서적 소진과 책임 과잉이 동반되는 ‘징벌적 보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업무 늘어 스트레스…워라밸 어려워
‘리더 포비아’가 확산되는 이유는 뭘까.
첫째 중간관리자들이 과거보다 더 많은 역할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각종 디지털 기술 도입, MZ세대 등 다양한 계층 직원 등장으로 조직을 이끌어야 할 변수가 한층 복잡해졌다. 리더들은 단순한 업무 관리자에서 심리적 리더, 갈등 조정자, 직원 성장 코치까지 역할이 확장됐다. 조직행동학에서 말하는 ‘역할 갈등(Role Conflict)’과 ‘역할 과부하(Role Overload)’가 동시에 일어나는 분위기다.
문제는 리더 입장에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만한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리더는 의사결정권자로 인식되지만, 최근엔 각종 책임만 떠안고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은 줄어드는 양상이다. 일은 늘어나고 통제력은 약화된 채 책임과 스트레스만 남는 구조가 됐다는 우려다. 이 때문에 중간관리자들이 ‘번아웃’에 시달리는 사례가 흔하다. 미국인사관리협회는 중간관리자를 ‘조직에서 가장 불행한 직군’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더 큰 문제는 단지 중간관리자 개인의 어려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더가 되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조직은 ‘리더십 공백’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맞닥뜨린다. 공식적인 리더십 체계가 무너진 조직에서는 협력과 의사결정이 더디고 심리학에서 말하는 ‘책임 분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 현상이 나타난다. 누구도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는 조직은 방향을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다.
B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생성형 AI 등장,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조직 구조와 업무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추세”라며 “리더는 과거처럼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통해 방향을 제시하는 걸 넘어, 첨단 기술과 인간 사이의 각종 난제를 조율해야 해 스트레스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둘째 막상 승진할 때 큰 폭의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한 부서 팀장을 달 경우 매달 50만~100만원 안팎의 팀장 수당을 받는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팀장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각종 업무 부담을 감안할 때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넉넉한 보상이 없는데도 리더는 조직 내 위기 상황이 발생하거나 갈등이 심화되면 해결책으로서의 ‘희생양’이 돼야 한다. 리더가 무엇을 하든, 어떤 결정을 내리든 모든 비난을 떠안는 구조라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리더는 자신의 직책을 두려워하고 그 직책을 회피하려는 심리적 경향을 보이게 된다.
게다가 미국 관세 폭탄, 고환율, 내수 침체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희망퇴직 같은 제도를 활용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추세다. 이런 흐름에서 과거처럼 팀장으로 승진할 때 큰 폭의 임금 인상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팀장이 아닌 부장, 차장으로 남아 정해진 업무만 수행하는 걸 선호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난 이유다.
C기업 관계자는 “어차피 팀장급 직원들은 5~10년 차 직원과 달리 이직 기회가 많지 않아 회사 입장에서도 ‘잡아놓은 물고기’라는 생각이 강해 임금 인상폭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 고연차 직원 대우가 박해질 수밖에 없어, 승진하고 싶은 욕구가 줄어드는 경향도 있다”고 귀띔했다.
셋째 리더가 되면 ‘워라밸(work-life balance, 업무와 개인 삶의 균형)’을 챙기기 어려운 점도 리더 포비아 배경으로 거론된다. 요즘 세대들은 리더가 되는 순간 업무 과중, 과도한 책임감, 조직 정치와 감정 노동 등으로 삶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고 느낀다.
최근 배달 라이더, 대리기사, 유튜버 등 부업 경로가 다양해진 데다 주식, 부동산 등 재테크를 통한 수익 창출 가능성이 커진 것도 리더 승진을 기피하는 이유로 손꼽힌다. 팀장을 맡아 회사 생활에 올인하더라도 막상 돌아오는 월급은 기대에 못 미쳐, 차라리 그 시간에 부수입을 챙기는 게 낫다는 인식이다. 시장조사 업체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트에 따르면, 부업을 뜻하는 ‘긱이코노미’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지난해 5822억달러(약 839조원)에서 2034년 2조1784억달러(약 3138조원)로 10년간 연평균 16%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직장인들 입장에선 일찍 승진해봤자 퇴직 시기만 빨라질 수 있다는 사회적 불안감도 리더 포비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만큼 오히려 천천히 승진하는 것이 직장생활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란 공감대까지 형성됐다.
D대기업 부장은 “후배가 팀장을 달 때만 해도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팀장으로서 각종 스트레스를 받고 주말에도 수시로 일하는 걸 보니 차라리 팀장을 맡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차피 해고하는 분위기는 아닌 만큼 가정을 챙기고 여가생활을 즐기며 ‘가늘고 길게’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털어놓았다.

‘중간관리자 붕괴’ 경고음
리더 포비아가 확산할 경우 기업 조직에 초래하는 부작용은 뭘까. 전문가들은 리더 포비아가 불러올 부작용으로 ‘중간관리자 붕괴’를 꼽는다. 과거 승진은 권한과 보상의 확대를 의미했지만, 지금은 실무와 관리 역할을 동시에 떠안는 ‘플레잉 코치’나 다를 바 없다는 평가다. 실무 성과 압박에 더해 구성원의 감정과 갈등을 관리하는 부담까지 짊어지며 리더는 ‘샌드위치’가 됐다. 전략과 현장을 연결하는 허리층이 약해지면 조직 생산성 저하와 인재 파이프라인 단절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는 “리더 포비아는 개인의 유약함이 아니라 조직이 만들어온 비대칭적 보상 구조에 대한 합리적 거부 반응”이라며 “리더 직위는 권한은 줄고 책임과 리스크만 커진 ‘가성비 낮은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간관리자 붕괴는 갈등 관리 부재로 직결된다. 팀 내 분쟁이 장기화하고, 결정이 늦어지며, 성과 책임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한국HP·홈플러스에서 최고인사책임자(CHRO)를 지낸 최영미 이화여대 특임교수는 “중간관리자는 조직문화 형성과 성과 관리의 핵심 주체”라며 “조직 계층 구조상 중간관리자 수가 줄어들수록 비용 절감이 돼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보지만, 조직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적정한 수의 중간관리자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작용은 인재 파이프라인 붕괴다. 리더 포비아 현상이 지속하면 고임금 실무자만 늘어난다. 연차가 쌓이면 임금은 오르는데 관리자 역할을 거부하면, 기업은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에 직면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간관리자, 관리자, 경영자 등 단계적 성장을 통한 핵심 인재 육성 경로가 막히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큰 위험이 된다”고 말했다.
또 중간관리자 붕괴가 심화하면 누구도 앞장서지 않으려 해 조직의 위기 대응력도 떨어진다. 이는 멀리 보면 조직문화 위축으로 이어진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간관리자의 공백은 단기 생산성 저하, 장기 인재 파이프라인 약화, 조직 유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리더 포비아로 성장에 대한 구성원들의 동기가 약화한다는 점도 문제다. 책 ‘리더포비아’ 저자인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는 “번아웃에 가장 먼저 빠지는 사람은 저성과자가 아니라 책임감이 강한 핵심 인재”라며 “업무 통제감과 자율성이 없는 구조는 리더 기피를 가속화한다”고 진단했다.

이중 경력 경로·권한 재설계가 해법
리더 포비아가 확산하는 지금, 기업 조직 관리 방안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전문가들은 ‘이중 경력 경로 설계’와 ‘권한·보상 재설계’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리더 역할을 맡지 않더라도 전문성, 성과에 따라 실력을 인정받는 구조를 만들고, 리더에게는 책임에 상응하는 실질적 권한과 보상을 부여하는 재설계가 필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 상명하복 문화가 중간관리자를 고립된 방패막이로 만들었다”며 “이중 경력 경로 제도화와 리더의 권한 보장, 심리적 안정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중 경력 경로 설계는 전통적인 관리직 경로 외에 실무 역량을 극대화하는 전문가 경로를 별도로 둬, 관리직이 되지 않고도 승진과 보상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 과정에서 관리직과 전문직 경로 간 자유롭게 이동하게 하고, 이동 시 불이익이 없어야 제도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김석집 대표는 “관리자 트랙과 전문가 트랙의 이원화가 필수”라며 “리더 역할을 맡지 않더라도 전문성과 성과에 따라 충분한 보상을 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 제도를 개편할 때는 구성원들에게 충분한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진단도 새겨들을 만하다. 두산그룹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산은 기존의 연공 중심 승진 구조에서 벗어나 스스로 승진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를 2024년부터 운영 중이다. 구성원이 스스로 승진에 도전하고, 동료·상위자·전문 평가자가 함께 검증하는 구조다. 승진 여부와 관계없이 개인별 피드백을 제공해 성장 방향을 명확히 한다.
두산 관계자는 “사전 공표된 기준에 따라 다면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 후에는 1대 1 미팅과 이의 제기 절차까지 운영한다”며 “평가 기준과 피드백 체계를 지속해서 보완해 구성원의 성장 지원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LG이노텍과 LIG넥스원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구성원들이 리더의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구글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구글은 2002년 ‘계층 없는 조직’ 실험을 단행하며 관리자 직책을 아예 없앴다.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개발자 중심이었던 구글 내부에는 관리자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며 승인과 절차만 늘리는 존재라는 비판이 적잖았다. 구글은 이 편견을 없애려 관리자 없는 조직 실험에 나섰다.
결과는 참담했다. 불과 몇 달 만에 조직은 혼란에 빠졌다. 우선순위 설정이 어려워졌고 기본적인 승인 요청조차 처리가 한없이 지연됐다. 동료 간 갈등은 누군가 조정해주지 않자 점점 커졌고 실질적인 의사결정은 정체됐다. 자율은 곧 무기력으로 바뀌었고, 팀워크도 사라져갔다. 고심 끝에 구글은 관리자 체계를 다시 복원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실험은 오히려 관리자 존재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구글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옥시젠 프로젝트’를 통해 “훌륭한 리더는 무엇을 잘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리더십 역량의 기준을 정리했다. 그 결과 탁월한 리더는 단순히 업무 지시를 잘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명확한 기대치를 제시하고 팀원을 코칭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조성하는 조력자라는 공통된 특성을 가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리더의 본질은 지시와 통제가 아니라 신뢰와 조율, 성장과 공감이라는 의미다.
정인호 대표는 “리더 자리는 불필요하거나 사라져야 할 역할이 아니고, 조직 내 허리 역할을 맡는 중간관리자나 중계자 이상의 존재”라며 “경영진의 전략을 실행 가능한 과업으로 전환하고 실무진 경험을 위로 끌어올리는 양방향 연결자이자 조율자 역할을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선 리더에게 ‘워라밸’을 보장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새겨들을 만하다. 황용식 교수는 “승진자에게 업무 시간 유연성, 재택근무, 휴가 제도를 보장하고 지시·통제형이 아닌 지원·코치형 리더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책임 나누지 않는 조직에 미래는 없다

A.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조직 환경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졌다. 경영 현장에서 가장 먼저 감지된 변화는 ‘리더 기피’였다. 승진을 앞둔 인재들이 결단 대신 회피를 택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가장 성실하고, 조직 이해도가 높은 인재들이었다. 대학과 공공기관, 스타트업, 기업을 막론하고 비슷한 흐름이 반복됐다. “왜 유능한 사람들이 리더가 되기를 두려워하는가”란 질문이 이 책의 출발점이었다.
Q. 리더가 회피의 대상이 된 핵심 요인은.
A. 오늘날 리더는 ‘희생양의 자리’에 놓여 있다.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는 공동체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책임을 한 개인에게 집중시키는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기업 조직에선 그 역할이 리더에게 전가된다. 성공은 집단의 공으로 돌아가지만, 실패는 리더 개인의 책임이 된다. 기대와 책임, 비난 가능성이 리더에 집중된다. 이런 환경에서 리더는 필연적으로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자리에 서게 되고, 압박은 결단의 동력이 아니라 회피의 이유로 작동한다.
Q. 수직적 위계가 강한 조직에서 ‘수평적 리더십’은 어떻게 가능한가.
A. 일본 홋카이도의 설계 회사 ‘사쿠라 구조’는 직원이 상사를 직접 선택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각 관리자의 업무 스타일과 의사결정 방식이 공개되고, 구성원은 1·2지망을 선택한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이는 리더십이 부담이 아니라 선택과 신뢰의 관계 속에서 재구성될 때, 리더의 심리적 저항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평적 리더십은 권한을 내려놓는 데서 시작된다. 위계가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재구성할 때 리더 포비아는 완화된다.
Q. 우리 사회와 조직은 어떤 리더십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A. 리더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판단과 책임이 공유되는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위계가 아니라 신뢰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리더십이 특권이 아니라 관계의 결과가 될 때, 우리는 비로소 리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에 가까워질 수 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8호(2026.02.25~03.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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